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6 17:48
수정 : 2019.06.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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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왼쪽)이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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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끝냈을 때 미국은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그 저변에는 경제 발전으로 중국의 ‘민주화’를 도모한다는 이른바 ‘평화적 이행’의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경이로운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도 미국이 바라던 ‘민주사회’로 나아가지 않았다.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독재사회로 거듭난다고 한다. 결국 미국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지해 얻은 결과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경쟁국이며 과거로의 회귀라고 한다. 비슷한 논리가 북한에 적용되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의 경제 발전을 지지하면 호랑이한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개혁·개방 초기에 미국이 중국을 물심양면으로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경제 발전을 통해 중국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중국이 미국식 ‘민주국가’로 거듭나지 않고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나아가자, 미국은 봉쇄정책을 꺼내들고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전략’,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어 최근에는 중-미 무역전쟁으로 그 극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 발전은 경제만 발전시켰을까? 1950년대 말 수천만명이 아사했다는 ‘3년 자연재해’, ‘10년 동란’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을 되돌아보면 중국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오늘처럼 풍요로움과 ‘민주’,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을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은 1980년 3015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3조6000억달러가 돼 38년 만에 무려 45배 증가했다. 그만큼 사회, 문화, 교육, 인권 모든 분야에서 천지개벽의 변화가 동반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한은 지난해 경제 발전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내세웠다. 노선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북한이다. 모든 국력이 전방위적으로 이 전략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전례 없는 제재 국면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북한이 중국처럼 45배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룬다면 어떤 나라로 거듭나게 될까? 천지개벽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단순 사회로부터 복잡한 사회 시스템으로 이행할 것이다. 사회 변천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익 구도가 분화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며 사회 질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회적 경쟁이 날로 격렬해지며 인재 유동과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시장경제 요소가 확장되며 가치관이 변하고 자아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증폭되는 사회 갈등을 계속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북한은 더는 오늘의 북한이 아닐 것이다. 그 북한이 설혹 핵을 가진 북한이라 해도 그 천지개벽의 격변은 핵에 대한 집착을 약화시키거나 단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 일각에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에 제재 완화와 경제 발전을 용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굴복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 발전이 엄청난 파급효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어찌 보면 그런 북한보다 두 손 드는 북한을 더 보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거기에 마치 중국의 발전이 재앙으로 다가온 것처럼, 이른바 중국의 경험을 반면교사인 양 등장시킨다. 오늘의 중국과 40여년 전의 중국, 세계는 어느 쪽을 더 선호할까?
마찬가지로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며 북한을 궁지로 내몰며 핵 포기를 받아내려는 것과 단계별 핵 포기에 따른 제재 완화와 경제 발전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며 북핵 해결을 추진하는 것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북한은 이미 엄청난 변화를 이룰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제재만 풀려도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제 북핵 문제의 접근은 북한의 핵 포기와 제재 완화, 경제 발전을 단계적으로 동시에 진행하며 이뤄야 하지 않을까?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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