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도부와 회동을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0
68일만에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발표문 ‘당·정·청’ 단어 8번…‘야’라는 글자는 딱 한번
추경안·4대개혁 과제 관련해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하는 대목이 전혀 없어
싫어하는 사람 안만나고 유신헌법을 대통령제로 착각하는 박대통령 기류에 끌려간 탓
68일만에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발표문 ‘당·정·청’ 단어 8번…‘야’라는 글자는 딱 한번
추경안·4대개혁 과제 관련해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하는 대목이 전혀 없어
싫어하는 사람 안만나고 유신헌법을 대통령제로 착각하는 박대통령 기류에 끌려간 탓
고위 당정청 회의가 68일만인 22일 저녁에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렸습니다. 23일 아침 신문에는 당정청 회의가 주요 기사로 실렸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이 활짝 웃는 사진도 시원하게 실렸습니다. 참석자는 모두 12명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병기 비서실장,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참석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진하 사무총장이 참석했습니다. 정부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습니다.
현 정부를 이끌어가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의 실력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회의 결과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발표했습니다. 발표문을 보면 앞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가 국정의 중심축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정·청’이라는 단어가 무려 여덟번이나 나옵니다. 반면에 야당을 의미하는 ‘야’라는 글자는 딱 한번 등장합니다. 전문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길지만 그대로 소개하겠습니다.
당정청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으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들의 회의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제 당정청에서 합의했으니 실천만 남은 것일까요? 과연 이들이 합의한대로 추경안과 법안, 4대개혁 과제가 잘 이루어질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추경안과 법안, 4대개혁 과제 어느 한 가지도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실현되지 않습니다. 고위 당정청 회의 자리니까 회의 내용이나 발표문에 야당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의 발표문은 물론이고 기자들에게 공개된 참석자들의 발언을 아무리 살펴봐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하는 대목이 전혀 없습니다.
하긴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청와대 회동에서도 야당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와의 회동을 건의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알겠다”고 답변한 것이 전부입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다고 치고 당정청 고위인사들까지 야당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이유가 뭘까요?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하기 때문일까요? 야당 지지율이 워낙 낮으니까 그냥 찍어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일이 또 있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새로 임명된 현기환 전 의원이 21일 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 인근 치킨집에서 ‘치맥 번개’를 했다는 뉴스 말입니다. 김무성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의 2차 자리에 현기환 정무수석이 뒤늦게 합류해 부산·경남 출신 정치인 4명이 의기투합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당청관계가 얼마나 얼어붙어 있었으면 당 대표와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나서 술을 마셨다는게 정치 뉴스가 되는지 참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현기환 정무수석이 야당 사람들을 만나기는 하는걸까요?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만났더군요. 현기환 수석은 임명 나흘만인 14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가 인사를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현기환 수석에게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밤마다 소쩍새가 그렇게 많이 울었나 보다라는 시가 있듯이 현기환이라는 적임자를 고르기 위해 대통령이 무려 54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듯하다”고 덕담을 한 것이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정무수석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장면이 부각되는 바람에 정무수석이 야당 대표를 찾아간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현기환 수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유인태 의원이 1년 동안 정무수석을 했다가 폐지됐다. 야당과의 협의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더라. 당·정·청 소통도 중요하지만 야당하고도 활발히 소통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문재인 대표의 당부를 현기환 수석이 얼마나 깊이 새겼을지 궁금합니다. 현기환 수석 취임 이후 청와대와 야당,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와의 관계가 좋아질 것 같은 조짐은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를 회복하느라 바빠서 그런 것일까요? 두고 볼 일이지만 저는 앞으로도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전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때문입니다.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고위 인사들이나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야당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왜 야당을 무시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독특한 성격과 인식 때문입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유승민 파동 당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김무성 대표는 물론이고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싸늘하게 대했습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적과도 만나서 웃으며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인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둘째,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한겨레> 장봉군 화백이 7월21일치 ‘한겨레그림판’ (바로가기)에 재미있는 만평을 그렸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야당 대표 때 장외투쟁을 한 것은 국민을 위해 싸운 것이고 지금 야당의 장외투쟁은 당리당략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어거지가 통하는 이유는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묻지마 지지층 때문일 것입니다.
셋째, 대통령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제는 유권자가 국회의원도 뽑고 대통령도 뽑아서 두 권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 제도입니다. 미국이 대통령제를 그렇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유신시대의 헌법을 대통령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신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제가 아닙니다. 왕정이나 총통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과 인식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들도 대체로 야당을 홀대했습니다. 이정현 정무수석, 박준우 정무수석, 조윤선 정무수석의 임무는 대여관계나 대야관계 개선이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보좌였던 것 같습니다. 현기환 정무수석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문제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기류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하생입니다. 정치에서 여야관계가 기본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최근 행보를 보면 야당은 외면하고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만 신경쓰는 것 같습니다.
야당을 무시하고 핍박해서 굴복시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야정책이 가능한 데는 부실한 야당, 선거 연승, 절대적으로 유리한 언론지형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국정운용이 가능한 것일까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정운용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야당과 대화를 시도는 해봤는지 그게 참 궁금합니다.
야당 의원 몇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하거나 청와대로 불러서 식사를 하면서 ‘정부 제출 법안에 찬성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대답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당 지도부의 눈치를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 같다. 명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찬성할 수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데 정작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야당에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고 그냥 무시하거나 힘으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딱한 현실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고위 당정청 회의 재개…당에 4대 국정과제 특위 만들기로’(한겨레)
‘여권 노동개혁 강드라이브’(경향신문)
‘당정청 “4대개혁 총력…당내 특위 구성”’(동아일보)
‘68일 만에 만난 당정청 노동개혁특위 설치키로’(조선일보)
‘고위 당정청 68일 만에 회동…노동개혁 결의대회 방불’(중앙일보)
오늘 고위 당·정·청 회의를 계기로 당·정·청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더욱 단합해 나가기로 했으며 국민중심으로 일하는 당·정·청이 될 것을 거듭 확인했다.
금일 회의에서는 국회 막바지 심의중인 추경안의 금주 내 처리 문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및 경기회복 뒷받침, 그리고 노동개혁 포함한 4대 개혁의 추진에 대해 주로 협의를 했으며 아울러 감염병 방역체계 개선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바 그 구체적인 회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현재 국회에서 한창 막바지 심의중인 추경안과 관련해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할 정부의 재정보강대책이 때를 놓치지 않도록 추경안이 내일 모레 즉 7월24일까지 반드시 처리되도록 당이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둘째,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매우 중요한 경제활성화 민생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도 하나같이 경제활력 회복 및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절박하게 필요한 법안들인 만큼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되도록 하거나 적어도 여야 법안 협의가 상당히 진전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셋째, 정부가 금년 4대 개혁, 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에 공무원연금개혁이 마무리 된 만큼, 하반기에는 우리의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절실한 노동개혁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당·정·청 간에 의견을 같이 했으며 노사정위원회 활동도 재개되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당에 4대 개혁 특위를 설치하며, 특히 노동개혁 특위는 이인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하고 당·정·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개혁, 교육개혁의 경우 1차적으로 그 개혁내용을 충분히 공감하는 가운데 연말에는 개혁성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힘을 모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메르스 후속 대책 및 방역체계 개선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당과 충분한 사전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사실상 메르스 종식이 되었지만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했다.
끝으로 추가적 실무 추진상황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지속 협의해 나가도록 했으며 향후 고위 당·정·청 회의는 필요시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개최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 침해 잘못된 시행령 바로 잡겠다.”
“사면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굉장한 악영향.”
“도청 없어졌다고 주장하려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