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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1 18:02 수정 : 2020.01.01 02:35

전우용 ㅣ 역사학자

1985년, 국내 한 전자회사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전화기를 출시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스마트가 ‘맵시 있는’이라는 뜻인지 ‘똑똑한’이라는 뜻인지는 불분명했다. 이 스마트폰이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로 바뀌는 데에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1992년 1월, 미국의 과학 월간지 <디스커버>는 미국전신전화회사(AT&T)가 개발한 스마트폰을 자세히 소개했다. 휴대전화기보다 약간 큰 몸체에 16비트 컴퓨터를 내장하고 터치스크린을 적용하여 정보 검색과 홈뱅킹 등을 할 수 있는 기기였다. 여기에서 ‘스마트’는 의심할 바 없이 ‘똑똑한’이라는 뜻이었다. 개발자들이 전화기와 컴퓨터의 혼종인 이 물건에 왜 ‘핸디컴’ 대신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손에 쥐는 컴퓨터’보다는 ‘컴퓨터 기능을 가진 전화기’에 대한 수요가 훨씬 크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거의 같은 기능을 갖췄으면서 덩치만 더 큰 물건을 태블릿 피시(PC)라고 하는 데에 비추어 보면, 핸디 피시라고 해서 안 될 것도 없었다. 사실 국내에서 이 물건이 생산되기 전 한때는 ‘핸드 컴퓨터’로 불리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 대해서는 당시 미국에서 스마트티, 스마트버거, 스마트건 등 제품명에 ‘스마트’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는 1999년 3월 말,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가 거의 동시에 각각 ‘싸이언 스마트폰’과 ‘애니콜 인터넷폰’의 시제품을 공개하여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20년,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95%로서 세계 1위 국가(2019년 2월 기준, 2위 이스라엘, 3위 네덜란드, 6위 미국, 13위 일본)가 되었다.

오늘날 많은 한국인이 식사 중에도,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건널목을 건너는 중에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단둘이 마주 앉아서도 자기 스마트폰만 쳐다보다가 간간이 대화하는 일이 흔하다. 한국인 대다수는 스마트폰에 자기의 건강 상태, 인간 관계, 신용, 관심사 등 ‘거의 모든 것’을 담아두고 산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현대인은 다른 사람보다 기계와 더 가까운 인간, 여럿이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편히 여기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동안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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