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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9 20:56 수정 : 2016.09.19 21:12

최근 국내 한 포털을 대상으로 맛집 블로그 검색 결과를 조작하려 한 이들이 경찰에 검거되었다. 좀비피시를 동원해 클릭수를 올려 검색 결과 상위를 목적한 과거 수법과 달리 이번에 밝혀진 검색 결과 조작 시도는 한층 정교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음식점들을 검색 결과에서 없애버리는 방법을 쓰기 위해 포털의 검색 알고리즘의 특성을 연구했다.

이들은 검색엔진의 유사문서 제거 알고리즘을 활용해, 경쟁 음식점 관련한 후기를 복사해 블로그에 다수 등록하거나 원래의 맛집 후기에 대해 유사문서 신고를 하는 방식을 써서 공격 대상 음식점이 검색 결과에서 사라지도록 했다. 포털이 유사문서를 골라내는 알고리즘을 악용해,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도록 한 것이다.

포털의 검색 결과가 조작된 것은 아니지만 검색 알고리즘을 악용한 왜곡(어뷰징) 시도를 막지 못해 결과적으로 검색 신뢰도가 떨어진 결과다. 검색 결과에서 갑자기 자신의 식당과 정성껏 작성한 블로그가 사라지고 낯선 음식점이 맛집 1위로 계속 노출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식당 주인의 고소가 수사의 계기였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터넷 세상에서 검색 결과는 중요하다. 검색 결과는 기업의 사활을 가르고, 사용자들에게는 인터넷으로 만나는 세상의 모습을 결정한다. 검색이 검색업체, 그리고 노출 우선순위를 경쟁하는 업체들만의 일이 아니게 된 세상이다. 언론처럼 검색도 점점 공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알고리즘과 어뷰징이라는 전문용어로 묘사되듯 이제껏 검색 결과에 대한 논의는 다분히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이용자들은 맛집 검색 결과에 지나친 광고성 글과 믿지 못할 결과들로 불만이 있어도 “그러면 맛집 검색에 ‘오빠랑’을 넣어봐”라는 식의 노하우를 찾을 따름이었다.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 법대 교수는 <코드>에서 법이 사회를 규율하듯 소프트웨어 코드는 사이버 세계를 규율한다고 말한다. 디지털화한 세상에서는 알고리즘이 모든 걸 움직이는 법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합의한 절차를 통해서 투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법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법과 달리 그 공식의 원칙과 운영방식은 장막에 가려 있다. 간혹 이번 검색 결과 조작 시도처럼 알고리즘을 악용하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의 공방 사이에서 그 일부의 윤곽이 살짝 드러날 따름이다.

알고리즘이 공개되면, 이를 악용하려는 어뷰징 시도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해당 기업의 ‘영업비밀’로만 간주해 접근성과 투명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영향력과 공공성에 걸맞은 사회적 감시 방법을 논의해야 할 때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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