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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1 21:32 수정 : 2018.07.02 13:50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당신이 은행에 가서 300만달러를 빌렸는데 갚지 못하면 당신이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은행에서 3억달러를 빌렸는데 갚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과 은행 둘 다 문제가 된다. 따라서 막대한 투자를 한 은행은 당신이 실패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 당신의 성공은 곧 은행의 성공이 된다.

트럼프는 북한에 비슷한 투자를 했다. 그 투자가 금전적인 것은 아니다. 평양에는 ‘아직’ 트럼프타워도 없다.

대신 트럼프는 북한에 대규모 ‘정치자본’을 투자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 기득권층의 조언을 무시하고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북한 지도자가 진정으로 비핵화에 착수할 의향이 있는지를 놓고 모험을 하고 있다.

이제 그는 엄청난 투자를 해놔서 북한과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실패는 곧 북한뿐 아니라 트럼프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북한에 선불금을 지급했다. 첫째,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그는 김정은을 “매우 재능있고”, “매우 똑똑하며”, “매우 훌륭한 협상가”라고 선언했다. 북한 지도자가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선물이었다.

둘째, 트럼프는 올해 여름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그가 자신의 군 참모들이나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셋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엄격한 시간표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나 언론,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나쁜 투자를 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이들한테 싱가포르 성과에 대해 매우 나쁜 점수를 받았다. 그들은 북한이 트럼프를 전략적으로 압도했고,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공동성명은 모두 ‘쇼’이며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지극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미국 외교정책 엘리트들의 분석은 틀렸다. 트럼프의 투자는 이미 중요한 배당금을 산출했다.

남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조처를 논의하고 있다. 그들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개성공단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남북 화해의 진전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간절함 덕분에 트럼프는 남북이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경제 제재라는 주요한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모든 제재에는 예외가 있다. 남북은 관계 진전에 맞춰 개성공단과 같은 합작사업을 제재의 예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위해선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엄청나게 성공적이었으며, 트럼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했다는 ‘유용한 소설’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행정부가 비핵화 시간표를 정하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행정부가 정상회담 결과를 의회에 아직 보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벤처기업의 성공 쪽에 투자를 한 것이다. 벤처기업이 실패하면 트럼프도 실패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트럼프는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누가 됐든 트럼프의 후임자보다는 트럼프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김정은이 북-미 관계를 바꾸고자 한다면 2년 동안 기회의 창이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평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처를 취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남북은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투자하고 싶어 하는, 너무 커져 망하기 힘든 ‘대마불사’의 남북 합작사업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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