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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6 18:02 수정 : 2017.07.16 19:34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트럼프가 집정하면서 미국은 전례 없이 한반도 문제에 올인했다. 당장 항공모함과 최신 전략무기까지 총출동했다. 북한이 움쩍하면 가차없이 선제타격을 할 태세였다. 4월 전쟁설은 세계의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시켰다. 그렇지만 수개월이 지나 북한은 그런 미국을 비웃듯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요란하던 트럼프는 제재라는 예의 방식대로 대응한다. 전쟁설은 사그라든 것 같다. 대신 또 중국에 화풀이를 하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서 가장 먼저 북핵문제에 올인했으나, 결국 제재로밖에 갈 수 없는 미국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도 강조했지만 현단계에는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두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북핵에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사상 처음의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더 밝은 미래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하였다. 신베를린선언에서는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천명하면서 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거기에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도 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지만 어디에선가 익히 듣던 이야기다. 지난 두 보수정권에서도 늘 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핵실험만 세차례 강행하고 미사일 발사는 폭죽인 양 수십차례 했다. 김정일 정권과 달리 추호의 양보나 타협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유화 제스처도 가차없이 거절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선언에도 비난 일색이다.

다른 한편, 북-중 관계는 북한이 지금만큼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시해본 적도 없다. ‘마이웨이'다. 그렇지만 사상 유례없는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경제는 불가사의하게 살아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가 상대하고 있는 지금의 북한은 예전의 북한과 다른 북한이다. 지난 방식으로만은 그런 북한을 변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솔직히 이제까지 북핵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북한에 훈수를 두면서 북한더러 먼저 무엇을 하라는 의지가 강했다. 그에 앞서 한국이 스스로 먼저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는 약했다. 지난 두 보수정권의 특징이기도 했다. 어쩌면 한국 새 정부도 이 프레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한·미가 조건 없이 먼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 또는 잠정중단 또는 축소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의 가장 큰 안보 우려부터 해소하면서 북한을 압박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기가 먼저 움직이면서 북한이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새로운 대응법은 왜 안 되는 것일까?

결국 현 국면에서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찾자면 사즉생의 의지와 결단력이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5·24 조치,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재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중 어느 하나만 실현해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의 ‘악행'을 예로 들면 반대할 이유를 천만개라도 찾겠지만, 의지와 결단력이 없다면 제재와 대화 가운데 대화는 빈말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게 아닐까.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또 천만개의 이유로 그 어려움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새 정부는 촛불시위를 배경으로 전세계의 관심과 주목 속에 고고성을 울린 정부다. 지난 어느 정부보다도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탄생하였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들이 짜놓은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수레바퀴는 북쪽으로 가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을 되풀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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