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0 09:49
수정 : 2019.05.21 10:06
‘너무 과한 정보’라는 의미의 ‘티엠아이(TMI: Too Much Information)’라는 줄임말이 대화나 채팅창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또는 누군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사소하고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듣는 이가 “티엠아이”라고 말한다. “그건 사생활 침해 수준이야” 또는 “그런 정보는 알고 싶지 않아”라는 반응이다. ‘안물안궁’(물어보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아)이라는 약어와 유사하다.
왜 ‘티엠아이 현상’이 생겨났을까. 정보과잉 사회에서 부적절한 정보 사용이 늘어난 게 배경이다. 티엠아이는 단어대로 ‘과잉정보’라기보다는 정보의 부적절한 쓰임을 의미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추구해왔으며 이는 더 나은 기회와 판단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정보추구 성향을 ‘과잉정보’라며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 자체가 아니라 해당 정보를 부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일 따름이다. 티엠아이 현상은 우리의 습관적인 정보생활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정보 유통으로 인해 불쾌감을 유발하는 상황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19년 4월 한 케이블방송사는 아이돌 관련 시시콜콜한 연예정보를 다루는 토크쇼 ‘TMI 뉴스’라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
불필요한 정보이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검색 한 번으로 손쉽게 찾아내 유통할 수 있다. 그런 과잉정보 댓글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 침해도 너무 쉽다. 정보 접근과 유통의 문턱이 낮아져 개인은 편리함과 영향력을 누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쓴다고 해서 정보 유통자로서의 힘과 영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사회의 딜레마는 무한한 정보 증가에 비해 사람의 시간과 주의력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정보가 늘어나고 접근 문턱이 낮아질수록 유용하고 적절한 정보를 찾아내 제한된 주의력을 할당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 된다. ‘티엠아이’가 널리 쓰이는 상황은 모든 정보가 늘 유용한 것도 적절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무한한 정보 속에서 제한된 주의력을 적절한 곳에 사용하는 능력이다.
지난 1월 숨진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끝없이 적절한 일”이라며 ‘인생사용 설명서’라는 시에서 “관심을 기울이라, 한껏 놀라라, 그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노래했다. 티엠아이는 정보사회에서 주의력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