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5 19:26
수정 : 2019.10.26 02:31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문화방송(MBC) 다큐드라마 <1979>
“박정희 대통령 유고, 그다음에 서거라는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그 순간에 ‘이것이 역사다’라고 생각했고 ‘우리는 그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1979년 10월18일 경남대 3학년이었던 옥정애씨는 마산항쟁에 앞장섰다가 경찰에 끌려간다. 구금된 상태로 폭행과 고문을 견디던 그는 유치장에서 라디오로 10·26사태 소식을 듣는다. 현재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회장인 그는 <엠비시(MBC) 스페셜 ‘1979’>에 직접 출연해 역사의 목격자로서의 당시 심정을 회고했다.
부마민주항쟁 40주년 특집 2부작 다큐드라마 <엠비시 스페셜 ‘1979’>는 옥정애 부회장을 비롯해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증언과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지우려 했는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1부 ‘나는 저항한다’ 편에서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며 거리를 가득 채운 부산과 마산 시민들의 모습을, 2부 ‘그는 왜 쏘았는가’ 편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시점을 통해 부마항쟁에서부터 10·26사태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먼저 1부에서는 부마민주항쟁이 지식인 청년층의 주도를 넘어 각계각층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모았던 민주화운동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경남대 교수 조영건은 ‘기층 시민에서부터 마산수출지역 후문 수출 노동자들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거리가 말 그대로 사람 바다’였다고 현장을 전한다. 옥정애 부회장과 더불어 항쟁을 이끌었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최갑순 회장 등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경찰의 무력 진압과 구금 과정에서 이뤄진 성폭력을 증언하면서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여성 운동가들의 현실을 함께 폭로했다. 그 잔혹한 폭력에 굴하지 않고 지방 최초의 성폭력상담소, 여성인권상담소를 설립하며, 더 나아가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제정을 이뤄내기까지 힘을 모았던 두 여성 운동가의 이야기는 부마항쟁이 남긴 또 다른 역사다.
김재규의 시점을 택한 2부에서는 그가 10·26사태를 일으킨 배경에 부마민주항쟁이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각한다. 청와대는 신민당의 선동과 김영삼 국회의원 제명에 자극받은 시국 불만자와 소외계층, 불량배들이 합세해 일으킨 소요로 부마민주항쟁을 치부했지만,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온 김재규는 생각이 달랐다. “학생 일부가 소동을 피우는 게 아니고 전체 학생들이 민중과 더불어 소위 민란을 일으킨 상황”이라고 여긴 그는 이 시위를 “누적된 유신체제에 대한 항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보고는 무시당했고, 유신체제의 끝을 감지한 김재규는 결국 거사를 결심하게 된다.
10·26사태 이후 정국을 장악한 것은 전두환의 신군부였지만, <엠비시 스페셜 ‘1979’>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2017년 촛불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민주화운동의 물꼬를 튼 부마항쟁의 현대사적 가치는 그렇게 되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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