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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5 18:00 수정 : 2018.11.26 12:00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수십번 한국을 가본 끝에 결국 몇주 전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나는 비무장지대를 결코 보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슬픔의 장소다. 1945년 미국 정부의 두 관리가 정한 분할선이다. 전혀 비무장되지 않은 지역이다.

11월 초, 국제회의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에 갔다. 옛 조선노동당사를 방문해 비보이 댄싱과 주술적 노래·춤이 뒤섞인 공연을 관람했다. 옛 한국과 새 한국,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조합이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철원은 두개로 나뉘었다. 조선노동당사 본부는 남한의 일부가 되었다.

남북한 경계선 앞 경원선의 마지막 역인 월정리역도 방문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 맞은 열차의 뒤틀린 잔해가 여전히 철길 위에 있었다. 두개로 나뉜 나라를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환기해줬다.

지난해였다면 나는 철원을 방문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한 협상의 결과로 지난 몇개월 동안 많은 게 변했다. 비무장지대는 더 이상 분단된 반도의 상징이 아니다. 남북한이 분단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국은 비무장지대에서 철원 언덕에 있는 감시초소를 철거했다. 남북은 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지뢰를 제거했고 비무장지대 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으며 해상에서도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남과 북은 철도를 다시 연결하기로 했다.

서울과 평양은 철도 공동조사를 8월에 하려고 합의했고, 10월에 다시 하려고 했으나 연기됐다. 한국은 미국 정부와의 “약간 다른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남북한 화해는 제재 체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코리아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유엔군 사령부는 인력과 물자를 운반하는 한국 기차가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아직 승인해서는 안 된다. 북한에 유류 등 물자를 공급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대단한 실수다. 미 정부는 한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너무 앞서” 있다고 우려해, 제재 문제에서 융통성이 없음을 입증했다. 미 정부는 기술적 측면에서 철도 조사를 막았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미국은 적국 내부의 상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반겼을 것이다.

워싱턴의 대외정책 컨센서스(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파기할 때까지 북한에 어떠한 양보도 해선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은 오직 하나의 중요한 협상 수단(핵 프로그램)만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서로에게 일련의 양보를 해나가는 단계적 접근법을 합리적으로 제안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반도 분단 냉전구조를 깨는 데 남북한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미국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구분 짓는 유일한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 집중하는 이유다. 트럼프가 옳을 수도 있다.

트럼프만이 그와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에도 반대했던 워싱턴의 대외정책 컨센서스에 도전하고 북한과 일종의 주고받기를 할 권능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 시설 목록에 대한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 좀더 야심차게는 양쪽은 제재와 핵 시설을 줄이는 구체적 양보 시간표를 만들 수도 있다.

불행히도, 많은 부분이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 결국 서울과 평양이 현재 협상하는 경제·관광 프로젝트, 냉전구조의 추가 해체 등 거의 모든 것에는 북-미 관계의 점진적 진전이 필요하다.

남북이 이미 성취한 것들과 향후 몇달간 하려는 것을 지켜보자면 애가 탄다. 비무장지대에서의 냉전구조 해체의 시작을 보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그것은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불가역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손에 닿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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