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4 19:04
수정 : 2019.02.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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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페이크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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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조작정보가 난무하는 현실이 걱정스러운 것은 가짜 뉴스가 황당한 헛소리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풍부한 사회 경험과 학식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통되고 이는 거짓 정보 확산의 논리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현명한 사람이 사기를 당하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사례도 흔하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사회관계 등에서 문제없는 이들이 왜 허위임이 명백해 보이는 사기와 거짓 정보에 빠져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일까. 과학계엔 ‘노벨병’이란 게 있다. 노벨상을 받은 탁월한 과학자가 노벨상 이후 황당한 이론을 개발하는 사례다. 유전자 증폭기술로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캐리 멀리스,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이 대표적이다.
<뉴사이언티스트> 기자인 데이비드 롭슨의 최신작 <인텔리전스 트랩>은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결정을 내릴까”를 탐구하고, 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3천년 전 이스라엘 솔로몬왕은 누구보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 삶은 현명함과 거리가 멀다. 성경이 금지한 수백명의 이교도 첩과 후궁을 두었고, 왕위를 계승할 자식 교육에 실패해 왕조가 패망했다. 다른 사람의 딜레마에 대해서만 현명한 판단을 하는 이런 현상을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자 이고르 그로스만은 ‘솔로몬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로스만이 지혜를 연구하기 위해 동원한 실증적 측정 방법은 가짜 뉴스 현실에서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과 편리한 검색 덕분에 필요한 지식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각자가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지혜를 갖췄다고 여기게 만들 수 있다. 그로스만은 의사결정 테스트에서 정치적·개인적 문제 등 다양한 딜레마에 처한 개인이 얼마나 상반되는 관점을 모색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수용하려고 하는지를 측정했다. 또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지로 나타나는 지적 겸손의 정도를 측정했다. 그로스만은 개인적·정치적 문제에 있어 자기 생각과 상반되는 관점으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해 토론한다고 생각하는 게 솔로몬의 역설을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롭슨은 “지능은 자동차 엔진과 같다. 구동력이 커지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조향장치, 속도계, 내비게이션이 모두 작동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원을 돌거나 낭떠러지에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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