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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8 17:58 수정 : 2017.11.08 18:53

전우용
역사학자

쓴맛, 단맛, 신맛, 짠맛을 네 가지 기본 맛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여기에 떫은맛이나 매운맛을 추가하여 ‘오미’(五味)라고 했다. 하지만 음식을 씹을 때 느끼는 맛은 이에 국한하지 않는다. 쌉쌀한 맛, 달착지근한 맛, 시큼털털한 맛, 짭조름한 맛, 매콤한 맛, 떨떠름한 맛 등 ‘오미’에서 파생된 맛뿐 아니라, 칼칼한 맛, 상큼한 맛, 개운한 맛, 고소한 맛, 느끼한 맛 등 ‘기본’을 정하기 어려운 맛도 많다.

그런데 어떤 이는 고소하다고 하는 것을 다른 이는 느끼하다고 한다. 맛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구성물이라기보다는 문화적 구성물이며, 같은 음식에서 같은 맛을 느끼는 문화공동체는 다른 공동체들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다. 가족과 식구가 분리된 현대에는 다른 공동체들과 마찬가지로 ‘맛 공동체’도 해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20세기에 대다수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으로 자리 잡은 게 감칠맛이다.

각각의 맛에 대한 기호나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는 소금, 간장, 설탕, 꿀, 식초, 청양고추, 고수, 깨, 후추, 버터 등 모두가 천연물질이었다. 그런데 감칠맛을 내는 기본 조미료는 애초에 화학적 합성물이었다.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가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제5의 맛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에 우마미(旨味)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 그 맛을 내는 물질 연구에 착수하여, 이듬해 글루탐산모노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MSG)을 합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1909년부터는 이 물질을 주성분으로 한 아지노모토(味の素)를 제조 판매했다. 일제강점기에 아지노모토는 한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았고, 우마미는 감칠맛으로 번역되었다.

해방과 동시에 일본과 국교가 단절됐지만, 맛 문화는 분리되지 않았다. 해방 직후 국내에서 엠에스지(MSG)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한국인들이 아지노모토와 결별한 건 1955년 일본어 발음으로 아지모토인 미원(味元)이 생산된 뒤였다. 엠에스지는 그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인들에게 맛의 신세계를 열어준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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