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현재 일본 정치 최대의 관심사는 9월20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다. 일본처럼 의원내각제인 나라에선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이 선거는 일본의 최고 지도자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직인 아베 신조 총재는 2012년 말에 제2차 정권을 발족시킨 이후 중앙정치 선거에서 승리를 거듭해왔다. 자민당은 지난해 당 총재 임기 상한 규정을 개정해 총재 3선을 가능하게 했다. 아베 총리는 3선을 목표로 이번에도 입후보했다. 자민당 국회의원 대부분의 지지를 얻어서 승리는 확실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예전 자민당에서는 총리·총재 자리를 둘러싸고 현직 총재에 맞서 유력 의원이 도전하는 선거가 여러번 있었다. 총재 선거가 파벌의 금권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반성 때문에 1990년대에 소선거구제와 정당 교부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뒤 20년가량 지난 지금 실제 정당 안에서 권력 집중 현상이 진행돼, 총리·총재 등 주류에 반대하는 이들이 소멸한 듯하다. 이번에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입후보를 표명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의원은 극히 일부다. 자민당의 변화에서 ‘금석지감’(지금과 옛날을 비교할 때 차이가 매우 심하여 느끼는 감정)을 느낀다. 정당의 권력 집중화, 총리·총재의 권력 강화는 1990년대에 이뤄진 제도 개혁이 지향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겉모양에 그치고 말았다. 강력해진 리더가 강화된 힘에 걸맞은 책임감과 도덕의식을 지녔다면, 민의에 응답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가 나라를 이끈다는 이상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경우 그가 지닌 큰 힘과 국민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 사이에 거대한 낙차가 있다. 이는 국회 심의 때 성실히 토론하기를 거부하고 모리토모·가케학원 의혹(아베 총리가 특정 사학법인에 특혜를 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관한 설명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 등으로 명백해졌다. 강한 리더에게 강한 대항세력이 없다면 민주정치는 쉽게 다수의 전제 정치로 추락한다. 아베 독재를 허용한 원인은 자민당 의원들이 ‘이왕 의지하려면 큰 나무가 낫다’(남에게 의지할 바에는 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게 좋다는 뜻)는 동조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 제도를 개혁하는 중에 권력에 굴하지 않는 독립적인 시민·주권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런 시민이 활발히 발언하고 행동하기 쉬운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완전히 빠뜨리고 말았다. 그런 실수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고 통감한다. 아베 정권 아래 공교육에서 도덕과 애국심 교육이 강화됐다. 또 고등학교에서 정치경제 대신 공공(公共)이라는 과목이 신설됐다.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자국을 비판하는 것을 금지·억압하고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현존 질서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가르치면, 일본 사회의 획일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학교 교육 중에 공공심(公共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 권력 사유화에 항의해 수백만명의 한국 시민이 거리에 나와서 항의한 것이 주권자로서 공공심의 발로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미국에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항의해 고교생이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는 것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정신의 발로이다. 일본에서 교사가 이런 식으로 해설하고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말하면, 그 교사는 교육위원회에서 징계받고, 편향적 교사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다. 일반 시민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신론이 되어서는 효과가 없다. 우선은 매스미디어, 학자·평론가처럼 권력을 체크하는 것이 일의 일부인 사람들이 ‘이왕 의지하려면 큰 나무가 낫다’는 태도를 버리고 독립적인 발언을 해야 한다. 마침 아베 총리는 총재 선거 중에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밝히고 있다. 독립한 언론인, 언론 기관이 없다면, 아베 장기 정권은 일본 민주정치가 붕괴하는 데 결정적인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칼럼 |
[세계의 창] 일본의 획일화 과잉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현재 일본 정치 최대의 관심사는 9월20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다. 일본처럼 의원내각제인 나라에선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이 선거는 일본의 최고 지도자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직인 아베 신조 총재는 2012년 말에 제2차 정권을 발족시킨 이후 중앙정치 선거에서 승리를 거듭해왔다. 자민당은 지난해 당 총재 임기 상한 규정을 개정해 총재 3선을 가능하게 했다. 아베 총리는 3선을 목표로 이번에도 입후보했다. 자민당 국회의원 대부분의 지지를 얻어서 승리는 확실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예전 자민당에서는 총리·총재 자리를 둘러싸고 현직 총재에 맞서 유력 의원이 도전하는 선거가 여러번 있었다. 총재 선거가 파벌의 금권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반성 때문에 1990년대에 소선거구제와 정당 교부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뒤 20년가량 지난 지금 실제 정당 안에서 권력 집중 현상이 진행돼, 총리·총재 등 주류에 반대하는 이들이 소멸한 듯하다. 이번에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입후보를 표명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의원은 극히 일부다. 자민당의 변화에서 ‘금석지감’(지금과 옛날을 비교할 때 차이가 매우 심하여 느끼는 감정)을 느낀다. 정당의 권력 집중화, 총리·총재의 권력 강화는 1990년대에 이뤄진 제도 개혁이 지향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겉모양에 그치고 말았다. 강력해진 리더가 강화된 힘에 걸맞은 책임감과 도덕의식을 지녔다면, 민의에 응답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가 나라를 이끈다는 이상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경우 그가 지닌 큰 힘과 국민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 사이에 거대한 낙차가 있다. 이는 국회 심의 때 성실히 토론하기를 거부하고 모리토모·가케학원 의혹(아베 총리가 특정 사학법인에 특혜를 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관한 설명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 등으로 명백해졌다. 강한 리더에게 강한 대항세력이 없다면 민주정치는 쉽게 다수의 전제 정치로 추락한다. 아베 독재를 허용한 원인은 자민당 의원들이 ‘이왕 의지하려면 큰 나무가 낫다’(남에게 의지할 바에는 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게 좋다는 뜻)는 동조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 제도를 개혁하는 중에 권력에 굴하지 않는 독립적인 시민·주권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런 시민이 활발히 발언하고 행동하기 쉬운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완전히 빠뜨리고 말았다. 그런 실수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고 통감한다. 아베 정권 아래 공교육에서 도덕과 애국심 교육이 강화됐다. 또 고등학교에서 정치경제 대신 공공(公共)이라는 과목이 신설됐다.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자국을 비판하는 것을 금지·억압하고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현존 질서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가르치면, 일본 사회의 획일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학교 교육 중에 공공심(公共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 권력 사유화에 항의해 수백만명의 한국 시민이 거리에 나와서 항의한 것이 주권자로서 공공심의 발로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미국에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항의해 고교생이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는 것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정신의 발로이다. 일본에서 교사가 이런 식으로 해설하고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말하면, 그 교사는 교육위원회에서 징계받고, 편향적 교사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다. 일반 시민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신론이 되어서는 효과가 없다. 우선은 매스미디어, 학자·평론가처럼 권력을 체크하는 것이 일의 일부인 사람들이 ‘이왕 의지하려면 큰 나무가 낫다’는 태도를 버리고 독립적인 발언을 해야 한다. 마침 아베 총리는 총재 선거 중에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밝히고 있다. 독립한 언론인, 언론 기관이 없다면, 아베 장기 정권은 일본 민주정치가 붕괴하는 데 결정적인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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