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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3 18:15 수정 : 2019.03.04 15:02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3·1 독립운동 100돌을 일-한 관계가 험악해진 중에 맞았다. 한국에서는 민족적 기념일인 데 비해 일본 국내에서는 3·1 독립운동 100돌을 맞아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적의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근거 없는 억측이 번지고 있다.

지난 2월27일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자민당 외교부회(외교위원회)에서 3월1일 한국에 체재 중인 일본인이 시위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고, 외무성은 스폿 정보를 통해 주의 환기와 도항 제한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스폿 정보’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일본인 안전에 대한 중요한 사실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일본 외무성이 외무성 해외안전 누리집에 올리는 정보다.) 그리고 외무성 누리집에는 한국에 있는 일본인에게 시위 장소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 환기를 하는 내용이 실렸다. (일본 외무성은 28일 해외안전 누리집에 3월1일 서울, 부산, 제주 등 각 도시에서 시민단체가 벌이는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에 체재 중이거나 갈 예정이 있는 일본인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스폿 정보를 올렸다. 지난해 3·1절 즈음에는 이런 정보를 올리지 않았다.) 3·1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간단한 해설도 없이 그저 일본에 반발한 운동이라고만 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모국어를 이용해 사물을 생각하고, 특정 문화와 환경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자신이 태어나 자란 사회에 애착을 갖는다. 그것이 분쟁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지혜를 짜낼 시기다. 중요한 것은 개별화와 일반화라는 두가지 상반된 작업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다.

경박한 내셔널리즘은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 등 타국에 관한 나쁜 사실을 그 나라 국민 전체의 공통된 나쁜 특징으로 보는 과도한 일반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민족적 편견을 만들어낸다. 과도한 일반화에 대응해, 다른 나라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개별화라는 시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나 자국 사람이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 정도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서 반일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지만, 어떤 나라 전체가 일본을 적대시한다고 말하는 것은 망상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외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다. 개인 차원의 교류를 생각하면서 나는 일-한 관계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한편 국민 단위에서 논의를 회피하면 안 되는 주제도 있다. 특히 역사의 총괄 평가가 그렇다. 조부와 증조부 세대의 일본인이 아시아 여러 국가를 공격했거나 식민지 지배를 했다는 것에 대해 지금 세대는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가 일본에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화가 지나친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상속이 있는 것처럼 국민 차원에서 상속이 있다. 우리 세대 일본인은 한국전쟁부터 냉전시대 사이에 일본이 경제 발전을 한 은혜를 입고 있다. (일본 경제는 1954년부터 1973년까지 연 1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고도 성장을 했다. 1968년에는 국민총생산이 서독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거대한 유산을 상속했다. 그렇다면 이전 세대가 방치한 부채도 상속해서 이를 갚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 된다. 우리는 과거의 일본인이 한 일들과 무연하다고 할 수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을 보면서 내셔널리즘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통감한다. 일-한의 신뢰·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역사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서로의 국민적 긍지를 상호 존중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현재 일본에서 애국을 소리 높여 외치는 정치가는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빼앗긴 이웃 국민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큰소리로 이웃 국민을 모욕하는 일부 운동에 대해서도 그런 운동은 일본 국민의 품위를 깎아내린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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