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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역을 출발해 KTX동대구역에 도착한 새누리당 유승민(동구을) 의원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3.1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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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66
비박연대 탄생 가능성 ‘폭풍전야’ 속 새누리당
‘현재 권력’이냐 ‘미래 권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한마디로 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들이 거의 모두 축출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에게 밉보인 사람을 잘라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조선일보 16일치)
“새누리당의 정체성이란 것이 박 대통령 말을 잘 듣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라면 더 이상 공당(公黨)이 아니다.”(조선일보 17일치)
“시중에는 ‘한 번 찍은 사람은 반드시 잘라내는 박 대통령이 정말 무섭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찍힐 경우 정치적 미래가 없다면 공천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정치 혐오마저 불러일으킨다.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국회 180석, 아니 과반수 의석을 노린다면 도둑놈 심보다.”(동아일보 16일치)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는 ‘이번 총선은 박근혜 선거’라느니, ‘공천이 아니라 박천(朴薦)’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동아일보 17일치)
새누리당의 지난 15일 ‘비박학살’ 공천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설마 했던 일’, ‘정말 무섭다’, ‘공천이 아니라 박천’ 등의 표현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어느 누리꾼의 촌평이 눈에 띄였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 쳐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과 뭐가 다른가.”
새누리당의 ‘비박학살’ 공천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잔인하게 처형한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장성택은 201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체포된 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당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당안에 배겨있던 우연분자, 이색분자들이 주체혁명위업계승의 중대한 력사적 시기에 당의 유일적 령도를 거세하려 들면서 분파책동으로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감히 당에 도전해 나서는 위험천만한 반당반혁명적 종파사건이 발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면을 할애해 장성택의 죄상을 무려 10가지나 나열했습니다. 계승문제 비아냥, 심복 밀어넣기, 사적비 제작 방해, 부패 돈벌이, 지하자원 팔아먹기, 화폐개혁 부추겨 경제 혼란, 귀금속 수집, 방탕한 생활, 외국 도박장 출입 등등 구질구질한 내용이었습니다.
현영철은 2015년 4월 반역죄로 공개처형됐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영철의 반역죄 사유는 ‘김정은의 지시에 대꾸를 하고 군 행사에서 조는 모습이 적발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현영철의 숙청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장성택과 현영철이 숙청된 진짜 이유가 뭘까요? 우리 분석가들은 장성택의 경우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또 현영철은 ‘본보기 처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소식통들은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내용입니다. 저는 새누리당의 중견 정치인을 통해 내용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김정은은 10대에 스위스에 유학하면서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그는 농구와 스키 두 가지에 심취했다. 최고권력을 장악한 뒤 미국 엔비에이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한 데는 이런 개인적 취향이 작용했다. 동양최대 규모의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한 것도 최고 지도자로서 업적을 쌓으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동시에 김정은 자신이 워낙 스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위해 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장성택에게 스키장 건설 자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장성택이 ‘인민들이 먹고살기 어려운데 그렇게 큰돈으로 스키장을 지으면 안된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처형한 것이다.”
“현영철도 인민군의 돈줄을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김정은은 현영철에게 스키장 건설 자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현영철도 ‘인민군대가 지금 어려워서 그런 큰돈을 내놓기 어렵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처형했다.”
당과 군의 자금줄을 쥐고 있던 권력실세들이 최고 지도자 김정은과 스키장 건설 자금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처형됐다는 설명입니다. 미확인 정보라 신뢰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설득력이 있는 분석 아닙니까?
새누리당의 비박인사 공천 학살에 대해 모든 언론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낸 다음날(16일) 오후 이한구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이런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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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경선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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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앞두고 정치인 박근혜가 그랬듯
새누리당은 ‘현재 권력’ 밟고 지나갈 수 있을까
“여러분들이 자꾸 이상하게 보도하는데 탈락된 사람 중심으로 이 사람이 누구하고 무슨 관계니까 무슨 (비박·친유승민)계를 정리하려고 그랬다 그거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다 친소관계가 있어요. 탈락된 사람들 중에 나하고 친구가 여러명 있어요. 내 친구 정리했다는 이야기밖에 안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모든 지역마다 특정인에 대한 정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해요. 그러다 보면 과거 행태도 중요하고 행태 관련해선 품위 관련, 당정체성, ‘이지고잉’한 것도 있고 여러분한테는 안알려져 있지만 당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일할 때 이상한 행동을 해서 당에 손해를 끼친 경우도 있고 안알려져 있지만 무슨 또 해외여행이나 이런 것들 해서 민주당 의원들 정리당한 사람들 비슷한 일을 한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는 거예요. 그게 다 안알려져 있는 상황이에요. 여러분한테는.”
“자꾸 그걸 모르면서 한두가지 특징만 가지고 무슨계를 정리했다고 보도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 계라고 하는 사람 분류도 언론에서 마음대로 하겠지만 무슨 계라는 사람 중에서도 생존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분명히 아셔야 하고. 제 말은 한두가지 기준, 친소관계로 결정하는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탈락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20대 국회에 들어갈만한 사람이냐 아니냐는 거예요. 탈락자들 보시더라도 탈락자하고 매지역구마다 남은 사람들하고 비교를 해보세요. 그런데 비교를 해보니까 탈락자가 낫다 그러면 비판해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뭐냐. 우리는 최대한 훌륭한 사람들을 남겨서 그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탈락자 점수가 80점이 나왔다. 왜 탈락했냐. 90점짜리가 있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점수가 60점밖에 안되는 사람인데 단수 공천 왜 줬을까. 아마 거기는 50점짜리밖에 없거나 다른 이유가 없는지 체크해보라고. 그래도 이상하면 이야기하시라고. 기분 내키는대로 쓰지 마시라고요. 그게 우리한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몰라요. 우리 당 후보자들한테.”
그러니까 요약하면 공천관리위원회는 다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비박인사 공천 배제’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한구 위원장의 설명이 옳다면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공천 탈락 이후에 강하게 반발하는 후보자들은 이한구 위원장이 자주 쓰는 말처럼 다 ‘바보’이거나 ‘저성과자’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한구 위원장의 설명, 여러분은 납득이 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세력이 이처럼 비박세력을 당에서 몰아내려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압축하면 두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독선과 오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절대로 화해하지 않는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치명적 결함입니다. 이런 태도는 10대와 20대 최고 권력자의 곁에 있을 때 형성된 인격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은 새누리당의 친박인사들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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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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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 사이에 벌어지는 이해관계의 충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모든 정치행위의 목표는 총선 이후 레임덕과 퇴임 이후 추락을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이 당연합니다. 친박 실세 의원들은 “퇴임 이후에도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정권의 향배가 더 중요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잡지 못하면 야당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면 합리적 보수로 진화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현재의 권력을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 인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여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4·13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은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궁금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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