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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9 18:33 수정 : 2017.11.19 19:23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양쪽의 레토릭은 아무리 봐도 도가 지나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리틀 로켓 맨”이라고 불렀다. 한국 국회 연설에선 북한을 “감옥 국가”라고 칭했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노망난 늙은이”라고 맞받아쳤다. ‘말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낙관론자들은 전쟁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주장한다. 북한도 미국이나 한국, 일본을 공격한다면 대대적인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선제공격은 자살행위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어떨까? 그는 북한을 공격할 만큼 미쳤을까?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했다. 검토 끝에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권고 사항을 내놨다. 정권교체나 전쟁은 권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도 북한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열세지만 여전히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서울을 사정거리에 둔 장사정포들이 엄청난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이 여전히 낙관적인 또 다른 이유는 어느 쪽도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군은 가장 최근에 핵항모 3대의 연합훈련을 포함해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해왔다.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대비한 비상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실제 공격 준비를 위해 더 추가된 움직임은 없다. 그건 북한 쪽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비관론자들은 전쟁이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우려한다. 전쟁은 실수, 계산착오, 오해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미사일 공격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북한은 한·미·일이 참여하는 해상 훈련을 전면적인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도 갈수록 전쟁 위기를 걱정한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협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북한에 “협상 테이블로 나와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촉구했다. 이란이나 쿠바와 달리, 트럼프에게는 찢어버릴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의 합의가 없다. 그가 오바마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 아니면 평화인가?

세 번째 옵션이 있다. 현상유지가 계속되는 것이다. 사업가로서 트럼프 개인의 역사에 비춰볼 때 이것이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0년대 초, 트럼프는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플라자’ 카지노를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베라 코킹이란 사람이 소유한 근처 주택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바꾸고 싶어했다. 코킹은 다른 카지노 소유자의 똑같은 시도도 막아냈던 터였다.

트럼프는 코킹에게 거액의 돈을 제안했지만 계속 거부당했다. 그게 안 되자, 트럼프는 코킹에게 압력을 가했다. 시 정부를 동원해 코킹을 협박하도록 했다. 코킹은 트럼프를 “구더기, 바퀴벌레, 인간쓰레기”라고 불렀다.

둘은 결국 법정으로 갔고 코킹은 트럼프와 시 정부를 상대로 싸워 이겼다. 코킹은 높은 카지노 건물의 그늘 속에서 10년을 더 살았고 결국 트럼프 플라자는 2014년 문을 닫았다.

북한은 또 하나의 코킹이다. 트럼프에게 계속 “안 돼”라고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를 모욕하기도 했다. 엄청난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코킹에겐 자신에게 유리한 법이 있었고,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카지노 사례처럼 미-북 간 교착상태는 아마도 계속될 것이고, 트럼프는 미국을 거의 파산시킨 뒤 퇴임할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코킹과 같은 성공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위험은 애틀랜틱시티보다 훨씬 더 높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와의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 백악관의 다음 주인이 덜 무례할 수는 있지만, 협상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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