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새해 벽두에 한반도는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근 10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언제 그랬냐 싶게 전광석화의 속도로 녹아내리는 듯하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인자견인, 지자견지’(仁者見仁智者見智, 어진 이의 눈에는 어진 것이 보이고 지혜로운 이의 눈에는 지혜로운 것이 보임)인 것 같다. 한·미는 이를 대북제재의 결과물로 보는 반면, 북한은 자기들이 주동적 조처로 평창올림픽에 보내준 “구원의 손길”이라 한다. 해석은 달라도 남북 모두 평창올림픽을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현명한 결단이다. 남북대화의 물꼬가 이번에 갑작스레 터진 것 같지만,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남북 모두 긴 호흡으로 차분히 준비해온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구상을 무르익혀왔고,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 단계를 선포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그 후속 단계로 남북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구상해왔을 것이다. 남북대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 지난 24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남북대화 공세의 1라운드였다면 이 호소문은 2라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호소문은 솔직히 한국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한국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하루 앞두고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상대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는 마이웨이식 밀어붙이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세월 북한은 관건적 시기에 한국의 ‘진보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보단 힘을 빼는 경우가 더 많았던 듯하다. 남과 북은 모두 평창올림픽을 돌파구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려 하지만 그 목적은 달라 보인다. 한국은 이 분위기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로 이어가려 한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로 끌어가려 하고, 북핵이 “북남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매도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에 임하는 남북의 태도는 다 같이 진지하다. 한국은 남북회담이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남북대화 내내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사실 북한도 한국이 북-미 관계에서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것을 바란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한국에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가 연동하면서 북핵과 남북 교류가 ‘병진’돼 다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남북에 화해 무드가 이어지자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면서도, 대북 추가 제재라는 고강도 카드를 또 꺼내 들고 북한을 더 강하게 옥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북 압박이 없었다면 남북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대화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1차 북핵위기 때 그랬고 2차 북핵위기 때도 그랬듯이,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거기에 한국의 보수진영은 올림픽 마당이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된다고 문재인 정부에 비난 일색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오히려 수백명의 북한 젊은이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며 자본주의 체제를 견학하게 된다. 지난 9년 ‘지옥’이라고 악마화했던 북한 체제다. 어느 쪽이 더 우려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과 6월 지방선거, 북한과 미국, 그리고 보수진영에서 오는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으며 살얼음판에 올라선 모양새다. 당장 북한의 2·8 열병식이 다가온다. 찻잔의 태풍이 될지, 지진이 될지 누구도 모른다. 거기에 또다시 4월 전쟁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지지율도 요동칠 수 있다. 그것은 역으로 문재인 정부가 중심에 서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류지주(中流砥柱, 황하 격류의 가운데 서 있는 지주산처럼 역경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버팀목)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칼럼 |
[세계의 창] 살얼음판에 올라선 문재인 정부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새해 벽두에 한반도는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근 10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언제 그랬냐 싶게 전광석화의 속도로 녹아내리는 듯하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인자견인, 지자견지’(仁者見仁智者見智, 어진 이의 눈에는 어진 것이 보이고 지혜로운 이의 눈에는 지혜로운 것이 보임)인 것 같다. 한·미는 이를 대북제재의 결과물로 보는 반면, 북한은 자기들이 주동적 조처로 평창올림픽에 보내준 “구원의 손길”이라 한다. 해석은 달라도 남북 모두 평창올림픽을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현명한 결단이다. 남북대화의 물꼬가 이번에 갑작스레 터진 것 같지만,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남북 모두 긴 호흡으로 차분히 준비해온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구상을 무르익혀왔고,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 단계를 선포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그 후속 단계로 남북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구상해왔을 것이다. 남북대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 지난 24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개최하고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남북대화 공세의 1라운드였다면 이 호소문은 2라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호소문은 솔직히 한국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한국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하루 앞두고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상대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는 마이웨이식 밀어붙이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세월 북한은 관건적 시기에 한국의 ‘진보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보단 힘을 빼는 경우가 더 많았던 듯하다. 남과 북은 모두 평창올림픽을 돌파구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려 하지만 그 목적은 달라 보인다. 한국은 이 분위기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로 이어가려 한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로 끌어가려 하고, 북핵이 “북남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매도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에 임하는 남북의 태도는 다 같이 진지하다. 한국은 남북회담이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남북대화 내내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사실 북한도 한국이 북-미 관계에서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것을 바란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한국에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가 연동하면서 북핵과 남북 교류가 ‘병진’돼 다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남북에 화해 무드가 이어지자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면서도, 대북 추가 제재라는 고강도 카드를 또 꺼내 들고 북한을 더 강하게 옥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북 압박이 없었다면 남북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대화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1차 북핵위기 때 그랬고 2차 북핵위기 때도 그랬듯이,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거기에 한국의 보수진영은 올림픽 마당이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된다고 문재인 정부에 비난 일색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오히려 수백명의 북한 젊은이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며 자본주의 체제를 견학하게 된다. 지난 9년 ‘지옥’이라고 악마화했던 북한 체제다. 어느 쪽이 더 우려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과 6월 지방선거, 북한과 미국, 그리고 보수진영에서 오는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으며 살얼음판에 올라선 모양새다. 당장 북한의 2·8 열병식이 다가온다. 찻잔의 태풍이 될지, 지진이 될지 누구도 모른다. 거기에 또다시 4월 전쟁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지지율도 요동칠 수 있다. 그것은 역으로 문재인 정부가 중심에 서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류지주(中流砥柱, 황하 격류의 가운데 서 있는 지주산처럼 역경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버팀목)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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