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한 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이 끝나갈 방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과 잡지에선 한국을 비판하는 특집이 계속되고 있다.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다.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본 국내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자기중심주의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대외 정책을 제약하고 국익을 손상하는 위험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일본에서 내셔널리즘은 일본의 음식과 풍경 자랑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바꾸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국제적 신용에 관계된 중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의 민주주의는 패전이 가져온 것이고, 2차대전 이전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관한 일본의 인식은 일본 정치 체제의 정통성과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전은 구체적으로는 1945년 7월 승전 연합국의 포츠담 선언을 일본이 수락했다는 의미다. 포츠담 선언에는 일본 군국주의가 잘못된 전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는 점이 명기됐다. 포츠담 선언 수락을 통해서 일본은 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더해서 민주주의 국가를 재건할 것을 세계와 약속한 것이다.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포츠담 선언에 일본의 영토는 혼슈(일본 열도 중 가장 큰 섬) 등 본래 영토에 한정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부당한 식민지 지배를 부정한다는 점도 일본은 약속한 것이다. 일-한 관계가 험악해지는 중에 일본의 일부 미디어와 인터넷 공론장에서는 2차대전 이전의 일본의 정책과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든지 한-일 합방으로 일본이 한반도에 은혜를 베풀었다는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이 난무하고 있다. 일본의 내셔널리스트들은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가져온 범죄적 행위를 정당화함으로써 일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역사를 직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과거를 찬미한다면, 현대 일본인은 패전 당시 일본이 세계에 했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평화 국가로서 걸어온 전후 70년의 실적을 부정하고 외국이 일본을 불신하게 만드는 일을 초래한다. 아베 신조 정권이 극히 비상식적인 역사 수정주의까지 외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서 “국제법을 지켜라”라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내셔널리즘을 내세우고 있다. 아베 정권이 여기서 말하고 있는 국제법은 1965년 일-한 기본조약과 그 부속 협정이다. 그러나 이 조약과 협정은 당시 일-한 간에 있었던 큰 국력의 차이와 냉전 시대 권력 정치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식민지 지배를 받은 쪽의 권리를 회복하는 내용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국교 회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한다면, 북한은 반드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위안부 피해를 보았던 이들이나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이었던 사람들이 지금 북한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이 문제를 들고나올 수 있다. 그때 아베 정권은 일-한 기본조약의 틀 안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현재 국제인권법과 역사의 상식에 맞는 정책을 일본은 한반도 남북에 대해 공평하게 적용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의 한국을 반세기 이상 전의 일-한 기본조약에 맞추려는 것은 실제로는 도의와 인권에 등을 돌린 자기중심주의라고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국민과 여러 민족을 그 속성을 들어서 부정하려는 논의가 어떤 커다란 재앙을 불러오는지를 인류는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라는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배웠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혐한 붐 확대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마저 내버리려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을지, 나는 우려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신을 되찾자는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높게 내고 싶다.
칼럼 |
[세계의 창] 내셔널리즘이라는 위험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한 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이 끝나갈 방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과 잡지에선 한국을 비판하는 특집이 계속되고 있다.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다.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본 국내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자기중심주의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대외 정책을 제약하고 국익을 손상하는 위험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일본에서 내셔널리즘은 일본의 음식과 풍경 자랑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바꾸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국제적 신용에 관계된 중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의 민주주의는 패전이 가져온 것이고, 2차대전 이전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관한 일본의 인식은 일본 정치 체제의 정통성과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전은 구체적으로는 1945년 7월 승전 연합국의 포츠담 선언을 일본이 수락했다는 의미다. 포츠담 선언에는 일본 군국주의가 잘못된 전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는 점이 명기됐다. 포츠담 선언 수락을 통해서 일본은 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더해서 민주주의 국가를 재건할 것을 세계와 약속한 것이다.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포츠담 선언에 일본의 영토는 혼슈(일본 열도 중 가장 큰 섬) 등 본래 영토에 한정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부당한 식민지 지배를 부정한다는 점도 일본은 약속한 것이다. 일-한 관계가 험악해지는 중에 일본의 일부 미디어와 인터넷 공론장에서는 2차대전 이전의 일본의 정책과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든지 한-일 합방으로 일본이 한반도에 은혜를 베풀었다는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이 난무하고 있다. 일본의 내셔널리스트들은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가져온 범죄적 행위를 정당화함으로써 일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역사를 직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과거를 찬미한다면, 현대 일본인은 패전 당시 일본이 세계에 했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평화 국가로서 걸어온 전후 70년의 실적을 부정하고 외국이 일본을 불신하게 만드는 일을 초래한다. 아베 신조 정권이 극히 비상식적인 역사 수정주의까지 외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서 “국제법을 지켜라”라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내셔널리즘을 내세우고 있다. 아베 정권이 여기서 말하고 있는 국제법은 1965년 일-한 기본조약과 그 부속 협정이다. 그러나 이 조약과 협정은 당시 일-한 간에 있었던 큰 국력의 차이와 냉전 시대 권력 정치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식민지 지배를 받은 쪽의 권리를 회복하는 내용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국교 회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한다면, 북한은 반드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위안부 피해를 보았던 이들이나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이었던 사람들이 지금 북한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이 문제를 들고나올 수 있다. 그때 아베 정권은 일-한 기본조약의 틀 안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현재 국제인권법과 역사의 상식에 맞는 정책을 일본은 한반도 남북에 대해 공평하게 적용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의 한국을 반세기 이상 전의 일-한 기본조약에 맞추려는 것은 실제로는 도의와 인권에 등을 돌린 자기중심주의라고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국민과 여러 민족을 그 속성을 들어서 부정하려는 논의가 어떤 커다란 재앙을 불러오는지를 인류는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라는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배웠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혐한 붐 확대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마저 내버리려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을지, 나는 우려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신을 되찾자는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높게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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