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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0 20:42 수정 : 2016.02.16 10:10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굴된 고대의 비너스상은 미인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와 평가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평가자의 주관과 사회문화적 가치에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국제 미인대회가 창궐하는 현실은 아름다움을 평가하기 위한 합리적 잣대와 평가 방법을 요구한다.

아름다움이나 예술성을 겨루는 경연에서는 평가자의 감정과 주관성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체조나 연주 등 예술성을 평가하는 대회는 평가자들의 주관을 줄이기 위해 최저점과 최고점을 배제하고 평균을 내는 방법을 채택한다.

미인대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심사위원들이 평가해왔지만, 앞으로는 달라질지 모른다. 누가 최고의 미인인지를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이 판단하는 미인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공모전 사이트(www.beauty.ai)에 접속한 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전용 앱을 통해 셀카를 촬영해 등록하면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미 고도로 발달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나이, 성별, 인종, 국적 등을 고려한 평가를 통해 ‘세계 최고의 미인’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궁금해서 앱을 깔고 셀카를 찍어 응모해보니, 1월 말에 인공지능의 심사 결과를 보내준다고 알려준다.

로봇.(※ 위 기사와 해당 사진은 연관이 없습니다.)
로봇이 뽑는 미인대회는 공평한 평가를 위해 로봇한테 미인 선발을 맡기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인식하는 가치를 로봇에게 가르치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동안 로봇이 할 수 없고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겨져온 아름다움과 매력이라는 가치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사람으로 하여금 그와 관련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젊게 보이는 방법을 알아내, 건강과 미용 산업의 시장 요구에 활용하고자 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얼굴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미적 판단에 대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얼굴 인식 알고리즘과 결합해 외모지수 ‘상위 10%’만 출입 가능한 나이트클럽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처럼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교한 로봇과 관련 서비스가 광범하게 우리 곁에 나타나는 현실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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