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2.02 18:17 수정 : 2018.12.02 21:38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지금 일본 방송과 신문 뉴스가 쫓고 있는 최대 화제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유가증권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사건이다.(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이 2011~2015년 닛산에서 99억9800만엔의 보수를 받기로 했으나 당국에는 49억8700만엔만 받는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9일 그를 체포했다. 곤 전 회장 쪽은 일부 보수는 퇴임 뒤 받기로 되어 있으나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를 재건한 세계적 경영자가 체포되었으니 충격은 컸다.

그러나 체포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사건 전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한 첫 뉴스를 들었을 때 나는 거액 탈세나 분식회계 등 중대 범죄와 연결됐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런 전개를 시사하는 보도는 없다. 유가증권보고서에 기재할 내용을 빠뜨린 것뿐이라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잘못 적은 경우처럼 위반을 지적하고 내용을 수정하는 정도에서 이야기가 끝나야 한다. 형사 사건에 대해서 잘 아는 법률가 중에는 검찰의 폭주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닛산자동차의 경영권을 일본인이 되찾기 위한 쿠데타에 검찰이 편승했다는 설도 있다.

대규모 인원 정리로 닛산자동차를 재건했지만 자기는 수십억엔(수백억원) 단위 거액 보수를 받은 경영자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 나도 거침없이 노동자를 해고했을 뿐인 인물을 경영 재건의 카리스마라고 떠받드는 데 의문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과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일본 기업의 정상에 외국인이 군림하는 것은 ‘재미없다’는 감정론은 시시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형사 사법 제도의 야만성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점은 인권 보장을 충실화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다. 일본에서는 체포된 뒤 최대 20일간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다. 혐의를 부인할 경우에는 법원은 대부분 구속을 인정하며, 변호사 이외에는 접견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구속으로 용의자를 압박하고 자백을 받아서 기소하는 일본 검찰의 수법은 ‘인질 사법’이라고 불린다. 이는 누명을 쓰는 사람들이 나오는 원인이었다. 형사 사건 조사에도 일본은 ‘세계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곤 전 회장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 비판을 견딜 수 있는 형사 사법 제도로 바뀌기를 바란다.

같은 시기에 일본 국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심의되고 있다.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서 긴급한 안건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극히 모호하다.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을 합법적 노동자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 규칙은 모두 시행령 등 행정기관의 규칙에 맡기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기능실습생 제도’(한국의 산업연수생과 비슷한 제도다. 일본 정부는 연수생들이 일본에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해 개발도상국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이 제도의 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을 저임금 노동자로 이용하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아래에서 외국인이 열악한 조건과 저임금으로 혹사당하는 악폐가 계속된 점을 어떻게 바로잡을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 외국인을 일본 사회에 받아들일 구조가 전혀 정비되지 않은 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보장 구조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을 받아들인다면 필연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난다.

일본 기업을 움직여온 엘리트 외국인 경영자에 대해서는 범죄 의혹을 씌워서 억압하고 개발도상국 외국인은 저렴하고 편리한 노동력으로 이용하려는 일본에는 일정한 규칙에 근거해 외국인들과 대등하게 어울리겠다는 감각이 뿌리내리지 않았음을 통감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