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한해가 저물어가고 겨울이 다가와서일까. 올 초부터 경천동지의 변화로 한반도를 뜨겁게 달궈왔던 열기는 식어가고 북-미 관계는 다시 지난 패턴으로 얼어붙는 느낌이다. 북한은 미국이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병진 노선’이 심중하게 재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북한 정권 교체를 대북 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변죽을 울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정곡을 찌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 살라미 전술로 얻을 것은 다 얻고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은 핵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게 된다. 결국 핵도 없고 제재도 없던 원상태로 복귀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북한의 30년 핵개발은 ‘나무아미타불’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북한은 비핵화의 불가역적 조처를 취해왔다고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지했지만, 북한 역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일까? 미국은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대화에 나섰다고 본다. 북한은 미국이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받게 되어 담판에 나온 것으로 본다. 서로 초기 조건을 다르게 본다. 엇박자의 원인이다. 그렇기에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은 사실상 ‘패자’를 다루는 방식에 가깝다. 북한이 요구하는 호혜성과 평등성이 아니다. 단계적이지도 동시적이지도 않다. 이제 중간선거라는 발등의 불을 끄고 대선까지는 2년이 남아 여유를 부릴 시공간도 생겼다. 북한은 다시 미국에 위협이 되는 ‘병진 노선’의 부활까지 거론한다. 어찌 보면 미국이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미국은 북핵을 해결할 능력은 있지만 의지는 약했다. 북핵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 강화와 거기에 힘입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충분히 이용당했다. 트럼프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기에 동맹국들을 집결해 중국과 ‘전략적 갈등’을 빚기 어려울 것이고, 이 경우 북핵을 미국의 전략에 따라 제어할 수 없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 외에 크게 한 일이 없다. 미국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는 진정 지난 대통령들과 다른 것일까? 북한의 비핵화 결심에는 경제 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이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비핵화와 개혁·개방 의지는 연동되는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에서 성과를 거둘수록, 개혁·개방 의지가 강할수록, 비핵화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처와 그에 상응한 제재 완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와 개혁·개방의 선순환이다. 다시 막혀가는 북핵 정국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트럼프는 올해의 한반도 변화를 자기의 공로로 돌리지만, 사실상 변화의 원동력은 남북관계에 있다. 남북이 적대 관계로 되돌아가지 않고 드팀없이 화해와 협력을 이어가면서 신뢰를 쌓으면 결국 해법이 나올 것이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이 변화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북-미 갈등을 두고 북한은 “많은 시간을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렸다”고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욕속부달, 곧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북-미 관계를 지난 대결시대로 되돌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금의 동북아는 격변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어느 누구도 올해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듯 당장 내년에 어떤 변화가 몰려올지 누구도 모른다. 단, 분명한 것은 그러한 변화가 모두의 합력(合力)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합력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남북의 견인력이 절실한 까닭이 아닐까.
칼럼 |
[세계의 창] 격변기 한반도 변화의 원동력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한해가 저물어가고 겨울이 다가와서일까. 올 초부터 경천동지의 변화로 한반도를 뜨겁게 달궈왔던 열기는 식어가고 북-미 관계는 다시 지난 패턴으로 얼어붙는 느낌이다. 북한은 미국이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병진 노선’이 심중하게 재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북한 정권 교체를 대북 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변죽을 울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정곡을 찌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 살라미 전술로 얻을 것은 다 얻고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은 핵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게 된다. 결국 핵도 없고 제재도 없던 원상태로 복귀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북한의 30년 핵개발은 ‘나무아미타불’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북한은 비핵화의 불가역적 조처를 취해왔다고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지했지만, 북한 역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일까? 미국은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대화에 나섰다고 본다. 북한은 미국이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받게 되어 담판에 나온 것으로 본다. 서로 초기 조건을 다르게 본다. 엇박자의 원인이다. 그렇기에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은 사실상 ‘패자’를 다루는 방식에 가깝다. 북한이 요구하는 호혜성과 평등성이 아니다. 단계적이지도 동시적이지도 않다. 이제 중간선거라는 발등의 불을 끄고 대선까지는 2년이 남아 여유를 부릴 시공간도 생겼다. 북한은 다시 미국에 위협이 되는 ‘병진 노선’의 부활까지 거론한다. 어찌 보면 미국이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미국은 북핵을 해결할 능력은 있지만 의지는 약했다. 북핵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 강화와 거기에 힘입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충분히 이용당했다. 트럼프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기에 동맹국들을 집결해 중국과 ‘전략적 갈등’을 빚기 어려울 것이고, 이 경우 북핵을 미국의 전략에 따라 제어할 수 없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 외에 크게 한 일이 없다. 미국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는 진정 지난 대통령들과 다른 것일까? 북한의 비핵화 결심에는 경제 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이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비핵화와 개혁·개방 의지는 연동되는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에서 성과를 거둘수록, 개혁·개방 의지가 강할수록, 비핵화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처와 그에 상응한 제재 완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와 개혁·개방의 선순환이다. 다시 막혀가는 북핵 정국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트럼프는 올해의 한반도 변화를 자기의 공로로 돌리지만, 사실상 변화의 원동력은 남북관계에 있다. 남북이 적대 관계로 되돌아가지 않고 드팀없이 화해와 협력을 이어가면서 신뢰를 쌓으면 결국 해법이 나올 것이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이 변화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북-미 갈등을 두고 북한은 “많은 시간을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렸다”고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욕속부달, 곧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북-미 관계를 지난 대결시대로 되돌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금의 동북아는 격변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어느 누구도 올해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듯 당장 내년에 어떤 변화가 몰려올지 누구도 모른다. 단, 분명한 것은 그러한 변화가 모두의 합력(合力)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합력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남북의 견인력이 절실한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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