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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19 16:49 수정 : 2015.03.19 22:49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투표일인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5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2

핵심당직자들조차 “1곳만 이겨도 승리” 비관론 무성
‘박근혜 트라우마’ 극복과 ‘종편 프레임’ 돌파가 관건

정치의 현실은 선거입니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겨야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정당은 정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에 약한 정당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가운데 치러진 2004년 국회의원 선거가 마지막 승리였습니다. 그 뒤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를 살펴볼까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겨본 게 언제던가

2006년 지방선거 참패, 2007년 대선 참패, 2008년 총선 참패, 2010년 지방선거 선전, 2012년 총선 패배, 2012년 대선 패배, 2014년 지방선거 무승부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11 대 4’의 성적으로 다시 참패했습니다.

4월29일 네 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은 어떨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요 당직자들이 매우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뭐라고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2월24일 양승조 사무총장 <와이티엔> 라디오 인터뷰

앵커 : 4·29 보선에서 몇 석이나 얻으면 본전은 찾았다고 보실 건지요?

양승조 : 일단 세 석을 다 얻으면 좋겠으나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석 이상은 승리해야 한다, 그렇게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2월24일 당시는 보궐선거 세 곳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음)

앵커 : 한 석이요? 너무 엄살이시다. 두 석은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한 석이라고 해서 깜짝놀랐어요.

양승조 : 저희가 그런 목표라기보다는요. 현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습니다. 아시는 것과 같이 야당은 여러 후보가 난립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더구나 현역 의원이 전부 다 통합진보당 출신이지 않았습니까.

앵커 : 그것은 그런데 솔직한 이야기로 야당의 선거 연대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양승조 : 그런 측면도 있죠. 다만 그 분들도 무소속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또 정의당이라든가 국민모임이라든가, 이렇게 야당이 분열된 상황에서 선거를 맞이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죠. 다만 말씀드린대로 최소한 의미있는 승리라는 것은 당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하고요.(관련기사:▶ “4월 보선 1석 얻어도 승리” 새정치 엄살?)

# 3월15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기자간담회

진성준 : 이번 선거는 야당이 분열되어서 치러지는 구도다. 그 때문에 쉽지 않은 선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석만 얻어도 승리라고 했던 것은 이유가 있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우리가 획득하려는 정치적 목표는 의석 그 자체보다는 우리 당의 변화 노력이다. 정치적 어젠다를 새롭게 설정하는 노력을 우리 국민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이 새정치연합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정치적 목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통해서 당의 단결과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기운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것이 선거에 임하는 정치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기자 : 경기 성남중원은 여론조사에서 지고 있나?

진성준 : 인지도에서 많이 밀린다. 새누리당의 신상진 후보는 국회의원을 두번이나 하신 분이다. 열세임은 사실이다. 심각한 열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달 반 정도 선거운동 하고 잘하면 넘어설 수 있는 차이다.

기자 :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은데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진성준 : 보궐선거는 늘 그렇지만 지지자들을 동원해내는 선거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그냥 머물러 있는데 우리당 지지자들은 유동성이 굉장히 크다. 당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면 빠져 나갔다가 자기혁신 노력을 하면 돌아온다. 우리 국민의 실제적 삶의 어려움에 대해 현장에서 부딪쳐서 헤쳐 나가겠다. 사회·경제적 이슈로 승부하겠다. 그러면 우리 당 전통적 지지자들이 지지를 보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 : 의석 수가 중요하지 않고 야당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성과라고 한건가.

진성준 : 그렇다. 의석 수가 중요하다면 야권 분열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어떻게든 1 대 1 구도를 만들텐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것이다. 자력으로 승리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 노력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정치적 성과다.

# 3월16일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 ‘한겨레TV 텔레비전 정치 토크 돌직구’ 출연

- 4·29 재보선 승패의 기준은?

“야권에서 3석, 새누리 1석을 가지고 있던 선거구다. 야권 3곳은 야권 강세 지역이긴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근거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 지역이다. 저도 어렵다고 판단하지만 적어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절반 정도는 차지해야 의미가 있는 선거가 아니겠느냐 생각할 것이다.”

- 사무총장은 한 석만 이겨도 승리라고 했는데 2석은 이겨야 승리라는 것인가.

“아니다. 굉장히 어렵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국민적 시각에서 볼 때는 절반은 기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이다.”

- 투표율이 얼마나 될까?

“3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 광주서을 전망은?

“지난해 광주시장 선거에서 우리가 굉장히 어려웠다. 강운태 이용섭 후보가 단일화했다. 그래도 우리가 이겼다. 천정배 후보의 폭발력은 그 때 강운태 이용섭 후보의 폭발력과 비교하면 약하다는 것이 광주 의원들의 판단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싸울 수 있다고 본다.”

- 관악을은?

“당내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시키고 힘을 합치는 게 급선무다. 그래도 그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는 승산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 쉽지는 않다.”

- 경기 성남중원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했는데 600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금 야권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이 굉장히 고민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 ▶“4·29보선, 총선 전초전…2곳은 이겨야”)

선거 지휘부의 입에선 한결같이 비관론만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전략홍보본부장은 선거 전략을 세우고 선거를 지휘하는 핵심 당직자들입니다. 4·29 재보선 전망에 대해 세 사람의 입에서 한결같이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역대 재보선 성적은 어땠을까요? 그동안 재보궐선거에서는 현재의 여당이 언제나 승리했을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탁을 해서 2007년 이후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를 받아 보았습니다.

2007년 4·25
대전 서구을 심대평(국민중심당)
경기 화성시 고희선(한나라당)
전남 무안·신안 김홍업(민주당)

2009년 4·29
인천 부평구을 홍영표(민주당)
울산 북구 조승수(진보신당)
전주시 완산갑 신건(무소속)
전주시 덕진구 정동영(무소속)
경주 정수성(무소속)

2009년 10·28
수원시 장안구 이찬열(민주당)
안산상록을 김영환(민주당)
강릉시 권성동(한나라당)
증평진천괴산음성 정범구(민주당)
양산시 박희태(한나라당)

2010년 7·28
서울 은평구을 이재오(한나라당)
인천 계양구을 이성권(한나라당)
광주 남구 장병완(민주당)
강원 원주시 박우순(민주당)
태백영월평창정선 최종원(민주당)
철원화천양구인제 한기호(한나라당)
충북 충주시 윤진식(한나라당)
충남 천안시을 김호연(한나라당)

2011년 4·27
성남분당구을 손학규(민주당)
순천시 김선동(민주노동당)
김해시을 김태호(한나라당)

2013년 4·24
노원구병 안철수(무소속)
영도구 김무성(새누리당)
부여청양 이완구(새누리당)

2013년 10·30
화성시갑 서청원(새누리당)
포항시남구울릉군 박명재(새누리당)

2014년 7·30
동작구을 나경원(새누리당)
해운대구기장군갑 배덕광(새누리당)
광주 광산구을 권은희(새정치연합)
대덕구 정용기(새누리당)
울산 남구을 박맹우(새누리당)
수원을 정미경(새누리당)
수원병 김용남(새누리당)
수원정 박광온(새정치연합)
평택을 유의동(새누리당)
김포 홍철호(새누리당)
충주시 이종배(새누리당)
서산태안 김제식(새누리당)
순천곡성 이정현(새누리당)
나주화순 신정훈(새정치연합)
담양함평영광장성 이개호(새정치연합)

재보선 패배 이후 새정치연합이 겪은 충격과 패배의 쓰라림은 총선이나 대선 패배에 못지않다. 지난 14일 오전 텅 비어 있는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실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역대 재보선에서 야당도 꽤 많은 승리 거둬

그렇습니다. 역대 재보선에서 현재의 야당이 패배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 중부권 격전지에서는 야당이 꽤 많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몇 군데만 살펴볼까요? 2009년 4·29 재보선 인천부평을의 투표율은 29.1%였습니다. 민주당의 홍영표 후보가 49.5%의 득표율로 39.1%를 얻은 이재훈 후보를 꺾고 당선됐습니다. 민주노동당 후보도 있었지만 5.6% 득표에 그쳤습니다.

2009년 10·28 수원장안에서도 민주당의 이찬열 후보가 49.2%를 득표해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이겼습니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7.2%를 가져갔지만 이찬열 후보가 이긴 것입니다. 안산상록의 김영환 후보, 증평진천괴산음성의 정범구 후보도 민주당 공천을 받아서 승리했습니다. 2010년 7·28 재보선에서 원주의 박우순 후보,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최종원 후보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여당의 절대 강세 지역인 분당에서 강재섭 후보를 꺾었습니다. 손학규 후보가 워낙 거물이긴 하지만 아무튼 분당에서도 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결국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서 야당은 여당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4·29 재보선에서 의미 있는 승리는 ‘한 석’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좀 지나친 엄살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2012년 총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 발산역 앞에서 강서구갑·을 지역구에 출마한 구상찬·김성태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런데도 야권의 비관적 선거 전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선거의 여왕’을 두려워하는 새정치

첫째, 박근혜 트라우마입니다. 야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패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치러진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야당은 이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두 달 뒤 7·30 재보선에서 충격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사람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선거의 여왕은 지금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몇 차례 큰 싸움에서 지고 나면 상대의 얼굴만 봐도 주눅이 드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을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 종편 효과입니다.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입니다. 종편 관계사들조차 “종편은 종일편파방송의 줄임말”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합니다. 종편은 2011년 12월1일 개국했습니다. 그 이후 모든 선거에서 야권은 패배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해산당했습니다. 그동안 ‘야당은 종북’이라는 프레임이 종편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저는 종편의 영향력이 시청률보다는 프레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종편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종편이 유권자의 정치 의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좀 써주면 좋겠습니다.

광주의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선거구별 판세를 조금만 살펴보겠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관악을입니다. 관악을은 야권의 절대 강세지역입니다. 2012년 4·11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개표 결과는 새누리당 오신환 37,559표(33.38%), 통합진보당 이상규 43,158표(38.24%), 무소속 김희철 32,127표(28.47%)였습니다. 투표율은 54.3%였습니다. 야권 표가 이상규 후보와 김희철 후보로 갈렸는데도 야권 연대 후보였던 이상규 후보가 당선된 것입니다. 당시 김희철 후보는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이었는데도 야권 연대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이번 4·29 재보선을 앞두고 치러진 새정치연합 경선에서는 문재인 대표의 측근인 정태호 후보가 김희철 후보를 꺾고 후보가 됐습니다. 김희철 전 의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정태호 후보를 적극 돕는다면 투표율이 아무리 떨어지고 이상규 전 의원이 야권표를 갈라쳐도 정태호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것 같습니다.

경기 성남중원은 새정치연합 당직자들의 주장대로 여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국회의원을 두번이나 지낸 신상진 후보가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이곳의 개표 결과는 새누리당 신상진 45,408표(46.11%), 통합진보당 김미희 46,062표(46.77%)였습니다. 당시 투표율은 48.5%였습니다. 막판에 추가된 인천서강화을도 여당 절대 강세 지역이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나선 광주서을은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천 전 장관이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영택 후보가 역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립니다. 특히 광주의 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매우 잘 훈련된 사람들이라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고차원의 판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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