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8 19:30
수정 : 2018.06.0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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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후지티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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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민중의 적―이 세상, 이상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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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후지티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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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상담센터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토 도모코(시노하라 료코)는 회사의 고객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같은 날, 회사의 부당대우에 항의하던 남편도 일자리를 잃는다. 생계가 막막해진 도모코는 한 구직 사이트에서 시의원 당선 확률이 정규직 취업 확률보다 8배나 높고 연봉은 950만엔이나 된다는 말에 선거에 나간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주부의 출마 소식은 주변의 비웃음을 산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서민들의 고충을 잘 아는 도모코의 진심은 차츰 밑바닥 민심을 움직이며 정치판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다.
지난해 일본 후지티브이에서 방영된 <민중의 적-이 세상, 이상하지 않습니까?>는 생계를 목적으로 선거에 뛰어든 한 여성이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10년 전 같은 방송사가 내놓은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체인지>를 연상시키는 정치 휴먼 드라마지만, 중졸의 빈곤한 워킹맘이라는 사회 최약층 주인공을 내세운 만큼 동화적 색채가 좀 더 강하다. 극 중 배경도 가상의 도시다. 인구 100만의 소도시 아오바는 투표율이 전국 최저일 정도로 시민 대다수가 정치에 무관심하다. 시민들에게 “정치가의 약속이란 거품보다 가볍”고, 그런 자들이 지배하는 강자 위주의 세상에는 그 어떤 변화의 희망도 없다.
주인공 도모코 역시 돈 때문에 선거에 출마한 정치혐오자다. 다만 그 근본적 동기가 자신만의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있다는 점에서 정치의 이상적 목표와 맞닿아 있었다. “행복해지자”라는 도모코의 단순한 캐치프레이즈는 극 초반에 언급된 일본 헌법 25조(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도모코의 정치혁명은 그 기본적인 권리조차 위태롭게 하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부터 시작된다. 가령 부모의 정치적 자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어떤 이는 아무 경력이 없어도 쉽게 정치에 입문하고, 시급 950엔을 받는 도모코의 어린 아들은 달걀말이를 스테이크라 생각하고 그조차 감사하게 먹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 결정되는 세상,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물론 도모코의 질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 행보는, ‘학예회’ 수준이라는 극 중 한 인물의 말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 이 과도한 판타지적 성격이 극 중 아오바 시민들의 응원과 달리, 현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게쓰쿠(후지티브이 월요일 밤 9시 드라마) 최저 시청률 드라마’라는 불명예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작품이 지향하는 메시지까지 빛이 바래지는 않는다.
드라마의 질문은, 정치 무관심이 만성화되어 세상의 부조리에 기본적인 의문조차 제기할 능력을 잃어버린 일본의 현실 안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무관심이야말로 민중의 적’이라는 교훈은 결국 선거의 근원적 의미로 되돌아온다. 드라마 전체에 걸쳐 ‘투표, 한 장의 가치’를 이처럼 절실하게 이야기한 작품도 드물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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