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앞줄 오른쪽 둘째)가 13일 밤 국회 의원회관 투개표상황실에서 호남 후보자들에 대한 개표결과가 발표되는 동안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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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73
‘호남 자민련’ ‘지역주의’ 호남 바라보는 야권의 부정적 시선
4·13 호남표심 원인은?…‘안 지지-문 거부’는 계속될 것인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기위해 충장로우체국 계단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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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용(전남대 연구교수)
“최근 더민주 지지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호남 유권자 폄하는 우려스럽다. 유권자의 선택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본인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선택 역시 본인의 지지만큼이나 소중하다. 호남이 더민주를 지지하지 않은데 대한 더민주 지지자들의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은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몰이해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배려의 결핍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란 나와 다른 선호, 나와 다른 선택, 나와 다른 행동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나의 선호만 가치 있고 나의 선택만 옳고, 나의 행동만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결국 호남에서 더민주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야당-유권자연합 내부의 균열 때문이다.
반새누리연합을 구성했던 야당 지지층의 한 축을 형성하던 호남의 전통적인 유권자들이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대안세력을 찾고 있는 과정이 현재 호남에서 나타나는 더민주에 대한 민심 이탈 현상이다. 더민주로 대표되는 야당 내에서 정당 내부의 자원분배, 공직후보 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약화시켜왔던 정치적 관행은 가장 많은 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호남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당내 정치의 지속적인 반복이 정당 내부의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호남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져 호남은 야당 내에서조차 주변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으며, 호남에 대한 홀대론을 형성하는 동력이 됨과 동시에 안철수의 탈당과 신당창당 과정에서 지지의 이동으로 이어지는 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정당일체감의 상실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체제에서 시작해 김종인 체제에서 극대화된 더민주의 정당노선은 기존 호남정치의 전통적 가치와 상당 부분 충돌한다. 더민주 비대위원장으로 국보위 출신 김종인을 영입한 행위는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와 관련한 반발이 호남 내에서 실제로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배라는 진보적 가치에 익숙한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보수정당에서나 주창하던 소득주도성장론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고, 특히 햇볕정책 폐기와 대북강경 노선 등 외교안보노선의 우클릭은 정통 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김종인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표 시절부터 존재하던 문제다. 그래서 전통적인 호남 유권자들은 더민주에 대해 더 이상 ‘우리당’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안일원(리서치뷰 대표)
○ 문재인 호남홀대론의 증폭
- 2015년 2·8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박지원 후보는 ‘친노’와 ‘친노 호남홀대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 이미 규정된 ‘친노’ 프레임은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대중의 뇌리에 고착되었다.
- 박지원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이미 프레임화 된 ‘친노’ 호남홀대론에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메시지를 생산했다.
- 사실 진위와 관계없이 문재인 후보는 이후 ‘친노’의 수장으로 각인되고, 호남홀대의 장본인으로 호남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 ‘친노’ 규정에 대한 주류의 대응 미숙
-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는 도덕성과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는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 ‘친노 호남홀대론’에 대해 도덕적으로 깨끗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주류는 ‘호남홀대론’을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응해 왔다.
- 2012년 대선경선 이후와 2015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출된 ‘호남홀대론’을 무마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과 정치적 언동을 구사하지 않고 방치해왔다.
- 선거 때가 되면 등장하는 ‘호남홀대론’을 진실이 아니라고 방치해 둔 결과 구조화된 ‘친노 호남홀대론’이 호남 반문(반노) 정서로 이어졌다.
- 호남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구태와 호남홀대론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호남에서 반노반문, 반민주에 대한 여론이 고착되었다.
김성주(전북 전주병 낙선 국회의원)
“호남 유권자들의 국민의당 선택은 방어적 지역주의 산물로 보여진다. 김대중 이후 호남 출신 지도자를 갖지 못한 호남민심은 영남출신 인사들끼리의 대권경쟁에 대해 깊은 소외의식을 느끼고 있다. 가장 심각한 낙후지역인 호남이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불만이 깔려있는 것이다. 여기에 ‘친노패권주의’ 프레임과 ‘반문재인’ 정서가 더민주를 심판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호남 유권자들의 국민의당 지지는 기존 정당을 대체했기보다는 일시적 대안으로 고려했다고 본다.
이것을 호남 유권자들의 지역주의 회귀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의당이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보이도록 한 캠페인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호남 유권자들이 지지정당과 지지후보를 달리 선택한 것은 기존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고 정치적 다양성과 다원성에 대한 기대로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지역은 친노패권주의 대 야권분열 프레임이 맞부딪혔다. 친노와 비노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만들어낸 야권분열 프레임으로 종편 등에 의해 전파되고 지역주의를 활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일부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 의해 고착화되었다. 친노패권주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실체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호남의 뿌리깊은 소외의식과 결합되어 증폭되었다. 야권분열 우려는 수도권과 달리 호남에서는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강기정(광주북갑 낙천 국회의원)
<제18대 대선 평가>
-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한국정치에서 호남의 역할’ 토론(2013.2.27.)을 함
- 당시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된 말 중에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다”가 있었음
-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 혁신을 선도하지 못한채 맹목적 지지를 호소했기 때문임
- 18대 대선 패배후 수많은 토론회가 있었음
- 당시의 결론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고 생활정치를 실현하자는 것
- 특히 호남 유권자들의 패배감과 상실감, 집단적 ‘멘붕’ 상태에 대해 ‘물갈이’ 레토릭의 사용을 통한 인물교체 중심의 대응이 아닌 호남 정치인을 키우고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바 있음
-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호남의 비전 제시 대신 가장 쉬운 ‘물갈이’ 레토릭을 반복하고 맹목적 지지를 호소한 채 끝남
<김종인 대표 등 호남 지도부 방문이 남긴 교훈>
- 지난 25일 김종인 대표 등 광주를 방문했지만 광주시의회 의원 전원이 집단 불참한 사건이 있었음
- 당시 언론보도에 의한면 한 시의원은“광주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데 이동시간을 빼면 40여분간 대화로 허심탄회한 소통이 가능하겠느냐”며 “김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모이라 해서 모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불참했다” 고 말했다고 함
- 아직까지 지도부는 호남을 동원의 대상으로 볼 뿐 호남의 선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김윤철(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한석 차이다. 순식간에 1당이 바뀔 수 있다.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국민의당에 뒤졌다. 총선 결과를 보고 이제 호남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면 호남민심은 더 이반할 것이다. 국민의당을 호남 자민련이라고 하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호남은 무조건 더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4·13 선거 결과를 평가하면 안된다. 여전히 30%대의 표를 준 호남 유권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호남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낙선 국회의원)
“나는 95년부터 호남에서 여러차례 선거를 치렀다. 사실은 그동안 호남민심이 우리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51%로 100%를 차지했다. ‘민주당 패권’이 있었다. 선배들이 지역에서 누렸던 구태가 쌓여 있었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어 있었고 바로 그게 근본적 패인이다. 우리당은 호남에서 적폐로 인식되어 있다.”
“친노패권 프레임이 정권교체 프레임을 덮어버렸다. 2·8 전당대회와 4·29 재보선에서 악화된 호남민심을 방치했다. 반문재인 정서는 상수였다. 거기에 김종인 대표 등 현 지도부의 패권적 모습이 패권주의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현 대표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의당 지도부는 여러차례 유세를 왔는데 우리당 지도부는 오지 않았다. 지도부의 선거 전략이 없었다.”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당선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당 지도부가 옆에 있으면 욕을 해주고 싶을만큼 힘들었다. 처음엔 ‘정권교체하려면 기호 2번 찍어야 한다’고 했다. 전혀 먹히지 않았다. 전략을 바꿔서 무소속이라고 생각하고 뛰었다. ‘일’을 해야 한다고 읍소했다. 그게 먹혀서 겨우 당선됐다.”
“호남 참패의 원인은 우리당의 기득권 때문이다. 광주 호남에서 유권자들은 우리를 야당으로 보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과 같다. 기득권 세력이라고 본다. 그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깊고 광범위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호남을 되찾기는 녹록치 않을 것이다. 30년 기득권에 대한 반발 심리가 남아 있다.”
“친노 패권주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바로 호남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광주·전남 유권자들에게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워낙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현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 국보위 경력, 셀프 공천 사태 등으로 당이 후보들을 계속 방해만 했다.”
“호남은 아직도 분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회초리를 들고 지켜보고 있다. 그래도 증오의 매는 아니라고 본다. 선거가 끝난 뒤 저에게 ‘광주의 자존심을 지켜줬다’거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광주 전남의 자식들이다. 사랑의 매를 때린다고 때렸는데 자식이 죽어버린 것이다. 호남에는 ‘너무 심했다’는 마음도 남아 있다.”
“문재인 대표가 광주에 와서 한 약속은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한다. 광주·전남에서는 관심이 많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생각해야 한다. 당분간 현실정치에서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1위다. 광주와 호남부터 복구해야 한다. 광주와 호남이 문재인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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