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그래도 세상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북한 핵실험 뒤에는 매번 미-중의 책임 공방이 반드시 뒤따르곤 한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시종 북핵이란 방울은 미국과 북한이 달았으니 방울 단 사람이 방울을 떼라고 한다. 발단과 과정이 북-미 갈등으로 치러져온 북핵이 왜 종당에는 당대 세계의 주요 모순으로 부상한 중-미 간 책임 공방으로 비화하는 것일까?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질서 변동기 때마다 영락없이 동북아 지각변동의 진원지였다. 냉전 종식 후에도 또한 그 역사가 재현됐다. 북핵 문제는 결코 우연히 불거진 것이 아니다. 북핵이 아니었다면 다른 그 무엇이 불거져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북한은 냉전 시기의 두 ‘형님’인 중·러에 내팽개쳐졌다. 하루아침에 ‘사회주의 시장’까지 다 잃은 북한은 고립무원의 사면초가 속에 ‘남방삼각’에서 오는 안보 위협까지 감내해야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핵 개발로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다. 그렇지만 미국에는 전략적 적대관계의 북한이 필요했다. 북한의 선택은 핵 개발로 이어졌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인도·파키스탄과 달리 장장 30년이 다 되도록 집요하게 이루어져왔다. 자의든 타의든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시간이 충분히 제공됐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정녕 북핵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일까? 결과부터 보면 미국은 북핵 게임에서 전략 이익을 챙길 대로 챙겼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유달리 강화했다.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도 미국이 원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일 관계까지 겹치면,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티엠디(TMD·전역미사일방어)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동북아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제 북핵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긴고주(손오공 머리의 금테처럼 사람을 통제하는 물건)가 됐다. 북핵이 중-미 갈등의 매개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자신의 핵이 지구를 움직일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라고 여긴다. 그 지렛목은 바로 북한이 최상의 경지에 올랐다는 지정학적 위치다. 브레진스키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지정학적 장기꾼으로 묘사했던 주변국 중국과 러시아 등 대국에, 북한은 그들이 ‘북-미 대결’에서 미국의 장기짝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이제는 자기가 장기꾼이 되어 지정학적 대결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한다. 북한의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전후로 국제정치 판도가 바뀌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오늘의 동북아 국제정치 판도를 북한이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까? 최악의 고립무원과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북한이다. 자업자득이라 하지만 북한처럼 국제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돼 손발이 묶인 나라도 없다. 30년 핵 게임에서 남은 것은 핵·미사일밖에 없다. 아시아의 최빈국이다. 최상의 지정학적 지위를 가졌기에 너 죽고 나 죽는 핵 공갈로 강대국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지구를 움직일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는 없다. 북한의 지정학적 지위도 고정불변한 지렛목은 아닐 것이다. 북한이 아이시비엠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마당에 북-미 갈등은 다시 최악으로 치닫는다. 트럼프의 미국에선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설, 공격적인 대북 옵션 패키지 준비설, 심지어 독자적인 한·일 핵무장 허용설까지 흘러나온다. 또 예외 없이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차단을 요구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들의 제재가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한다. 한-일 군사협력도 강화한다. 사드 배치도 강행한다. 어디까지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인가? 북핵이 또다시 미국이 원하는 본연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일까?
칼럼 |
[세계의 창] 북핵과 북-미 갈등, 중-미 갈등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그래도 세상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북한 핵실험 뒤에는 매번 미-중의 책임 공방이 반드시 뒤따르곤 한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시종 북핵이란 방울은 미국과 북한이 달았으니 방울 단 사람이 방울을 떼라고 한다. 발단과 과정이 북-미 갈등으로 치러져온 북핵이 왜 종당에는 당대 세계의 주요 모순으로 부상한 중-미 간 책임 공방으로 비화하는 것일까?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질서 변동기 때마다 영락없이 동북아 지각변동의 진원지였다. 냉전 종식 후에도 또한 그 역사가 재현됐다. 북핵 문제는 결코 우연히 불거진 것이 아니다. 북핵이 아니었다면 다른 그 무엇이 불거져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북한은 냉전 시기의 두 ‘형님’인 중·러에 내팽개쳐졌다. 하루아침에 ‘사회주의 시장’까지 다 잃은 북한은 고립무원의 사면초가 속에 ‘남방삼각’에서 오는 안보 위협까지 감내해야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핵 개발로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다. 그렇지만 미국에는 전략적 적대관계의 북한이 필요했다. 북한의 선택은 핵 개발로 이어졌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인도·파키스탄과 달리 장장 30년이 다 되도록 집요하게 이루어져왔다. 자의든 타의든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시간이 충분히 제공됐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정녕 북핵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일까? 결과부터 보면 미국은 북핵 게임에서 전략 이익을 챙길 대로 챙겼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유달리 강화했다.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도 미국이 원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일 관계까지 겹치면,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티엠디(TMD·전역미사일방어)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동북아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제 북핵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긴고주(손오공 머리의 금테처럼 사람을 통제하는 물건)가 됐다. 북핵이 중-미 갈등의 매개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자신의 핵이 지구를 움직일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라고 여긴다. 그 지렛목은 바로 북한이 최상의 경지에 올랐다는 지정학적 위치다. 브레진스키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지정학적 장기꾼으로 묘사했던 주변국 중국과 러시아 등 대국에, 북한은 그들이 ‘북-미 대결’에서 미국의 장기짝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이제는 자기가 장기꾼이 되어 지정학적 대결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한다. 북한의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전후로 국제정치 판도가 바뀌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온 오늘의 동북아 국제정치 판도를 북한이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까? 최악의 고립무원과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북한이다. 자업자득이라 하지만 북한처럼 국제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돼 손발이 묶인 나라도 없다. 30년 핵 게임에서 남은 것은 핵·미사일밖에 없다. 아시아의 최빈국이다. 최상의 지정학적 지위를 가졌기에 너 죽고 나 죽는 핵 공갈로 강대국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지구를 움직일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는 없다. 북한의 지정학적 지위도 고정불변한 지렛목은 아닐 것이다. 북한이 아이시비엠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마당에 북-미 갈등은 다시 최악으로 치닫는다. 트럼프의 미국에선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설, 공격적인 대북 옵션 패키지 준비설, 심지어 독자적인 한·일 핵무장 허용설까지 흘러나온다. 또 예외 없이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차단을 요구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들의 제재가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한다. 한-일 군사협력도 강화한다. 사드 배치도 강행한다. 어디까지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인가? 북핵이 또다시 미국이 원하는 본연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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