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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4 11:49 수정 : 2016.09.21 16:23

[정치BAR]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95
대선주자 12인 ‘강점과 약점’ 분석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4·13 총선 이후 정국은 2017년 12월20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흐르고 있다. 어느새 15개월 남았다. 그런데 당장 올 가을 정국이 안갯속이다. 대선은 전망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그냥 사람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면으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에 대해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스워트(SWOT)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스워트 분석은 기업의 내부 환경에서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을 발견하고 외부 환경에서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고 기회는 활용하고 위협은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대선 경쟁에 경영학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참고만 해야 한다.

여의도에서 눈이 밝기로 소문난 국회의원, 고참 보좌관 등 모두 다섯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대선주자들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깜짝 놀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한마디로 “대통령감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제의 한계일까, 인물의 한계일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은 모두 그 나름의 스토리가 있었다. 지금 후보들은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을 어떻게 먹여살릴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 걱정이다.”

15개월 남은 대선
“대통령감이 안 보인다”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
누가 채울 수 있을까

반기문, 높은 인지도와 친박 지원
정치경험 없고 검증 통과해야

유승민, 일관성·본선경쟁력 강점
박 대통령 비토가 걸림돌

문재인, 정권교체 열망이 에너지원
지지세력 공고하지만 확장력 의문

안철수, 골리앗 맞선 다윗 이미지
‘어떻게’가 없다는 게 약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강점은 인지도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차기 정치 지도자 여론조사에 포함되는 순간 그가 선두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국제정치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의 안목은 소중한 자산이다.

약점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장차관으로 국회를 드나드는 것과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는 대통령 욕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실제 출마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면 유엔 사무총장 10년의 업적도 다 날아간다. 일생을 걸고 도박을 할 결단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기회 요인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반감, 새누리당 친박 세력의 영입 움직임 등이다. 사무총장 퇴임 뒤 제3지대에 머물다가 새누리당과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 여권발 정계개편이다. 어떻게든 여권 후보가 되기만 하면 야권의 분열은 그의 기회다. 문재인·안철수가 각각 30%, 반기문이 40%를 차지하면 그가 대통령이 된다.

위협 요인은 민심과 언론의 세밀한 검증이다. 장관 검증과 대선후보 검증은 차원이 다르다. 이제부터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반기문 총장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다.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그런데 아마추어 참모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검증과 견제에 대처하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면 친박도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강점은 정치를 안다는 것이다. 정권의 흥망성쇠를 직접 겪었다.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요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 친화력도 대단하다. 다른 정치인들에게 그는 ‘좋은 형’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중진 보스로서 완벽한 캐릭터다. 치명적 약점은 배짱이 없다는 것이다. 배짱이 없으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 4·13 공천 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전투를 치렀다. 완패했다. 커다란 체구와 허약함이 슬픈 조화를 이룬다. 극우와 중도를 오락가락하는 것도 큰 약점이다.

그는 본래 여러가지 기회 요인을 갖고 있었다. 인지도가 높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지가 있었다. 거의 사라졌다. 반기문 총장에게 정치적 내공이 없다는 점, 다른 여권 경쟁자들의 부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이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위협 요인은 여당 지지층의 깊은 실망감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여기지 않는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지만 기자들이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의 강점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정책 전문성도 있고 일관성도 있다. 정치인의 내공은 위기에 드러난다. 원내대표직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싸울 때 그는 냉철했다. 버틸 때도, 물러날 때도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놓치지 않았다.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그의 이미지는 아직 ‘박근혜 대통령에게 핍박받은 정치인’에 머물고 있다. 그가 가진 정치적·정책적 비전을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아직 잘 모른다. 친화력 부족도 약점이다.

기회 요인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여권의 정치적 상황이다. 정권교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악몽이다. 자신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야당에 정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 본선 경쟁력이 있는 유승민 의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위협 요인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반대하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대선후보가 돼도 대구·경북 출신 세번째 대통령 출현에 대한 다른 지역의 거부감이 기다리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강점은 높은 인지도와 개혁적 이미지다.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이런 강점 덕분이다. 그런데 약점이 너무 많다. 4·13 총선 패배, 8·9 전당대회 비박 지원 실패, 2011년 서울시장 사퇴 등이 그의 ‘전과’다. 새누리당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 소생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위협 요인은 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가론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강점은 친화력, 유연성, 확장성이다. 최근에는 연정, 수도이전, 모병제 등 의제를 설정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약점은 대선주자로서 히스토리가 아직 약하다는 것이다. 원외라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 장악 경쟁에서 불리하다. 기회 요인은 나이가 51살로 젊어 나이 많은 주자들이 빠져주면 순식간에 유력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협 요인은 광역단체장 초선이라 임기 도중에 대선을 넘보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대선주자로 거론되지만 당내 여론은 대체로 “이번에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점은 세력이다. 당내에서는 대세를 형성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바람이었는데 2017년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전 대표는 무너질 수 없는 탄탄한 조직을 갖췄다. 세력과 조직은 높은 지지도로 나타난다. 재수생이라는 강점도 있다. 재수생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의 2012년 대선 득표율은 무려 48.0%였다.

역설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약점도 바로 그 세력이다. 확장성이 약하다는 얘기다. 그 자신은 외연 확대의 절박감을 갖고 있으면서 핵심 지지층의 정책 노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당 대표 시절 드러낸 정치적 판단력 부족과 소통 장애도 문제다. 대선주자로서 매력이 소진됐다는 평가도 있다.

기회 요인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열망이다.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를 암흑의 시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를 겪으며 “세상은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조건 정권교체’의 절박감은 4·13의 기적을 불러왔다. 싸우지 말고 단결해야 한다는 각성은 8·27 전당대회 결과를 낳았다.

위협 요인은 그를 친노무현 세력 집단의 수장으로 보는 시선이 엄존한다는 것이다. 보수 친여 성향의 재계·관료·언론 등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원을 위해 정치보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강한 현실에서, ‘시민을 대변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뚜렷한 강점이다. 기성 정치의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점은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력에 대한 여의도의 평가는 ‘구청장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가혹하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요소(wow factor)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기회 요인은 야권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라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당시 지지율이 상승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위협 요인은 야당 내부의 파워 게임이다. 대선후보 경선은 권투와 같다. 그가 누군가와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안철수 의원의 강점은 거인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이미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안철수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탈당해서 그의 정체성을 찾고 나서야 총선에서 성공을 거뒀다. 약점은 ‘어떻게’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할 뿐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기회 요인은 희박하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새누리당이 분열하면 안철수 의원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 개혁적 보수 세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과 손을 잡거나 거래를 시도하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장난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은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손학규 전 대표의 강점은 경륜이다. 경제와 남북관계에 식견이 있다.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일을 가장 잘 할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 약점은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대담한 변화를 요구한다. 그의 이미지는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회 요인은 정계개편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권에 몸담은 그로서는 다시 당적을 옮기기 어렵다. 큰 규모의 정계개편이 일어나야 그에게 기회가 온다. 위협 요인은 이제 그의 때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부겸 의원의 강점은 인간적이고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한다. 약점은 매사에 태도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정치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기회 요인은 야권에서 보기 드물게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다. 위협 요인은 당내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도전과 희생’이라는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다. 확실한 강점이다. 약점은 대중적 지지도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기회 요인은 지식인 계층에서 그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꽤 높다는 것이다. 위협 요인은 문재인 전 대표와 적자논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매우 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강점은 과감한 혁신 이미지다. 매력도 있다. 약점은 아무래도 가볍다는 것이다. 기회 요인은 많은 사람들이 이변과 파격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협 요인은 당내 국회의원들의 견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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