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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4 17:48 수정 : 2018.10.14 19:19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냉전 종식 이후 동북아의 질서 재편은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그 서막을 열었다. 그 북핵이 질주를 멈추고 갈림길에 서 있다. 종착역이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바야흐로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것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근대 이후의 역사를 돌아보면 동북아 질서의 붕괴나 재편 또는 고착은 예외 없이 한반도에서 그 태동을 알렸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두 한반도를 무대로 한 강대국들의 전쟁으로 점철됐다. 한반도는 동북아 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전쟁의 진원지였다. 그 전쟁들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다툼이기도 했고, 부상하는 강대국과 기성 강대국 사이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잉태된 새로운 질서는 승자에게 향방을 맡겼다. 청일전쟁이 그랬고 러일전쟁이 그랬다. 그 뒤의 동북아 질서는 두 전쟁의 승자인 일본에 의해 향방이 좌우되었다.

2차 세계대전 후의 동북아 질서는 승자인 미국과 소련에 의해 향방이 좌우됐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는 두 쪽으로 분단됐다. 그 뒤 벌어진 한국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동서 두 진영의 대결인 냉전 질서를 고착시켰다.

역사적으로 새 국제 질서가 구축되는 것은 늘 강대국들의 부상과 맥락을 같이해왔다. 베스트팔렌 체제가 그랬고, 빈 체제도 그랬으며, 얄타 체제 역시 그랬다. 동서냉전이 끝난 뒤 세계 유일의 초대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동북아, 나아가서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하려 했다.

북한의 생존 전략은 미국의 전략과 충돌하면서 북핵의 싹을 틔웠고, 북핵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시공간을 같이하면서 동북아 국제정치의 축소판이 됐다. 거기엔 새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을 위한 동북아 국제관계도 집약됐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사실상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한 첫 시도였다.

동북아 관련국들이 그 틀 안에서 새로운 질서에서 지분을 나누기 위한 줄다리기를 했다. 그 결과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도출됐다. 한반도 비핵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를 위한 실무그룹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사실상 6자가 함께 그린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밑그림이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6자회담은 막을 내렸고 그 시점은 바로 중국이 일본을 초월하여 세계 제2의 경제체로 떠오른 시점이기도 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른 역학관계의 변화는 동북아 질서 구축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미 관계가 동북아 질서 구축의 향방을 좌우하는 주요 모순으로 떠오른 것이다. 6자가 그린 동북아 질서의 청사진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은, 결국 6자의 줄다리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국이 전광석화와 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동북아 질서 구축이 다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동북아 질서 구축의 천시, 지리, 인화가 이루어진 것일까. 하지만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이 강대국들에 좌우된다고 할 때, 현시점에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중-미 갈등은 분명 동북아 질서 구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동북아 질서가 어떤 모양으로 형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싸움은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이 될지도 모를 강대국들의 다툼에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가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패턴을 뛰어넘는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

한반도는 동북아 질서 교체기 때마다 고래 싸움의 희생물이 되어왔다. 그 희생물의 ‘반란’이라 해야 할지, 문재인 대통령은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놓았다. 어찌 보면 역사적 패턴을 뒤집는 발상이라 하겠다. 가능할까? 적어도 올 한해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의 변화는 새로운 패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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