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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7 11:31 수정 : 2019.06.17 12:16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며 온 나라를 흥분에 빠뜨린 20살 이하 월드컵축구는 선수들의 멋진 경기 모습 말고도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냈다. 고비마다 경기의 판세를 좌우한 비디오판독(VAR)의 활약이었다.

지난 9일 새벽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이 7번 가동되었다. 레오단 곤살레스 주심은 미심쩍은 장면마다 두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렸고,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12일 에콰도르 경기에서도 한국은 비디오판독에 울고 웃었다.

몇해 전부터 스포츠경기에서 비디오판독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이번 축구경기는 선수와 감독, 관중과 시청자, 심판 모두 새로운 경기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엔 공이 골대 그물을 흔들거나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갈 때 또는 선수들의 표정과 몸짓을 기준으로 골 여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엔 관전 태도가 달라졌다. 주심이 그라운드에서 손짓으로 네모를 그려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면 갑자기 모두가 차분해졌다. 선수들도 관객도 흥분과 항의가 비디오판독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이 2016년 발표한 자동화에 따른 직업대체 가능성 보고서에서 스포츠심판은 로봇대체 확률이 90% 넘는 직종이다. 세네갈전에서 곤살레스 주심이 보여준 매끄러운 경기 운영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범용화할 환경에서 인간의 역할을 알려준다. 주심 역할은 인간의 판단 아닌 기계를 동원해야 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적절하게 첨단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경기 흐름을 관리하는 일로 바뀌고 있다. 주심이 부심과 느낌에 의한 판단 대신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행위는 선수와 관객 모두 동의하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투명한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었다. 다른 영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젠 기계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잘 판단하는 주심이 뛰어난 심판이다. 기계에 의해 사람이 모두 대체되는 게 아니다. 비디오판독의 영어도 ‘비디오 보조심판(Video Assistant Referees)’이다. 기계를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잘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될 따름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기술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그다음 기술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식별하고, 그때 기계와 협력해야 한다. 기계가 똑똑해졌지만, 인간에겐 더 종합적인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요구되고 있다. 사람의 역할은 언제나 핵심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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