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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2 21:09 수정 : 2018.08.13 09:37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북-미 정상회담 뒤 ‘6·12 공동성명’ 이행이 종전선언을 둘러싼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남북은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종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과 미국 역시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다 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한 당사자 중국은 이미 한·미와 각각 정상적 국교를 맺었다. 그렇다면 상징적 의미라는 ‘종전선언’이 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을까?

지난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북·미가 다툰 핵심 이슈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우선순위였다. 북한은 ‘선 평화체제 수립, 후 핵문제 해결’을, 미국은 ‘선 핵문제 해결, 후 평화체제 수립’을 각기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사실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2위1체이다. 북·미가 해결 의지만 확고했다면 동시 원칙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미는 모두 북핵을 전략적으로 다뤘고, 그 해결 의지는 약했다. 결국 서로 동전의 한쪽만 강조했다.

작금의 북핵 정국은 6자회담 때와는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해결 의지는 어느 대통령보다도 강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두 정상의 의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디테일(세부 사항)에서 북·미는 ‘선 종전선언’과 ‘선 비핵화 리스트’로 다시 맞서고 있다. 정상들의 확고한 의지와 실무 관료들의 관성적 관념 간에 괴리가 생겨서일까? 지난 6자회담의 패턴으로 돌아간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물론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중지와 핵실험장 폐기를 했고, 미사일 발사장 해체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수십년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결정했다. 북한은 2016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됐다. 북핵 30년 역사에서 엄청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북한 모두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상대방의 ‘선의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며 상호 비난한다.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역시 종전선언에 깔려 있는 북·미 및 관련국들의 복잡한 셈법 때문이 아닐까?

미국은 종전선언 후 주한미군 철수 문제, 유엔군사령부 해체 문제, 군사적 옵션의 명분 소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한-미 동맹의 역할 변화, 사드 철수 문제와 같은 ‘불편한 진실’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다. 북핵을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도 다뤄온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이뤄질 경우의 지각 변동을 전략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3자, 4자 논쟁’에도 어느 정도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는 듯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초기 단계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중국 일각의 우려는 기우일 수 있지만, 중국의 참여를 원치 않는 미묘한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결국 종전선언 논란에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현실 그 자체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선 종전선언’도 국제정치의 현실과 유리될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별 동시 원칙’에 따르더라도 북한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조처를 보여주며 종전선언을 성사시켜야 한다.

종전선언은 상징적 의미를 훨씬 초월하며 큰 파급효과를 생성할 수 있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 파급효과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핵화 로드맵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단계별 동시 원칙’에 따른 로드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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