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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의 보직 신고를 받기 위해 청와대 접견실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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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41]
‘안심번호 비판’에 대한 언론의 역풍 불자
자신의 결백 증명위해 청와대 참모 내쫓아
박근혜 대통령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을 내보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10월5일 오후 고위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이외에 추가적으로 거취 표명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더이상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추측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30일 기자실을 갑자기 찾아와 김무성-문재인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던 바로 그 고위 관계자였습니다. 평소 청와대 일일 브리핑은 민경욱 대변인이 해 왔습니다. 따라서 가끔 기자실에 나타나는 이 고위 관계자의 말을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맥락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브리핑 내용을 보충 설명과 함께 다시한번 살펴보겠습니다.
5일 오후 3시40분 백브리핑
“궁금한 거 있습니까? (혼자 웃음) 아니 여러분들 추석 연휴도 지나고 대통령 외교 행보 하시는 가운데서도 청와대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측과 추측 보도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아닌가요? 그래서 오늘 그런 것에 대해 매듭을 지으려고 왔습니다. 부탁드리려는 것은 관계자로 해주시고요. 앞으로 취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말씀드립니다.”
“매듭을 짓고자 왔습니다. 여러분들과 매일 아침 취재 편의를 위해 애써 온 민경욱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오늘 개인적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 두 사람 이외에 추가적으로 거취 표명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청와대 근무하는 사람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추측보도를 자제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총선이나 선거에도 중립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오늘 말씀 드리는 것은 오늘 여러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대통령 말씀을 들으셨겠지만 역사적 전환기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개혁을 우리나라가 해내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 하에 개혁과 또 개혁을 통해서 경제 살리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기 위해 더 이상의 소모적 추측이나 이런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수석급에서 더 이상 거취 표명이 없나요.
“앞에서 말씀한 게 전부입니다.”
-없다는 게 완전히 선을 긋는 것인지요.
“매듭을 짓겠다고 말씀한 것을 참고해 주십시오.”
-비서관들 의견을 수렴한 건가요.
“사의 표명한 두 사람은 개인적 사정에 의해서 사의를 표명한 것입니다.”
-출마 예정설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출마 여부 의견을 물어보고 취합한 다음에 발표한 것인가요.
“개인적 사정이니까 그런 게 있었겠지요.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출마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두 사람이 출마하기 때문에 그만 둔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출마하느냐 안하느냐는 본인들의 몫인 것이고요.”
-내년 총선 전까지 개인적 사정 있는 사람은 없다는건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을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민경욱 박종준 두 사람이 개인적 사정의 사의라고 했는데 청와대 뜻이 아니란 얘긴가요.
“그렇죠. 제가 그런 얘기를 할 수가 없고요.”
-두 분의 출마가 청와대 전체의 뜻과 무관한가요.
“그분들이 말씀하시겠죠.”
-공천룰 관련 여야 협의가 티케이 지분 나누기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매듭짓기인가요.
“그렇게 질문하면 답변하기가 뭣한데, 대통령께서 그동안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도 공천권 또는 지분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든지 한 적은 없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것도 제도에 대한 것을 지적한 것이고요. 논란이 벌어지는, 신문에서 얘기하듯이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 등의 시각을 보이는 것은 대통령의 뜻과 거리가 멉니다. 어떻게 하든지 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비서실장이 의견을 모은 건가요. 대통령이 직접 물어보고 이렇게 발표하라고 한 건가요.
“제가 매듭짓겠다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장관 중에 출마자는 어떻게 합니까.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표가 탈당 요구한 것에 대해 반응을 낼 계획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여러분이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처럼 마련된 노사정대타협을 계기로 정말 힘들고 어려운 개혁 작업들을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완수해야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지원하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떻습니까?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내용과 미묘한 차이가 있지요? 짐작컨대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행정관들에게 ‘내년 선거에 출마할 사람은 지금 그만두라’고 했고, 민경욱 대변인, 박종준 차장이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할 참모들을 갑자기 걸러낸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김무성 대표와 내년 국회의원 공천권을 놓고 싸우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무척 불쾌했던 모양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5일 오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9회 한인의 날’ 기념식 행사 사진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김무성 대표와 떨어져 앉았는데 표정을 전혀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주장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천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일까요? 지난 일을 잠시 되짚어 보겠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추석연휴인 9월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안심번호 공직선거법 개정을 합의 처리하고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틀 뒤인 30일 바로 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기자실에 갑자기 나타나 이렇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추석연휴 직후 9월30일 오전 11시50분
“지금 이제 안심번호 공천제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은 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첫째, 소위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겠는가.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겠는가. 안심번호가 있다고 해도 지지정당을 물은 다음에 하겠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역선택 또는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는가 우려가 크다. 둘째,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된다. 이 경우 조직력이 강한 후보한테 유리해진다. 또 인구수가 적은 선거구의 경우 안심번호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조직선거 우려가 있다. 셋째, 이를 선관위에서 관리하면 비용이 많이 들텐데 이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국민공천이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보다는 세금공천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커질 것이라는 의문이 있다. 넷째, 기본적으로 경험한 바 있지만 전화여론조사에서 하는 응답과 현장투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다섯째,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절차 없이, 최고위 절차 없이, 졸속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합의하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우려가 있다.”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인데 청와대에서 얘기하는 이유가 뭔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굉장히 바람직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도 우리로서는 우려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기자들 질문이 많았다.”
-청와대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가.
“그래서 관계자로 해달라는 것이다. 나머지 문제들에 관련해서는 고민하거나 생각하면 알겠지만 다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지금 얘기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인가.
“….”
어떻습니까?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인데 청와대에서 얘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답한 내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느닷없이 안심번호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 정말 제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기자들이 취재해서 기사를 썼듯이 청와대의 공천권 개입 의도 때문이었을까요.
10월1일치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청와대 새누리당 공천룰에도 결재권 행사할 참인가’였습니다. 10월5일치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퇴임 대통령 세력 만들려는 시도 성공한 적 없다’였습니다.
‘안심번호 비판’에서 ‘출마 희망자 정리’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행위는 그 진짜 의도가 무엇일까요. 정치적 맥락은 별도로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그런 심리 상태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와대에서 18년의 세월을 보냈는데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시고 어린 나이에 영부인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정치부 기자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강연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스무 살을 갓 넘긴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연배의 사회 저명 인사들을 모아놓고 충과 효에 대해 강연을 했습니다.”
“제가 볼 때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었던 것이지요.”
“저는 새누리당에 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로서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하면서 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당을 완전 1인 지배 정당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정당을 저렇게 운영한다면 다른 조직의 대표가 되어서도 그렇게 할 것만 같아 걱정스러웠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14년 책에 쓴 내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매우 독특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10대 초반부터 최고 권력자의 첫째딸로, 또 20대에는 ‘퍼스트 레이디’로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고 청와대에서 나온 뒤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인생 역정을 겪은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궤적 때문인지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짐작컨대 안심번호 비판으로 표출된 공천 개입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무오류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선거에 나갈 청와대 참모들을 내쫓은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당의 일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부하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차장은 실제로 내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두 사람의 공천이나 출마를 도와줄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의 곁을 떠난 참모들을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도와줄 이유도 없습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못받고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성격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순천·곡성 재보선에서 당선돼 화려하게 부활한 이정현 최고위원의 경우를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권력투쟁으로 번진 공천권 싸움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지난 30일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공천 특별기구를 아직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들의 힘겨루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특별기구 위원장에 김무성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앉히려 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들은 김태호 최고위원을 앉히려 했습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본래 친박이었지만 사무총장이 된 뒤에 친김무성 성향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반대로 본래 비박이었지만 최고위원이 된 뒤에서 친박으로 돌아선 사람입니다. 정치에서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하는데 두 사람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8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이 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런 말을 쏟아냈습니다.
“공천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맞다. 그렇다면 참으로 진정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현역의원을 교체해야 되느냐는 물음에도 찬성이 과반을 넘는다. 정치권의 변화에 대한 강한 요구를 담아내는 공천룰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참뜻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저는 컷오프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은 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 공간에 훌륭하고 참신한 인물들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래서 훌륭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둘째는 결선투표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지역에서 세 사람 이상 나왔을 때 한 사람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 1등, 2등이 결선을 해서 다시 레이스를 하는 그런 구도로 가야 한다. 신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민심의 왜곡을 막는 길이다. 세번째, 여성이나 장애인, 다문화 등 소수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데 비례대표제를 활용하면 된다. 네번째, 전략공천은 필요하다. 지금 야당은 20% 현역 물갈이를 공론화했다. 그리고 거기에 신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40~50% 물갈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공천도 20% 하겠다고 한다. 전략공천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전략사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사천을 막기 위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그리고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칙으로 하면 된다. 다섯번째, 중진들, 3선 이상의 중진들은 당의 요구가 있을 때는 수도권 열세지역 투입을 원칙으로 하는 그런 기준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말은 자신이 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지 않겠지만 컷오프, 전략공천 등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의 정치지형으로 볼 때 컷오프와 전략공천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의 세력 확대에 유리한 제도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친박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적극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당 일각에서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때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의 지지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을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세 사람에 위임하기로 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까요?
새누리당 공천권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진짜 싸움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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