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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0 19:34 수정 : 2019.02.11 14:40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시사하면서 한반도에는 경천동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당장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오늘까지 변하지 않은 물음이 하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면서, 이 물음은 ‘할 수 있을까’에서 점차 ‘할 수 없다’는 답으로 수렴하는 듯하다.

미국과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미래 핵’으로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거래하고, ‘과거 핵’으로 핵보유국이 되어 파키스탄식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라 한다. 중국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 포기에 회의를 품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과연 핵보유국이 되려 하고 또 될 수 있는 것일까?

북핵에는 파키스탄 핵에 비해 훨씬 첨예한 국제정치 요소가 집약돼 있다. 얽히고설킨 당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남북관계가 투영되어 있다. 북핵 회담이 6자로 열렸던 배경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이 첨예한 국제정치 요소는 계속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과 위기를 파생시켜 나갈 것이다. 강대국들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달릴 대로 시달리면서 처절한 대가를 치렀던 지난 30년을 재현할지 모른다. 당장 2~3년 후 한·미 양국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북한의 핵 보유는 다시 강진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파키스탄식으로 북핵을 묵인할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대파키스탄 제재를 3년 만에 푼 것은 9·11 사건 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공격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원조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북핵에는 그런 절실함이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면 북한은 그 핵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 공갈로 북한식 통일을 이루려 한다고 한다. 천일야화 같은(허황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 아닐까. 북핵에 동북아 국제정치가 집약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어 북핵 본래의 ‘공갈’ 기능이 훨씬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도 되고 경제발전도 꾀할 수 있다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이미 꽉 막혀 있다. 핵을 보유하면서 작금의 동북아 최빈국 지위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이루고자 하는 북한은 트럼프가 말한 대로 ‘대단한 경제 강국’과 ‘경제 로켓’일 것이다. 그렇기에 ‘핵보유국 북한’에서 핵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그러면서 경제발전을 시도 때도 없이 가로막는 계륵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이 만능보검이 되어 북한을 지켜낼 것이라고 하였지만, 북한을 철옹성처럼 지켜온 것은 오히려 대국들이 저마다 이해관계 탓에 서로 견제하고 억제하는 지정학적 ‘우월성’의 현실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전광석화같이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북-중 관계를 정상적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북핵의 다른 한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곧 제재 완화,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을 이루는 빅딜의 기능이다. ‘천시·지리·인화’로 볼 때 지금이야말로 핵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빅딜의 적기라 하겠다.

중국 속담에 “30년 하동(河東), 30년 하서(河西)”라는 말이 있다. 황하 물길이 바뀌어 30년 전 황하 동쪽에 있던 마을이 30년 후엔 황하 서쪽에 가 있다는 뜻이다. 30년이나 끌어온 북핵 문제도 이제는 물길을 바꿀 때가 됐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프로세스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바로 이 물길을 바꾸기 위한 진통 때문일 것이다.

그 진통 과정을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답하면 결국 30년 전 하동은 30년 후에도 계속 하동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진통을 겪으면서 바야흐로 하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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