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0.29 19:06 수정 : 2017.10.29 19:29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10월22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여당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465석 중 313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이런 결과는 선거 공시 직전 최대 야당이었던 민진당이 분열했기 때문에 나온 필연이다. 중의원 해산 직전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세운 ‘희망의 당’에 합류한다는 기묘한 안을 내놨다. 하지만 고이케 ‘희망의 당’ 대표는 민진당에서 오는 사람을 선별해서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배제했다. 이 “배제”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켜, ‘희망의 당’에 대한 기대는 급속히 시들었다. 최대 야당인 ‘희망의 당’이 총리 후보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채 선거에 임한 시점부터 선거 결과는 예상이 가능했다. (고이케 대표는 총선에 입후보하지 않았으며, 총선에서 승리하면 누구를 총리로 세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특이성이 있다. 선거전 도중에 <아사히신문>이 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38%, 비지지율은 40%로 지지하는 사람이 소수였다. 또한 앞으로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정권이 계속돼도 좋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변은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정권’이 37%, ‘자민당 이외 정당에 의한 정권’이 36%였다. 아베 총리가 이후에도 총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하면 좋다’는 34%,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51%로 나타났다. 아베 정권에 대한 싫증과 불신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가 3, 4년 더 정권을 쥘 것은 확실하고, 그는 국회 다수 의석으로 자신의 염원인 헌법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정기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내년 후반에 국민투표를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에서는 무적인 아베 정권이지만 민의라는 적을 가볍게 보다가는 실패할 것이다. 앞서 소개한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헌법 제9조를 개정해 제3항에 ‘자위대’를 명기하자는 아베 총리의 개헌안에 대해 찬성 37%, 반대 40%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헌법 개정이 발의돼도 국민투표에서 통과될지는 의심스럽다. 현행 헌법 아래에서도 일본의 방위가 가능하고,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를 볼 때도, 국민의 의견이 갈린 문제에 대해 굳이 국민투표를 해서 대립을 표면화하는 것은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때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국난”을 타개하기 위한 선거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여당의 승리는 “북한 덕분”이라고 발언했다. 아베 정권은 북한에 대한 국민의 공포나 적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국난은 안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정치 지도자가 이를 직시하지 않는 점이 국난을 더욱 심각화한다. 일본은 지금 인구 감소와 거대한 재정적자라는 구조적인 곤란에 직면해 있다. 표면적으로 높은 주가의 그늘에서는 고베제강과 닛산자동차 등에서의 부정이 드러나, 세계 일류라고 불려온 산업 부문에서도 부패가 진행돼온 사실이 확인됐다. 현명한 정치 지도자라면 불필요한 헌법 개정에 시간과 힘을 쓸 게 아니라 이런 실질적 정책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타개책을 정하고 실시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아베 정치에 대한 대항 세력이 없다는 것도 정치적 국난이다. 분열 상황의 야당이 다시 정권 교체를 담당할 야당으로 재건되는 것이 급무다. 이번 선거에서 제1 야당으로 올라선 입헌민주당이 헌법의 평화주의와 국민 생활 본위의 경제정책을 희망하는 민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가 일본 민주 정치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