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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7 18:41 수정 : 2017.09.17 19:09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많은 성명처럼, 이 위협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무역협정에 반대했던 내가 보더라도 나쁜 조처라 말할 수밖에 없다.

먼저 확실한 것부터 지적해야겠다. 북한이 핵무기로 협박하는 때에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뒤흔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무역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갑자기 폐기하겠다고 제안하기에는 좋은 때가 아니다.

두번째로 무역협정의 효과는 되돌릴 수 없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협정이 발효된 이후 몇년간 급속히 증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겠지만, 협정은 한-미 무역관계에 확실성을 부여했고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보호주의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한국의 수출 증가가 미국 무역적자 증가에 기여한 점은 문제다. 그 적자는 주로 공산품 분야에서 생겨서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는 제조업 일자리 상실을 의미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준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무역적자 폭발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의 급속한 상실은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요 요인이었다. 무역적자는 수요를 줄이는 문제도 낳는다. 일반적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무역적자가 총수요 부족과 실업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내리기만 하면 경제를 완전고용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대침체를 볼 때 이런 견해는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단기금리를 2009년에 0으로 바닥까지 내렸는데도, 완전고용으로 쉽게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핵심은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반드시 경제를 완전고용으로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역적자로 인한 수요 감소는 심각한 거시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가 상황을 낫게 하진 않을 것이다. 무역 패턴의 변화는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 협정 폐기 뒤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 몫을 채우는 기업들은 생산비용이 가장 싼 나라를 찾을 것이고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가 될 수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다.

이는 더 나은 방향으로 협정이 바뀔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율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한국은 현재 국내총생산의 6.0%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심각하게 저평가된 통화를 의미한다. 표준적인 무역 모델에서는,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는 자본이 유입되어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올리면 수입품이 싸져서 한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연동될 것이다. 실업률이 4% 이하인 나라는 무역흑자를 낮춰 생기는 수요 감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무역흑자 감소가 실업률 증가를 야기하기 시작해도 예산적자와 국가부채가 적은 정부가 추가적인 지출과 감세로 수요를 자극할 풍부한 재정적 여유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이 바람직한 많은 다른 분야들이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만든, 기존 사법부와 다른 별도의 재판소를 가질 이유는 없다. 양국은 외국 기업의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사법 체계를 이미 갖고 있다. 특허권 및 지적재산권 독점에 대한 강력한 규정도 제거돼야만 한다. 특히 처방전이 필요한 약품이 그렇다.

요컨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개선될 여러 방법이 있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길에 별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단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함으로써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명확지 않다. 양국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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