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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31 15:01 수정 : 2016.08.31 18:46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93
권리당원 표심 ‘줄 세우기’로 해석하면 위험
‘친문 일색’ 결과 인정하더라도…보완 노력해야

지난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오후 7시31분에 문재인 전 대표가 트위터에 글을 띄웠습니다. ‘이제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 특유의 진지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듯한 톤이었습니다. 내용을 대개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새 지도부 출범을 축하하기에 앞서 김종인 대표와 비대위의 그간 노고와 지대한 성과에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모두의 갈채를 받기에 손색이 없을만큼 대단한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당과 당원들이 김 대표님의 수고를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선전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 반드시 더 중요한 역할로 당의 중심이 되고 더 큰 정치인으로 도약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당원들이나 국민들께서 낙선한 분들에게 더 뜨거운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출마했던 분들 모두가 우리 당의 든든하고 자랑스런 자산입니다. 상처난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 분들이 다시 힘을 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성원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추미애 신임 대표님을 비롯, 새 지도부로 선택된 분들에게 뜨거운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한결같이 역량 있는 분들인만큼 당을 잘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도록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습니다.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두가 손을 잡고 정권교체 한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8 27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에 앞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해철, 김영주 최고위원, 추 대표, 송현섭, 심기준 최고위원, 신창현 비서실장 내정자, 김병관, 양향자, 김춘진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선거는 경쟁입니다.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립니다. 감정의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선거의 그런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걱정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라는 표현에서 그의 애타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감사의 인사, 낙선자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추미애 대표에 대한 축하보다 앞세운 것도 세심한 배려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거 이후 당내 기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당부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사례는 김현미 의원(경기 고양정)의 경우입니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대표의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여전히 ‘친문재인’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입니다. 그런데도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아마 걱정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트위터에 “대선까지 길이 더 복잡하고 험난해졌다. 소탐대실”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불복하는 것이냐’며 비난 글이 쇄도했습니다. ‘이 말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복잡하고 더 험난하게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위협하는 글이 붙었습니다. 김현미 의원은 “환영”이라고 응수했습니다. 김현미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기대가 크고 소신 있고 옆집 아줌마 같은 정치인으로 생각했는데 같은 일산구민으로서, 그리고 지지자로서 실망입니다. 민주주의라고 말할 자격 없습니다”라고 비난하는 글이 달렸습니다.

김한정 의원(경기도 남양주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속실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골수 동교동계입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수행단장이었습니다. 지난 1월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가 대거 탈당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김홍걸씨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남아 문재인 전 대표를 지켰습니다. 동교동계 대선배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나는 1988년 스물 다섯살의 청년으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번도 민주당을 버린 적이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당 이름이 바뀌고 대표자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그 민주당이 아니라는 분들은 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살림 차리려는 당이 그 민주당의 전통과 정통을 잇는 당인가? 가려는 길이 진정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우려는 야당의 길인가?”

“호남을 위해 민주당을 떠난다는 선배님들. 정치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적어도 나는 김대중 선생에게 이렇게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그가 쓴 글은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그가 이번 전당대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추미애 대표께 축하드립니다. 추 대표를 선택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당원들을 먼저 생각하고 당을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더민주의 대통령 후보는 내년에 뽑습니다. 누가 될지 모르는 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대선에서 승리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정치학 교수 아담 쉐볼스키는 ‘민주주의는 불확실성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가 뻔하고 투표할 필요가 없는 선거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 글에 대해서도 ‘경선 불복’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한정 의원은 “이 정도의 견해에 욕설과 저주를 반복하는 한 '일베'류와 행태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두번째 글을 띄웠습니다. 화가 난 당원들의 비난이 더 많이 쏟아졌습니다. 어떻게 당원들을 ‘일베’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김한정 의원은 트위터에서 두번째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김현미 김한정 의원에 대한 비난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권리당원들의 힘으로 컷오프시키겠다’는 등의 트위터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현미 김한정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났는데도 이렇게 앙금과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전당대회의 과정과 결과를 놓고 시각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문재인 전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원들의 정당한 투표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다. 절차와 결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친문 싹쓸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문재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는 “친문 싹쓸이 결과가 나타난 것은 친문재인 세력이 권리당원들에게 줄세우기 투표를 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요? 양쪽 다 너무 극단적인 시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과정에 대한 평가’와 ‘결과에 대한 평가’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과정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리당원들에게 ‘추미애-송현섭-양향자-김병관’ 등 3~4명의 명단을 제시하고 투표를 독려했다는 얘기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권리당원 득표율이 추미애 61.66%, 송현섭 67.67%, 양향자 66.54%, 김병관 67.27%로 비슷하게 나온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도 친문재인 세력의 조직적 지원을 받은 김영주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에서 57.8%(박홍근 후보는 42.18%)를 확보해 대의원 투표에서 지고도 시당위원장에 당선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당원 줄세우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설사 후보들의 명단을 묶어서 패키지로 돌린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권리당원들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투표를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연말 온라인으로 대거 입당한 당원들은 정치의식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의 독려나 공작에 의해 투표할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이들의 입당 시기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갈등이 격화하던 때라 문재인 전 대표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친문세력’으로 단순하게 분류하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당원들은 ‘공작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분석은 좀 차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 과정이 옳다고 결과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번 전당대회로 친문재인 성향의 지도부가 들어섰다는 ‘결과’는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비주류가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당내에 친문재인 세력의 지분이 더 커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는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주류가 대거 탈당할 때 마지막 순간까지 탈당을 고민했던 박영선, 이종걸, 정성호 등 비주류 세력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함께 새로 들어온 세력도 있습니다. 당내 갈등 시기에 문재인 전 대표 쪽에 서 있었던 민평련 세력(김근태계)과 86 운동권 세력도 있습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들을 대표하는 세력은 지도부에 거의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깝거나 문재인 세력과 손을 잡은 사람들이 지도부에 입성했습니다. 당내 세력관계에서 균형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누가 의도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권역별, 부문별 최고위원 선출제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권역별, 부문별 승자는 대개 당내 지분이 많은 친문재인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을 모두 모아서 지도부를 구성하다보니 지도부가 친문재인 일색이 된 것입니다. ‘제도의 설계자들’이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결과’는 이상하게도 주류 독식으로 나타난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고, 이 때문에 앞으로 후유증이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당내를 통합해 나갈 것인지는 추미애 대표와 당 지도부,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도권의 다선 의원은 전당대회 다음날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투박하지만 있는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좋은 분들이다. 그런데 선출 과정에서 한쪽으로 쏠린 표심이 문제다. 소위 친문재인 권리당원들이 치우친 것 그 패턴은 고쳐야 할 것 같다. 자칫하면 당이 위험해진다. 유은혜 의원도 어차피 주류인데 공격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문제가 심각하다. 문재인 대표를 괴롭힌 이종걸 의원을 공격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같은 편조차 공격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지를 안하면 그만이지 공격을 유도하는 위험한 패턴을 봤다. 그게 중요하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게 다시 드러나면 대선 못 이긴다. 그렇게 하면 우군도 안도와준다.”

추신: 저는 며칠 전 ‘더민주 전당대회 쓸쓸한 패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성 부문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의 선택이 달랐던 것은 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들이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양향자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어떤 여성 권리당원께서 기사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권리당원들이 왜 양향자 후보를 찍었는지 이유를 솔직하고 자세히 설명한 글입니다. 내용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누구로 할지 고민했습니다. 원외라서 양 상무(양향자 후보)님이 무리일 것이다라는 의견들도 있었구요. 그런데 여론이 왜 바뀐 줄 아십니까? 손혜원 의원님이 유은혜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게 문제가 아니라 페북 댓글에 양 상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팟캐스트에서 원외이면서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뭐냐는 듯 빈정대셨기 때문입니다. 또 김대중 대통령님 추도식장에서 문 대표 근처에 못오게 밀착 방어하시고 양 상무님 면박을 주셨다는 제보들이 속속 트윗에 올라와 동정여론이 불었습니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 백혈병 노동자 운운하는 트윗을 쓰며 유은혜 후보를 지지하셨지요. 지지야 할 수 있지만 삼성 백혈병은 좀 아니지 않나요? 그것이야말로 여성 당원으로서 배타적인 게 아닙니까? 거기다 서울대 운동권 이런 게 얽히며 ‘여성 의원들에게 구박받는 양 상무’라는 이미지가 생겨 동정표가 확산된 것입니다. 이건 여성들만 투표하는 거라 심리 싸움이 치열했는데 남자 아저씨들은 잘 이해가 안되나 보네요. 이게 마치 온라인 당원들이 문 대표님이 영입했으니 무조건 양 상무를 밀었다고 말하면 바보같은 얘기라는 점 전하고 싶습니다. 이건 여성들만 투표할 수 있었지요. 그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세상사가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정치에서는 어느 한 쪽이 절대 옳고 다른 쪽은 절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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