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6주년이 다가온다. 올해 정전기념일(7월27일)은 여느 해와 다르다. 바로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이 있었고,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의 ‘종전선언’으로 규정했다. 미국 연방의회에선 올해 들어 정전상태를 공식적으로 끝내자는 결의안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 종전선언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액면 그대로라면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으로 휴전상태에 들어갔고, 이 휴전상태는 또 정전협정에 의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전협정 후의 한반도는 완전히 정전협정에 의해서만 유지된 것이 아니었다. 정전협정은 이미 본연의 기능이 상당히 유명무실해졌고, 정전협정의 시스템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도 붕괴된 지 오래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의 동서 냉전 시기에 남북 간의 군사 대결과 충돌을 억제한 것은 정전협정이라기보다 미-소 냉전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미-소 냉전이 종식된 뒤 한반도는 비대칭의 새로운 냉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북핵을 포함한 새로운 한반도 문제가 파생돼왔다. 미-소 냉전 시기 균형을 이루었던 억제력이 사라지면서 한반도는 냉전 시기에 겪지 않았던 전쟁위기를 겪어왔다. 위기는 한반도를 여러번 전쟁 변두리에까지 몰고 갔다. 그 위기들이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 억제한 것은 사실상 정전협정이 아니라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정전협정의 취지는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의 기능인 이 보장은 다른 한 요소에 의해 ‘무력화’돼왔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정전협정 당사자들 간의 관계 변화다. 정전협정 당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중국은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가 됐고, 한국과 중국 관계 역시 적대관계로부터 협력관계로 발전했다. 남북 관계도 ‘7·4 공동성명’으로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거쳐 지난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이르면서 사실상 종전을 거듭 천명했다. 북-미 관계 역시 세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종전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사실 종전선언은 물이 흘러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수도거성’(水到渠成)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종전선언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일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북한은 ‘선 평화협정’을, 미국은 ‘선 비핵화’를 주장했다.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와 달리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북핵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은 동전의 양면이 됐다. 북핵 해결이 없이는 종전선언이 없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그리하여 ‘쌍궤병진’ 즉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진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이 나왔다. 그렇지만 중국의 이 주장도 미국에 먹혀들지 않는다. 또 왜일까?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게 되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결정적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이런 우려를 볼 때 미 연방의회에서 종전선언을 공론화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쪽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적으로 병행적으로 추진한다면 큰 전략 틀에서의 ‘악마’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상징적 기능을 뛰어넘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국제일반 |
[세계의 창] 종전선언의 허와 실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6주년이 다가온다. 올해 정전기념일(7월27일)은 여느 해와 다르다. 바로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이 있었고,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의 ‘종전선언’으로 규정했다. 미국 연방의회에선 올해 들어 정전상태를 공식적으로 끝내자는 결의안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 종전선언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액면 그대로라면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으로 휴전상태에 들어갔고, 이 휴전상태는 또 정전협정에 의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전협정 후의 한반도는 완전히 정전협정에 의해서만 유지된 것이 아니었다. 정전협정은 이미 본연의 기능이 상당히 유명무실해졌고, 정전협정의 시스템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도 붕괴된 지 오래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의 동서 냉전 시기에 남북 간의 군사 대결과 충돌을 억제한 것은 정전협정이라기보다 미-소 냉전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미-소 냉전이 종식된 뒤 한반도는 비대칭의 새로운 냉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북핵을 포함한 새로운 한반도 문제가 파생돼왔다. 미-소 냉전 시기 균형을 이루었던 억제력이 사라지면서 한반도는 냉전 시기에 겪지 않았던 전쟁위기를 겪어왔다. 위기는 한반도를 여러번 전쟁 변두리에까지 몰고 갔다. 그 위기들이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 억제한 것은 사실상 정전협정이 아니라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정전협정의 취지는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의 기능인 이 보장은 다른 한 요소에 의해 ‘무력화’돼왔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정전협정 당사자들 간의 관계 변화다. 정전협정 당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중국은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가 됐고, 한국과 중국 관계 역시 적대관계로부터 협력관계로 발전했다. 남북 관계도 ‘7·4 공동성명’으로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거쳐 지난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이르면서 사실상 종전을 거듭 천명했다. 북-미 관계 역시 세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종전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사실 종전선언은 물이 흘러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수도거성’(水到渠成)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종전선언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일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북한은 ‘선 평화협정’을, 미국은 ‘선 비핵화’를 주장했다.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와 달리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북핵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은 동전의 양면이 됐다. 북핵 해결이 없이는 종전선언이 없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그리하여 ‘쌍궤병진’ 즉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진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이 나왔다. 그렇지만 중국의 이 주장도 미국에 먹혀들지 않는다. 또 왜일까?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하게 되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결정적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이런 우려를 볼 때 미 연방의회에서 종전선언을 공론화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쪽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적으로 병행적으로 추진한다면 큰 전략 틀에서의 ‘악마’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상징적 기능을 뛰어넘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