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본 중의원 해산과 동시에 최대 야당인 민진당이 사실상 해산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새로 세운 ‘희망의 당’에 합류하게 됐다. 총선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과 ‘희망의 당’, 공산·사민 좌파라는 3개 세력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예전부터 나 자신이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해온 헌법 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민진당을 포함한 야당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희망의 당’ 합류를 결정한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배신당한 사람이 바보다. 한탄해봐야 소용없지만, 곰곰이 생각은 해봐야 한다. 현재 일본 정치에서 최대 과제는 권력을 사유화해서 폭주를 계속하는 아베 정권에 대항해서 일단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의와 주장을 뒤로 미루고 큰 야당을 만들어 자민당을 능가하는 것이 손쉽고 빠른 방법인 듯 보인다. ‘희망의 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진정한 “관용적 보수 정당”이라면, 대결집도 가능하다고 나 자신이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희망의 당’이 본래 뜻처럼 ‘아베 정치’를 바꿀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크게 의문이 든다. ‘희망의 당’은 고이케 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도 인사도 그가 생각하는 그대로다. 그의 정치 이념은 서구의 우파 포퓰리즘과 똑같다. 그 자신은 프랑스에서 보수·혁신 양대 세력 구도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획득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대표인 마린 르펜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고이케 지사의 외국인 차별 의식이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듯, 9월1일 간토(관동)대지진 기념일에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추도 메시지 발표를 거부했다. 다른 희생자들과 같이 추도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학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 인식은 부정확하고, 인간으로서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인물이 대표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당’은 이름과는 반대로 암흑과 공포의 당이다. 민진당 의원들이 입당을 희망하자, 고이케 지사는 개헌에 찬성하느냐 마느냐 하는 ‘후미에’(17~19세기 때 에도 막부가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밟게 한 예수나 성모마리아 그림)를 밟게 해서 선별·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일거에 정권교체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 아베 정권이 해온 헌법 파괴에 정공법으로 저항해온 입헌주의 세력을 정치적 선택지로서 확실히 남기는 것도 아베 정치를 멈추게 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는 무엇보다도 이념적 중심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민진당이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희망의 당’에 흡수되면 헌법 수호와 경제적 평등을 주장해온 세력은 극히 작은 공산당과 사회민주당만 남는다. 하지만 국민들 중에서 헌법, 특히 제9조를 지키자는 의견이 과반수이고, 약육강식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유효한 선택지를 확보하게 하는 것이 정당 재편이 유동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필요하다.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신당의 안쪽을 보면, 우파와 전 민진당, 전 자민당 등 여러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지속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큰 정당 재편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때는 정치가 한 사람 한 사람, 특히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치가일수록 자신의 원리, 원칙과 양심에 비춰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이를 시민이 떠받치는 수밖에 없다.
일본 |
[세계의 창] 일본 온건 좌파의 행방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본 중의원 해산과 동시에 최대 야당인 민진당이 사실상 해산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새로 세운 ‘희망의 당’에 합류하게 됐다. 총선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과 ‘희망의 당’, 공산·사민 좌파라는 3개 세력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예전부터 나 자신이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해온 헌법 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민진당을 포함한 야당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희망의 당’ 합류를 결정한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배신당한 사람이 바보다. 한탄해봐야 소용없지만, 곰곰이 생각은 해봐야 한다. 현재 일본 정치에서 최대 과제는 권력을 사유화해서 폭주를 계속하는 아베 정권에 대항해서 일단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의와 주장을 뒤로 미루고 큰 야당을 만들어 자민당을 능가하는 것이 손쉽고 빠른 방법인 듯 보인다. ‘희망의 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진정한 “관용적 보수 정당”이라면, 대결집도 가능하다고 나 자신이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희망의 당’이 본래 뜻처럼 ‘아베 정치’를 바꿀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크게 의문이 든다. ‘희망의 당’은 고이케 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도 인사도 그가 생각하는 그대로다. 그의 정치 이념은 서구의 우파 포퓰리즘과 똑같다. 그 자신은 프랑스에서 보수·혁신 양대 세력 구도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획득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대표인 마린 르펜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게 고이케 지사의 외국인 차별 의식이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듯, 9월1일 간토(관동)대지진 기념일에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추도 메시지 발표를 거부했다. 다른 희생자들과 같이 추도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학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 인식은 부정확하고, 인간으로서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인물이 대표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당’은 이름과는 반대로 암흑과 공포의 당이다. 민진당 의원들이 입당을 희망하자, 고이케 지사는 개헌에 찬성하느냐 마느냐 하는 ‘후미에’(17~19세기 때 에도 막부가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밟게 한 예수나 성모마리아 그림)를 밟게 해서 선별·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일거에 정권교체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 아베 정권이 해온 헌법 파괴에 정공법으로 저항해온 입헌주의 세력을 정치적 선택지로서 확실히 남기는 것도 아베 정치를 멈추게 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는 무엇보다도 이념적 중심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민진당이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희망의 당’에 흡수되면 헌법 수호와 경제적 평등을 주장해온 세력은 극히 작은 공산당과 사회민주당만 남는다. 하지만 국민들 중에서 헌법, 특히 제9조를 지키자는 의견이 과반수이고, 약육강식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유효한 선택지를 확보하게 하는 것이 정당 재편이 유동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필요하다.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신당의 안쪽을 보면, 우파와 전 민진당, 전 자민당 등 여러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지속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큰 정당 재편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때는 정치가 한 사람 한 사람, 특히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치가일수록 자신의 원리, 원칙과 양심에 비춰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이를 시민이 떠받치는 수밖에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