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안에서 가장 공격적인 국수주의자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최근 경질됐다. 미국의 진보적 잡지와 인터뷰를 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경제적 국수주의에 초점을 맞추며 중국을 향해 엄청난 분노를 보였던 주요한 이유의 하나도 배넌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환율 정책, 지식재산권 문제 등을 지목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는 중국에 아주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 비판을 거둬들였다. 그는 시 주석한테서 미국산 쇠고기와 금융서비스 등 몇몇 무역 관련 양보를 얻어내는 정도에 머물렀다. 북한이 대결적 태도를 버리도록 설득해달라며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배넌이 얘기했던 중국에 대한 중요한 입장들을 버린 것처럼 보였다. 배넌 노선의 반대편엔 미-중 관계 개선에 따른 편익을 강조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있다. 두 그룹은 늘 갈등했다. 이런 내부 갈등은 오전에는 중국을 비판했다가 오후에는 칭찬했던 트럼프식 대중국 정책의 모순을 설명해준다. 배넌은 퇴출당했다. 트럼프의 대아시아 정책은 바뀔까? 미-중 관계 개선을 강하게 선호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실질적인 ‘아시아 회귀’의 부활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및 경제적 차원을 포함하는 ‘아시아 회귀’를 설계했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 경제축이었던 다자간 무역협정, 즉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비롯해 아시아 동맹국들에 무기는 계속 팔 것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군비 태세가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방향 전환은 더이상 워싱턴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경제적 국수주의가 약해졌다고 해서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배넌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인터넷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복귀해 똑같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배넌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즉 일자리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 건설과 미군의 해외 분쟁 개입 제한을 통한 재정지출 축소를 지지해왔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 강령으로 트럼프는 빈부 격차 확대를 부른 경제정책과 끝없는 전쟁에 신물 난 미국인들의 표를 얻어 선거에서 이겼다. 배넌은 백악관 밖에서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세계화주의자들’과 ‘군국주의자들’을 목표물로 삼을 것이다. ‘세계화주의자들’은 월가의 금융인이던 콘 위원장과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들’을 지칭한다. ‘군국주의자들’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가리킨다. 배넌은 보수와 진보가 합의한 미국의 대외정책, 즉 자유무역에 대한 국제주의적 입장과 현재의 군비 태세 및 이를 위한 예산 유지에 대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다.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되돌아간 배넌은 선거 때 약속을 지키라고 트럼프를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결집하려 시도할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화주의자들’이나 ‘군국주의자들’의 말을 듣는다면, 심지어 트럼프와의 전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좀 더 전통적인 정치인이라면, 배넌의 퇴출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일상적인 보수적 방향으로 좀 더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배넌의 퇴출로 콘 위원장이나 매티스 장관의 논리를 좀 더 따를 수도 있지만, 그의 귀를 잡고 소곤대던 이데올로그가 사라지면서 지금보다 더 표류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번번이 중국에 실망했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갑자기 북한과 직접 협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
칼럼 |
[세계의 창] 배넌의 퇴출, 워싱턴의 정권교체? /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안에서 가장 공격적인 국수주의자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최근 경질됐다. 미국의 진보적 잡지와 인터뷰를 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경제적 국수주의에 초점을 맞추며 중국을 향해 엄청난 분노를 보였던 주요한 이유의 하나도 배넌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환율 정책, 지식재산권 문제 등을 지목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는 중국에 아주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 비판을 거둬들였다. 그는 시 주석한테서 미국산 쇠고기와 금융서비스 등 몇몇 무역 관련 양보를 얻어내는 정도에 머물렀다. 북한이 대결적 태도를 버리도록 설득해달라며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배넌이 얘기했던 중국에 대한 중요한 입장들을 버린 것처럼 보였다. 배넌 노선의 반대편엔 미-중 관계 개선에 따른 편익을 강조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있다. 두 그룹은 늘 갈등했다. 이런 내부 갈등은 오전에는 중국을 비판했다가 오후에는 칭찬했던 트럼프식 대중국 정책의 모순을 설명해준다. 배넌은 퇴출당했다. 트럼프의 대아시아 정책은 바뀔까? 미-중 관계 개선을 강하게 선호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실질적인 ‘아시아 회귀’의 부활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및 경제적 차원을 포함하는 ‘아시아 회귀’를 설계했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 경제축이었던 다자간 무역협정, 즉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비롯해 아시아 동맹국들에 무기는 계속 팔 것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군비 태세가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방향 전환은 더이상 워싱턴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경제적 국수주의가 약해졌다고 해서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배넌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인터넷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복귀해 똑같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배넌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즉 일자리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 건설과 미군의 해외 분쟁 개입 제한을 통한 재정지출 축소를 지지해왔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 강령으로 트럼프는 빈부 격차 확대를 부른 경제정책과 끝없는 전쟁에 신물 난 미국인들의 표를 얻어 선거에서 이겼다. 배넌은 백악관 밖에서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세계화주의자들’과 ‘군국주의자들’을 목표물로 삼을 것이다. ‘세계화주의자들’은 월가의 금융인이던 콘 위원장과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들’을 지칭한다. ‘군국주의자들’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가리킨다. 배넌은 보수와 진보가 합의한 미국의 대외정책, 즉 자유무역에 대한 국제주의적 입장과 현재의 군비 태세 및 이를 위한 예산 유지에 대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다.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되돌아간 배넌은 선거 때 약속을 지키라고 트럼프를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결집하려 시도할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화주의자들’이나 ‘군국주의자들’의 말을 듣는다면, 심지어 트럼프와의 전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좀 더 전통적인 정치인이라면, 배넌의 퇴출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일상적인 보수적 방향으로 좀 더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배넌의 퇴출로 콘 위원장이나 매티스 장관의 논리를 좀 더 따를 수도 있지만, 그의 귀를 잡고 소곤대던 이데올로그가 사라지면서 지금보다 더 표류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번번이 중국에 실망했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갑자기 북한과 직접 협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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