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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4 18:04 수정 : 2019.11.25 09:21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유권자들은 1998년 이후 10년간 진보 후보를 지지하고 10년은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 이어 극적인 여론 반전으로, 한국 사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뭉쳤다.

미국에서는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를 두번 뽑아준 뒤 2016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2020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한 수많은 스캔들에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40%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탄핵 청문회가 여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탄핵 지지율은 꾸준히 약 46%를 유지해왔다.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자신의 재선을 돕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추가적인 증거들이 나와도 탄핵 지지율은 약간 줄었을 뿐이다.

미국인들은 트럼프에 대해 마음을 정했다.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탄핵 청문회에서 나온 범법행위 증거는 이 정부에 대한 그들의 공포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청문회를 지루하고, 사소하고, 관련 없는 것으로 무시하면서 공화당의 지도를 따르고 있다.

이렇게 여론 변화가 적은 것은 한국 사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세월호 참사 1년여 뒤인 2015년 9월, 박근혜 지지율은 54%였다. 반년 뒤에는 31.5%로 떨어졌다. ‘스캔들’(최순실 사태)에 휩싸이면서 2016년 11월에는 4%로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무리 스캔들이 많아도 안전한 지지기반에 기댈 수 있다. 트럼프가 말했듯이, 그가 뉴욕 5번가 한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총을 쏘더라도 그의 곁에 설 사람들이다. 물론 40% 지지로는 대선 접전에서 이기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는 일반 투표에서 이길 필요가 없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에 약 300만표를 이겼지만 선거인단에서 졌다. 2020년에 트럼프는 500만표를 지고도 선거인단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그는 핵심 접전 주들의 지지층만 유지하면 된다. 동·서부 해안가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거부하더라도 남부, 남서부, 중서부, 그리고 러스트벨트에서 앞서면 문제 될 게 없다.

많은 게 미국 경제에 달렸다. 실업률은 3.6%로 매우 낮고 주식시장도 활황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고 부채 수준은 급등하고 있으며, 무역분쟁이 특정 분야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는 2020년 선거 전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에 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트럼프의 다른 전략은 정치적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에 대한 자극적 발언과 흑인·라틴계 의원들에 대한 맹렬한 비난, 워싱턴 관료주의와의 전쟁이 지지층에게 잘 먹힌다는 것을 안다. 대통령은 자신을 정치적 현상 유지와 싸우기 위해 기꺼이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는 아웃사이더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지속해서 ‘변화’를 원한다. 수많은 사람이 오바마와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다.

민주당에는 불행하게도, 탄핵 청문회는 ‘자신이 골리앗 잡는 다윗’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강화해준다.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단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아들의 범법행위 의혹과 우크라이나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청함으로써 부패를 근절하려 한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런 의혹이 완전히 풀렸다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탄핵 청문회로 트럼프 지지율이 박근혜처럼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선 안 된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못 이길 것 같으니까 탄핵에 나섰다고 계속 주장할 것이다. 호도하는 주장일 수 있지만, 재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의 전략은 위험하다. 분열적 언사는 지지층 열기를 키울 수 있지만, 정치적 미래를 죽일 수 있는 ‘적’을 양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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