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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30 17:19 수정 : 2018.12.31 15:01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2018년은 일-한 관계가 악화한 해였다. 연말에는 한국 해군 구축함이 자위대 초계기에 화기 관제(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비췄다고 일본 정부가 발표하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양국 정부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어서, 내가 여기서 무엇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오후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자위대 초계기 P-1에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비췄으며 이는 사격 전 취하는 행동으로 극히 위험한 행위라고 21일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광개토대왕함이 당시 독도 북동쪽 100㎞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표류한다는 정보에 따라 수색에 나섰으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사격 통제 시스템 중 광범위한 탐색을 하는 3차원 레이더(MW08)만 대함 모드로 가동했을 뿐,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 레이더(STIR)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본 방위성은 28일 자위대 초계기가 찍은 당시 동영상을 증거라며 공개했으나, 한국 국방부는 “초계기 선회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 장면만 담겨 상식적으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하는 나의 상상이다.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작업에 정신없이 바빴던 한국 구축함 현장의 병사는 접근해오는 자위대기가 시끄럽다고 생각해 레이더를 비췄다. 자위대는 놀랐고, 일본 정부는 이를 중대 사건이라고 공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부정했다. 전 항공자위대 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인 다모가미 도시오와 군사 분야 전문 언론인인 다오카 지에 따르면, 레이더를 비추는 것 자체는 위험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피해자라며 사태를 외교상 큰 문제로 삼는 것은 한국에 대해 일본 내의 격한 여론을 만들어내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한국군이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위대 비행기에 약간 적대적 행동을 취한 것은 앞으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에서 남북 대화는 더욱 진전돼 북이 한국에 적국이 아닌 형제국으로 변하고, 일본은 남북 공통의 가상 적이 되는 내셔널리즘이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한 쌍방이 협력 관계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일-한 관계뿐 아니라 국제협조에서도 등을 돌리고 자기주장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결정하고 상업 포경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래 고기가 일본인에게 단백질원이던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식량난이 있던 시대였다. 50여년 전 아이였을 때 나도 고래 고기를 종종 먹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수산업에서 고래 고기는 빠뜨릴 수 없는 요소가 아니다. 정부는 고래 고기를 먹는 게 일본의 식문화라고 말하지만, 그런 문화는 끊겼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상업 포경 재개에 대해 서구 국가들이 일본을 비난하는 일이 오히려 국익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국 문화와 전통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은 달리 내세울 게 없기 때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해보면,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줄어들어서 8500달러 정도다. 일본인은 예전의 아시아에서 단연 1등 선진국이었다는 자의식을 버리고 이웃 나라들과 대등하게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에게도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식민지 지배로 입은 손해에 대해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점은 당연하다. 하지만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한 양국은 협력하는 게 불가결하다. 양국 간 분쟁이 일어나면, 객관적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 헛된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현명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이웃 나라 사이의 내셔널리즘은 상대국의 잘못을 공격하며 더욱 불타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종류의 내셔널리즘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서로 냉정해져 미래 지향의 일-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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