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1 19:34
수정 : 2018.12.21 21:20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풀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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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풀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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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족 시트콤인 에스비에스의 <순풍 산부인과>가 첫 방영 20주년을 기념해서 출연진 그대로 다시 돌아온다면? 그것도 당시 아역이던 미달이(김성은), 의찬이(김성민), 정배(이태리) 등이 새로운 가족의 리더이자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독보적인 캐릭터의 네 자매, 미선(박미선), 태란(이태란), 소연(김소연), 혜교(송혜교)가 중년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흥미로울지.
이와 비슷한 상상이 미국에서는 실화가 됐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9년간 큰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가족 시트콤 <풀 하우스>(Full House)가 종영 20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출연진을 재기용한 스핀오프 시리즈 <풀러 하우스>(Fuller House)로 돌아온 것이다. <풀 하우스>가 종영된 이후에도 지속된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풀러 하우스>는 전작의 청소년 캐릭터들이 어엿한 한 가족의 가장이 된 모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전작과 <풀러 하우스>의 가장 큰 차이는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의 이야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작이 싱글대디 대니 태너(밥 새것)와 그의 처남, 친구 등 남자 셋이 대니의 딸 셋을 키우는 이야기였다면, <풀러 하우스>에서는 성장한 그의 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싱글맘이 된 대니의 장녀 디제이(캔디스 캐머런 부레)가 동생 스테퍼니(조디 스위틴), 친구 키미(앤드리아 바버)와 한집에 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전작이나 스핀오프 시리즈나 백인 중심 중산층 가족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부모 가정, 대리모 가정, 이혼 가정 등 이른바 ‘정상 가족’ 모델에서 벗어난 대안가족 코드가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별한 자매애를 나누는 주인공 셋의 여성 가족 공동체 모델이 특히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현재 <풀러 하우스>는 유명한 원작의 속편이 흔히 짊어지는 부담감을 덜고 3년째 순항 중이다. 이달 초 전편이 공개된 시즌4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새로운 가족의 탄생 에피소드로 마무리되어 연말연시 시즌에 정주행하기에 딱 좋다. 시리즈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첫 회의 크리스마스 편을 보면 이 가족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전혀 흥이 나지 않자 억지로라도 집안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디제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다.
디제이는 크리스마스에 늘 열광했던 어린 아들 맥스(일라이어스 하거)가 크리스마스를 이제 싫어하게 됐다고 말하자 고민에 빠진다. 맥스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을 알려주려던 디제이는 그가 우울해하는 원인을 알고 함께 슬픔에 젖는다. 일년 중 제일 행복한 날에 사랑하는 가족의 빈자리를 느끼고 다시 다른 가족들의 위로를 받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특별한 날을 맞은 가족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굳이 가족극으로 보지 않아도 좋다. <풀러 하우스>의 가족들이 꼭 혈연으로 맺어진 것은 아니듯, 함께한다는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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