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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8 18:14 수정 : 2019.07.29 14:13

로버트 페이지
영국 버밍엄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 출현으로 유럽의 오랜 중도 우파 및 중도 좌파 정당들이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사법부와 언론, 행정부 등을 장악한 엘리트들이 자기 잇속만 차리며, 따라서 자신들이야말로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존 정당과 차별화하고 있다. 그들은 ‘원래부터 우리 국민’들이 지지해온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 관습을 난민·경제적 이주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세계화가 고숙련·고학력 노동자 등에게 일정 부분 혜택을 가져다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가 노동자 계급이나 하위 중산층 등 비특권 계층의 경제적 안정성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의 유지를 선호했던 이들은 최근 들어 개별 국가의 자치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그리스의 ‘시리자’처럼 유럽 내엔 좌파 포퓰리즘 정당들도 있지만,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대다수가 정치적 우파다. 헝가리의 정당 ‘피데스’는 1988년 젊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보적 정당으로 창당됐으나, 몇 차례의 선거 승리를 거쳐 국수주의적 보수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포퓰리즘 정당들은 현대적 복지 국가에 반대할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영국의 독립당처럼 사회복지에 비판적인 포퓰리즘 정당들이 있긴 하지만,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 등 사회복지를 지지하는 정당들도 있다. 이탈리아에선 극우정당인 북부동맹과 급진좌파인 오성운동 간의 연립정부가 빈곤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 등 다른 포퓰리즘적인 풀뿌리 운동에서도 사회복지를 옹호하는 정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로드맵’의 일환으로 유류세를 인상하고, 일부 도로에서 속도를 더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출퇴근 및 일상생활에서 차량 의존도가 높은 교외·농촌 지역의 하위 중산층 계급의 억눌렸던 분노를 자극했다.

프랑스가 여전히 사회복지에 상대적으로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시위대 다수는 노숙 종식을 비롯해 사회복지 서비스 개선이나 임대료 규제, 최저임금 인상 및 기초연금 확대 등 사회정책 개선을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의 이런 요구에 부응해 유류세 인상과 연금 보험료 인상을 연기하는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 상당수가 사회복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복지 제도를 만들고 옹호해왔던 사민주의 계열 정당에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이 대개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이젠 ‘원래부터 우리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사회복지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반이민 극우정당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기존의 다른 정당들과 연대해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파 성향의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반면, 덴마크 사민당은 포퓰리즘 정당 쪽에 빼앗긴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되찾아오기 위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채택했다.

덴마크 사민당의 이런 접근법을 두고 좌파 진영 일각에선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사민당이 최근 총선 승리로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서, 경제·사회적 혼란 시기에 사민당이 영향력 유지를 위해 이런 전략을 채택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포퓰리즘의 상승 추세가 일시적일지 장기적 현상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포퓰리즘의 부상이 장기적으로 사회복지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민당 계열 정당들이 앞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이민자 혐오에 맞서는 한편, 사회복지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의 부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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