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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4 20:25 수정 : 2017.09.24 20:30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1960년대 초, 미국은 중국이 제기할 잠재적 핵 위협을 매우 우려했다. 소련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만 해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마오쩌둥 체제의 중국은 미국에 더 철저하게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1964년 처음으로 핵무기를 시험했다. 그리고 2년 뒤 문화혁명의 정치적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중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아주 위험해지면서 수천명의 중국인이 안전한 피난처인 북한으로 피신했다는 식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도 있었다.

중국 지도부는 홍위병들이 핵시설 단지를 장악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오쩌둥의 편집증과 치매가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당시 미국의 일부 강경파들은 중국이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고 경제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핵무기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중국과 대결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화혁명이 진행되던 당시에도 미국 행정부는 반대의 결정을 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역사적 데탕트가 됐던 중국 지도부와의 비밀 협상을 시작했다.

닉슨은 전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지도자였다. 그는 반공산주의로 명성을 쌓아온 사람이었다. 아시아에서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을 깊숙이 끌어들였다. 그는 심지어 ‘미치광이 이론’도 만들었다. 미국의 국익 증진을 위해선 자신이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미쳤다고 전세계 국가들이 믿기를 원했다.

그러나 닉슨은 좀 더 정교한 지정학적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공산권 블록을 약화시키기 위해 소련과 중국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고 싶어 했다. 오래된 ‘분할 지배’ 전략의 한 형태였다. 그 결과, 미국은 1971~72년 대범하게 중국에 문호를 개방했다.

지금도 미국은 비슷한 곤경에 놓여 있다. 독재자가 지배하는 또 다른 아시아 국가의 핵 역량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강경파들은 지금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수준이 아직 낮기 때문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더 정교한 무기를 개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세계 많은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 백악관을 다시 차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 파괴’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상대방을 몰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현재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1960년대 상황보다 협상을 통한 해결이 더 용이하다.

우선, 북한 지도부는 마오쩌둥 주변의 이데올로기적인 핵심 그룹보다 실용적이다. 북한은 ‘윈윈’ 협상을 할 수 있다면 교회나 다국적기업 등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비하면 평양의 정치적 혼란은 훨씬 덜하다.

둘째, 북한은 초강대국임을 자처하지도 않는다. 북한은 외부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원한다.

셋째, 트럼프도 북한과의 협상을 원하는 이유들이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회피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은 중국과 북한의 틈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을 비롯한 미국 기업이 북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를 갈망한다.

미국이 1960년대에 중국과 전쟁을 했다면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던 대로 재앙이 됐을 것이다. 지금도 모든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종말론적 재앙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내각의 주요 참모들조차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미국이나 지역 동맹국들에 파멸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윈윈’ 해결책을 찾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 1970년대에 미국의 미친 남자와 중국의 한 노인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트럼프와 김정은도 똑같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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