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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9 17:54 수정 : 2018.05.09 20:03

전우용
역사학자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1968 ‘커피 한 잔’ 중) 가사 속 주인공의 속은 설렘, 궁금증, 걱정, 지겨움, 분노, 망설임, 아쉬움, 체념 등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타들어 갔을 것이다.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감정선의 변화가 낯설다. 요즘 사람들은 약속 시각에서 1분만 지나도 바로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오고 계시죠. 지금 어디인가요?”라고 묻는다.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거나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감정은 바로 분노나 좌절감으로 치닫는다. “이미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나를 보려조차 않는 너에게 아무리 빌어도 용서를 구해도 소용없는 일이라 해도.”(2010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전기 신호를 소리로 바꾸는 기술은 1876년에, 전선 없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은 1895년에, 전선 없이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은 1906년에 각각 발명되었다. 그러나 목소리로 변환된 전기 신호를 특정인이 휴대한 수신기에만 정확히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데에는 이로부터 7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973년 4월3일, 미국 모토롤라 연구소의 마틴 쿠퍼는 1천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900g짜리 무선 전화기를 만들어 다이나택(Dyna Tac) 8000이라고 이름 붙인 뒤, 이 기계로 벨 연구소의 전화기와 교신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휴대전화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84년, 크기는 보온병만 했고 가격은 소형 자동차 한 대 값이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최초의 휴대전화기는 1988년 9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SH-100이다. 무게는 700g으로 모토롤라 제품보다 약간 가벼웠다. 이 뒤 휴대전화기는 녹음기, 카메라, 컴퓨터 등의 기능을 추가하여 스마트폰으로 발전했으면서도 손바닥 크기로까지 줄었다.

휴대전화기는 거의 모든 현대인을 고유 숫자로 변환시켰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북한에서도 휴대전화기 사용은 일반적이다. 휴대전화기는 현대인을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 성질 급한 사람으로 바꾸는 데에도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물론 휴대전화기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는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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