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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8 17:56 수정 : 2018.03.18 19:11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3월 초, 일본 정치는 안팎의 격동으로 흔들렸다. 하나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구하는 움직임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 국내의 일로,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부당하게 양도한 것에 대해서 재무 관료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명백해진 사건이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회담을 요청한 데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이를 받아들인 일은 나도 놀랐다. 이로써 북한 핵·미사일 위협 해소라는 목표까지 일직선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는 해도 직접 대화를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성과가 있을 것이고, 전쟁의 위험성이 크게 멀어질 것은 확실할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좋은 기회를 붙잡아 북한과 대화의 창을 연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반도 정세 전개에서 일본은 뒤처져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에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시기에 연기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본인은 미국을 대신해서 압력을 가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지만, 핵심인 미국이 방침 전환을 결단했다. 일본의 압력 일변도 노선은 허공에 떠버렸다. 북-미 대화 발표 직후, 아베 총리는 4월에 미국을 방문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큰 아이들의 놀이에 끼려고 따라다니는 어린아이 같다는 인상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일본이 한반도를 둘러싼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무리다. 한반도 안정화를 위한 다국 간 틀이 만들어지면 일본도 그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국제 정세의 급한 전개에 따라가지 못한 것은 일본 정치 지도자가 정답을 하나만 들고, 이에 대한 의문이나 비판에 일절 귀를 기울이지 않는 오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만에 대한 비판이 모리토모학원 의혹의 급속한 전개라는 형태로 아베 정권을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 부부와 친밀한 관계였던 인물이 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소학교 개설을 위해서 국유지를 큰 폭으로 할인해 국가가 매각한 사건은 최근 1년간 국회에서 추궁되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도, 국유지를 관리하는 재무성도 구체적 근거 없이 총리가 결백하고 매각은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이 이 매각 안건이 “특수한 것”이라고 적힌 행정문서의 내용을 총리와 재무 관료의 국회 답변 내용과 들어맞도록 나중에 고쳤다고 보도하면서, 일거에 아베 정부가 모리토모학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깊어졌다. 그리고 재무성도 문서에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이 발족한 이후, 정권은 방송사에 자주 압력을 가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막으려고 해왔다. 또한 총리가 신문사나 방송사 간부와 자주 식사를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왔다. ‘아베 1강’ 체제라고 불리는 중에 정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논의는 점점 적어졌다.

모리토모학원 의혹이 처음 지적됐을 때 정권은 이 문제를 가볍게 봤던 게 틀림없다. 문제가 없다고 강변을 계속하면 미디어도 다루지 않게 되고, 국민도 잊어버릴 것이라며 우습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행정의 공평성과 법 아래의 평등이라는 근대국가의 골격에 관한 중대한 문제다. 정부 자신이 사건의 전체 내용을 모두 설명할 때까지 국민의 분노는 계속되리라.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문재인 정권을 낳고, 이것이 다시 한반도 긴장 완화에 연결되었다. 일본에서는 공정한 정부를 요구하는 시민의 움직임이 변화를 일으키리라고 기대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야당의 분열과 무기력이라는 문제가 있으나 우선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서 정치의 회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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