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연구원(왼쪽부터),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장, 이진수 <보좌의 정치학> 지은이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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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막전막후 77 / 야권논객 3명 ‘총선이후 대선 전망’ 좌담
4·13 총선 결과 해석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실정치 경험과 이론적 분석 역량을 갖춘 야권 소장 논객 세 사람을 모아 4·13에 나타난 지역주의와 세대투표, 2017년 대선 전망에 대해 좌담을 했다.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두 시간 동안 성한용 선임기자 사회로 진행했다. 이진수 <보좌의 정치학> 저자, 김부겸 당선자 전 보좌관
유창오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 <정치의 귀환> 저자, 새시대전략연구소장
장신기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저자,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연구원
지역주의가 세대구도로 바뀌어
못살겠다는 경제적 동기가
젊은층 투표·야당 지지로 이어져 야권 정권교체 성공하려면
정당은 정책을 만들고
후보는 호남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 :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어떻게 나타날까. 유 : 디제이, 박정희의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근혜 없는 선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의는 약화될 것이다. 더구나 야권 후보가 비호남 출신이고 여권 후보가 비영남 출신이면 지역주의는 더 약화될 것이다. 이 : 저는 비관적이다. 지역주의가 거대한 댐이면 금이 간 것은 맞다. 그러나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은 253곳 중에 한 곳을 내가 뽑는 거다. 대구 12군데 중에 수성갑에 김부겸 하나 찍어줘도, 홍의락 찍어줘도 12분의 1, 12분의 2다. 하지만 대선은 한명을 뽑는 거다. 패권이 작동한다. 지역주의는 대선 때 특히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분립된 것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위기다. 사회 : 세대투표에 대해 얘기해보자. 유 : 이번 총선의 가장 새로운 현상은 더민주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1당이 된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대투표 효과였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면 20~40대에서 더민주가 31~42%로 가장 높고 다음은 국민의당 26~30%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15~21%였다. 20~30세대는 과거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젊은 세대의 적극 투표 참여에는 ‘문재인 효과’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판에 결집했다. 사회 : 젊은층은 야당을, 고연령층은 여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뭘까. 이 : 대구에서 선거 전에 여론조사를 27차례 했다. 젊을수록 확실히 김부겸을 지지했다. 7:3 정도였다. 40대는 8:2였고, 50대가 반반, 60대 이상은 거꾸로 8:2였다. 선거 며칠 전 김부겸 후보가 벚꽃놀이에 갔는데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했다. 선거 당일 대구에는 비가 왔는데 비가 그치고 오후 2시 이후에 젊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 : 왜 그랬을까. 이 : 30~40대는 자기 직업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임시직이거나 직장이 있어도 수입이 불규칙하다. 대구라 더 그럴 것이다. 번듯한 직장 다니는 사람이 없다. 죽겠는 거다. 대구 수성갑이면 아파트가 평당 이천이다. 젊은 세대는 자식 대학 보내려고 수성구까지 들어오기는 했는데 수입이 줄고 불안정한거다. 경제적 동기가 젊은층 투표율 상승과 야당 지지의 핵심이었다. 유 : 외환위기 이후 기업은 정규직을 잘 채용하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이 2013년 8%인데 올 2월 12.5%였다. 청년 신규채용중에 비정규직 비율이 64%다. 196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정규직이 됐다. 그 이후는 거칠게 말하면 착취받는 세대다. 희망이 없는 세대다. 심각한 문제다. 그런 현실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야권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 덧붙이면 젊은 세대는 자유주의적 특성이 있는데 박근혜 정부의 권위주의에 거부감을 갖게 된 것도 있다. 사회 : 핵심은 경제라는 얘긴데 경제투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 젊은 연령층 투표율이 올라간 이유는 확실히 경제 때문이다. 경제투표다. 유 : 세대투표를 말할 때 연령효과와 세대효과는 좀 다르다. 연령효과는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는 것이다. 세대효과는 10대나 20대에 겪었던 일로 정치의식이 생기면 그게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전쟁 세대, 민주화를 겪은 86세대가 그런 것이다. 장 : 우리나라 선거에서 세대 요인이 부각된 건 2002년 대선이었다. 그 이후 연구가 많이 나왔다. 2002년과 2012년 10년 동안 세대투표의 진보-보수 쏠림 현상이 양극단으로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20대의 이회창 지지율이 34.9%였는데 2012년 박근혜는 30.8%밖에 안된다. 젊은 세대는 자유주의적 성향, 반권위적 성향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때보다 더 경직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10%밖에 안나온다. 2017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사회 : 호남에서 젊은층은 더민주 지지가 많고 40대 후반 이후로는 국민의당 지지가 많다. 왜 그럴까? 유 : 장년층이 더민주를 싫어하는 것은 오래된 역사가 있다. 열린우리당 분당 얘기부터 해야 한다. 장 : 아닌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를 휩쓸었다. 당시 민주당은 지금 더민주 정도 밖에 못 얻었다. 열린우리당 찍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 바뀐 것이다. 사회 : 17대 총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표를 몰아준 것이고 그 이후 호남 장년층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 왜 그랬을까. 장 : 문재인 대표와 현재 야권의 주류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있다. 또 노무현과 더민주 주류는 호남의 장년층과 정서적으로 충돌한다. 연령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이용한 측면도 있다. 유 : 호남 장년층이 국민의당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인지, 인물 일체감인지 여러차례 물어봤다. 총선 직후에는 인물 일체감이라는 답변도 꽤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답변이 많다.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회 : 지역주의 완화와 세대투표 강화 흐름이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유 : 결국은 정당과 후보자에 달렸다. 대구의 60대가 더민주를 지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역별로 경계 세대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충청은 50대, 호남은 40대, 티케이(TK)는 40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전체 판세를 결정할 것이다. 이 : 지역주의와 세대투표는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사실 그 밑에는 경제가 깔려 있다. 현재 가난하거나 가난에 빠질 위기에 놓인 젊은 세대가 야당을 지지하고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가난이란 말이 촌스럽긴 하지만 사실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젊은 세대가 투표를 했고 지역구도를 완화했다. 선거를 관통하는 본질은 경제적 문제다.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과연 어느 정당이 경제 문제의 핵심인 일자리를 만들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사회 : 사람들이 여당은 유능하고 야당은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장 : 더민주와 정의당을 구별하지 않고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가 정치 민주화, 인권신장, 여성 등의 문제에는 장점이 있다고 인정한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사람들의 체감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나빠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졌다. 결국 경제적으로는 하층, 연령으로는 장년층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사회 : 그런데 이번 4·13 총선에서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이제 ‘보수도 무능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아닐까. 장 : 총선 기저에 깔린 흐름을 보면 다음 대선에서는 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이제 여당에는 박근혜같은 인물이 없다. 야권이 분열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 진보적인 연정을 통한 정권교체의 모델을 만들어서 갈등의 소지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사회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유 :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정도는 사회가 존속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세대로는 청년층, 지역으로는 호남처럼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야당이 더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그런데 객관적 여건보다는 후보와 정당이 권력의지를 갖고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여건이 좋았는데도 준비 없이 동네축구하듯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졌다. 반면에 1997년에는 필패할 상황이었는데도 이겼다. 정치는 주체적 역량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이 : 저는 좀 비관적이다. 다섯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야권 후보는 많지만 여권에는 후보가 없다. 따라서 여권은 영호남연합이라는 미명으로 3당합당처럼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이다.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은 정치 7~8단이다. 둘째, 임기 후반 레임덕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다. 그게 오히려 통할 수 있다. 셋째,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2년처럼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이다. 넷째,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거리가 여권과 야권의 거리보다 더 멀다.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상호파괴적인 행태가 나타나며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다섯째, 야권은 2012년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하면서 정치투기주의가 만연할 것이다. 연합정치나 후보단일화는 3김시대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사회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 당과 후보가 분리되어야 한다. 당은 정책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정강정책, 대선공약, 실행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사회 정책, 노동 정책을 세워야 한다. 후보들은 정치적으로 호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호남은 나중에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후보가 호남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단일화도 할 수 있다. 장 : 캠프정당이란 말이 있다. 후보가 공조직인 당의 틀을 규정한다. 지난 대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은 손학규 캠프의 공약이었지 민주통합당의 공약이 아니었다. 후보 개인의 선거 공약으로 머물고 말았다. 사회 :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공동 집권이 가능할까. 장 : 1997년 디제이피(DJP) 연대는 암묵적으로 디제이가 대선후보라는 공감이 있었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렵다. 당도 정의당까지 세 개가 있다. 가능하다면 지금부터 정권교체를 지향하는 제세력 연합체를 구성해 틀을 만든 뒤 각 당에 강제해 나가는 방식이 좋겠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에게 맡겼던 2012년 방식은 안될 것이다. 정리/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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