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한 달 앞둔 13일 오후 국회.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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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5
<문자 메시지 1>
안녕하세요 00000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000입니다. 오늘부터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 전화가 옵니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니 발신번호 ‘02-’로 오는 모르는 번호도 꼭 받아주십시요. 질문은 5개입니다. 끝까지 답변해서 꼭 000을 선택해 주십시요.
* 질문내용
1) 사시는 지역은?
2) 성별은?
3) 연령은? (꼭 본인 연령 답변)
4) 지지정당은? “새누리당! 또는 지지정당 없다”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5) 선호하는 후보는?《000》이라고 말해 주세요 꼭 당선되어 정직하고 깨끗하게 일 제대로 하겠습니다. 00000 주민들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성별은?
3) 연령은? (꼭 본인 연령 답변)
4) 지지정당은? “새누리당! 또는 지지정당 없다”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5) 선호하는 후보는?《000》이라고 말해 주세요 꼭 당선되어 정직하고 깨끗하게 일 제대로 하겠습니다. 00000 주민들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자 메시지 2>
000을 선택해 주십시오. 여러분께서 가르쳐 주신 4년이었습니다. 퇴근길 긴 줄을 기다려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해주시던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더 잘하라며 10만명 온라인 입당으로 힘을 보태주신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영하 18도 추위에 얼어붙은 제 손에 따뜻한 우유 하나 건네주시던 그 마음을 잊지 못합니다. 정치를 하며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그 마음들입니다.
지난 4년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단 걸 믿습니다. 한발 더 내딛게 힘을 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저의 손을 이끌어주시리라 믿습니다. 000을 선택해 주십시오.
* 경선 투표
13(일)~14(월) 오전 10:00~오후 9:00 * 참여방법
1.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 무조건 받기
2. 000 거주지역 확인
3. 지지정당 “더불어민주당” 선택
4. 경선투표 “참여” 선택
5. 적합한 후보 “000” 선택 본선에서 당당한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13(일)~14(월) 오전 10:00~오후 9:00 * 참여방법
1.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 무조건 받기
2. 000 거주지역 확인
3. 지지정당 “더불어민주당” 선택
4. 경선투표 “참여” 선택
5. 적합한 후보 “000” 선택 본선에서 당당한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40일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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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활용 원내 1·2당이 국회의원 후보 경선을 모두 여론조사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에는 ‘하향식 공천심사’로 후보를 중앙당에서 결정하거나, 아니면 경선을 해도 ‘국민·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경선은 우리에게 그리 낮설지 않습니다. 과거에 이미 여러차례 여론조사 경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였습니다. 두 군데 여론조사 회사에서 2002년 11월24일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한 두 후보의 경쟁력 조사를 했습니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 조사에서는 노무현 46.8%, 정몽준 42.2%가 나왔고, 월드리서치 조사는 유효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화됐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1 대 0 승리였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그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그 탄력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여론조사 경선 후보 필승’의 신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5년 뒤 한나라당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도입했습니다. 2007년 8월20일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2452표 차로 누르고 대선후보로 당선되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일반당원, 대의원, 국민선거인단 경선에서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려 패배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를 선거인단 투표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응답자 한 사람을 5표로 계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적극적 투표자의 정치적 비중이 전화를 받고 단순히 의사표시를 한 응답자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말이 되지 않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당과 정치인들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다른 정당과 후보 단일화를 할 때 여론조사는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도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후보 단일화를 하긴 해야 하는데 여론조사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조사원들이 여론조사를 하고 있고 있는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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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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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정당 속이는 응답자들의 역선택·조작 가능성 논란도 정당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당직자조차 “처음 가보는 길이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불안하고, 이동통신사도 불안하고, 여론조사기관도 불안하고, 우리도 불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눈이 밝은 학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강원택 교수가 2009년 <당내 공직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론조사 활용의 문제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정당이 여론조사 방식에 주목하게 된 것은 개방적 참여는 필요하지만 조직, 돈에 의한 동원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인물을 선출함으로써 본선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공직후보 선출에 활용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선호의 표출이나 의사표현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여론조사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단순한 의견 표명일 뿐 그러한 의사 표현에 따른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반면 투표는 자신의 한 표가 승자 결정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정당 정치를 약화시킨다. 정치적 혐오감이 높은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의존은 정치권 외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만든다.
셋째, 여론조사의 활용은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자 선정에 당과 무관한 일반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는 반면 당원들은 정치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넷째, 여론조사는 표본오차나 비표본오차로 인해 기술적으로 항상 정확하지 않다.”
“우선 우리 정당들이 여론조사로 경선을 할 때마다 불거져온 ‘휴대전화 위장전입’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휴대전화 이용자는 통신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손쉽게 주소를 옮길 수 있다. 이를 악용해 경선 예비후보들이 지지층을 지역구 주민으로 둔갑시키거나 그들의 집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시킬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전화 여론조사 공천이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다. 우선 A당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B당 지지자’라고 거짓으로 응답한 뒤 경쟁력 떨어지는 B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변하면 차단할 방법이 없다. 또 생업에 바쁜 국민이 정당 내부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과 인품을 충분히 따져보고 여론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자연히 명망가나 현역 의원 같은 인지도 높은 후보에게 지지가 몰릴 공산이 커진다.”
“정당 실세가 독점해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만 보면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아무리 안심번호라는 ‘안전판’을 도입해도 전화 여론조사는 공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데 부분적인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여론조사는 상품 시장이나 정치 현장에서 소비자나 유권자의 취향을 가늠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마케팅 기법이다. 그런 여론조사가 유독 한국 정치에서만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최종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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