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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2 18:52 수정 : 2014.12.22 18:52

인류는 먼 옛날부터 쇠뿔, 뱀눈, 악어 이빨, 전갈 꼬리 등 여러 동물의 특정 부위를 악마, 귀신, 도깨비 등 인간을 해치는 존재들의 기호로 인식했다. 그러면서도 새의 날개만은 천사의 상징으로 보았다. 날개 달린 천사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였다. 옛사람들은 인간이 날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천사처럼 신의 곁에 다가가 해탈과 구원에 이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다만 같은 날개라도 박쥐의 것은 악마의 기호였다.

날개를 얻어 하늘을 날고자 한 인류의 소망은 1906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에 의해 실현되었다. 그런데 상상이 현실로 바뀔 때에는 흔히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비행기는 당장 군사용으로 상상 이상의 효용을 발휘하여 전방과 후방의 경계를 없애버렸으며, 군인과 민간인의 경계도 흐릿하게 만들었다. 높이 떠서 빠르게 나는 이 물건은 또 속도, 즉 시간이 공간을 뒤틀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행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모두 20대 청년이었다. 인류에게 4차원을 보는 눈을 선물한 것은 비행기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반도 상공에 처음 비행기가 뜬 해는 1913년이며, 1922년에는 최초의 한국인 비행사 안창남이 귀국하여 동포들에게 비행술을 선보였다. 1929년에는 한반도를 경유하는 항공 노선이 개설되었고, 1936년에는 현 대한항공의 전신 격인 조선항공사업사가 설립되었다. 6·25 전쟁 중에는 한반도 상공에 거의 매일 수백대의 비행기가 떠다녔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비행기에 타 볼 엄두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이른바 ‘대중소비시대’가 열리고 뒤이어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한 뒤의 일이다.

이제 비행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탈 수 있는 특별한 운송수단이 아니다. 하지만 하늘을 날며 땅을 내려다보는 경험이 인류에게 ‘천사의 눈’을 선물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비행기를 자주 타는 만큼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류가 얻은 날개는, 아무래도 새가 아니라 박쥐의 것인가 보다.

전우용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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