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7월2일 열렸던 도쿄도의회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23석만 얻는 데 그치는 최악의 대패를 당했다. 수도 도쿄의 지방선거인 이 선거에서는 도매시장인 쓰키지 시장을 도요스로 이전하는 문제 같은 지방 차원의 정책 현안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문제로 일반시민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식과 정당에 대한 평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은 2012년 말 출범 뒤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자민당은 전국 의회선거에서 압승을 계속했다. 국정은 아베 1강 체제라고 불렸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모죄 법안을 강행 처리라는 방법으로 통과시켰다. 또한 아베 총리와 가까웠거나 (지금도) 가까운 인물이 경영하는 학교법인에 국유지를 공짜나 다름없을 정도로 (정부가) 싸게 매각하거나, 수의학부 설립에 특별한 편의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 정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부패를 은폐했다. 아베 정권의 교만과 부패에 대해서 도쿄도민은 도의회선거라는 기회를 이용해서 드디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의 정치가 일본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해가고 있다고 비판한 사람으로서, 시민들이 아베의 정치에 대한 비판을 공유했다는 점은 우선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베의 정치를 바꿀 길은 아직 불명확하고 숙제도 많다. 우선 자민당을 대신해 정권을 담당해야 할 제1야당인 민진당이 아베의 정치를 바꿀 기개와 전략을 보이지 못했다. 도의회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들은 민진당이 인기가 없다는 점을 우려해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로 차례차례 적을 옮겼다. 민진당도 5석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호 대표, 노다 요시히코 간사장은 패배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아베의 정치에 대한 비판표가 왜 민진당으로 오지 않았는가를 반성·분석하지 않고는 민진당이 다시 서서 정치를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비판표를 흡수한 도민퍼스트회라는 지역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이 당에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은 고이케 지사의 인기에 편승해 단지 의원이 되고 싶어 한 인물이 많다. 당선이 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민당과 민진당에서 이탈해 도민퍼스트회에 들어간 정치인도 많다. 고이케 지사는 오랫동안 자민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헌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도지사 취임 뒤에도 자민당 당적을 유지했다. 아베 총리 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이케 지사가 정치 세력을 일으켜서 기존의 야당을 능가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가 국정에 복귀한다고 해도 아베 정권과 같은 방향의 정치를 추진할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를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하나는 도민퍼스트라고 하는 이름이 수상쩍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지난 5월에 오랜만에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나와서는 (신주쿠에 있는) 도립고등학교 터를 한국인 학교 용지로 제공하려 했던 것이 자신에 대한 이상한 공격의 발단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도민퍼스트의 지도적인 의원이 된 도의원은 당시 한국인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서 도유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민퍼스트라는 명칭은 그 시작부터 외국인 차별과 편협한 자국 중심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따라서 도민퍼스트회가 국정 차원에서 국민퍼스트라는 이름의 정당을 만든다면, 이는 서구에 창궐하는 극히 배외주의적인 포퓰리즘 정당이 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는 점은 일본 정치에서 일보 전진이다. 하지만 그 비판의 에너지가 온건한 민주정치의 재생으로 이어질까, 더 파괴적인 배외주의로 연결될까, 지금이 큰 분기점이다.
칼럼 |
[세계의 창] 비판표의 방향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7월2일 열렸던 도쿄도의회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23석만 얻는 데 그치는 최악의 대패를 당했다. 수도 도쿄의 지방선거인 이 선거에서는 도매시장인 쓰키지 시장을 도요스로 이전하는 문제 같은 지방 차원의 정책 현안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문제로 일반시민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식과 정당에 대한 평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은 2012년 말 출범 뒤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자민당은 전국 의회선거에서 압승을 계속했다. 국정은 아베 1강 체제라고 불렸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모죄 법안을 강행 처리라는 방법으로 통과시켰다. 또한 아베 총리와 가까웠거나 (지금도) 가까운 인물이 경영하는 학교법인에 국유지를 공짜나 다름없을 정도로 (정부가) 싸게 매각하거나, 수의학부 설립에 특별한 편의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 정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부패를 은폐했다. 아베 정권의 교만과 부패에 대해서 도쿄도민은 도의회선거라는 기회를 이용해서 드디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의 정치가 일본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해가고 있다고 비판한 사람으로서, 시민들이 아베의 정치에 대한 비판을 공유했다는 점은 우선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베의 정치를 바꿀 길은 아직 불명확하고 숙제도 많다. 우선 자민당을 대신해 정권을 담당해야 할 제1야당인 민진당이 아베의 정치를 바꿀 기개와 전략을 보이지 못했다. 도의회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들은 민진당이 인기가 없다는 점을 우려해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로 차례차례 적을 옮겼다. 민진당도 5석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호 대표, 노다 요시히코 간사장은 패배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아베의 정치에 대한 비판표가 왜 민진당으로 오지 않았는가를 반성·분석하지 않고는 민진당이 다시 서서 정치를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비판표를 흡수한 도민퍼스트회라는 지역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이 당에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은 고이케 지사의 인기에 편승해 단지 의원이 되고 싶어 한 인물이 많다. 당선이 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민당과 민진당에서 이탈해 도민퍼스트회에 들어간 정치인도 많다. 고이케 지사는 오랫동안 자민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헌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도지사 취임 뒤에도 자민당 당적을 유지했다. 아베 총리 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이케 지사가 정치 세력을 일으켜서 기존의 야당을 능가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가 국정에 복귀한다고 해도 아베 정권과 같은 방향의 정치를 추진할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를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하나는 도민퍼스트라고 하는 이름이 수상쩍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지난 5월에 오랜만에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나와서는 (신주쿠에 있는) 도립고등학교 터를 한국인 학교 용지로 제공하려 했던 것이 자신에 대한 이상한 공격의 발단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도민퍼스트의 지도적인 의원이 된 도의원은 당시 한국인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서 도유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민퍼스트라는 명칭은 그 시작부터 외국인 차별과 편협한 자국 중심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따라서 도민퍼스트회가 국정 차원에서 국민퍼스트라는 이름의 정당을 만든다면, 이는 서구에 창궐하는 극히 배외주의적인 포퓰리즘 정당이 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는 점은 일본 정치에서 일보 전진이다. 하지만 그 비판의 에너지가 온건한 민주정치의 재생으로 이어질까, 더 파괴적인 배외주의로 연결될까, 지금이 큰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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