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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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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47
장관인선 파동에도 존재감 없는 자유한국당
대여투쟁 오락가락…청문회 반나절만에 복귀
지지도 바닥인데 107석 의석이 변화 가로막아
생존위기 몰린 실무당직자들 처절한 반성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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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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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비리 의혹과 자격 시비가 불거지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초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안경환·조대엽 후보자 의혹은 두 사람의 적격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선과 검증을 담당한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불똥이 튈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곤경에 처하면 당연히 국회 제1야당의 기세가 등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 실수’를 ‘반사 이익’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안경환·조대엽 후보자의 의혹은 주로 언론에서 제기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그냥 언론의 보도에 따라 기계적으로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반나절 파행시킨 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자 이에 반발해 의원총회를 소집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차라리 국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불참을 오히려 반겼습니다. 사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가장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무대가 바로 국회입니다. 야당이 섣불리 장외투쟁을 선택하면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그런 점을 의식한 듯 반나절 만에 인사청문회를 정상화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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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이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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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뜻을 밝히면서 긴장이 다시 높아가고 있습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 야당으로서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의 정신을 포기하고 야당이 극한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모는 것은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위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자유한국당은 강경화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 독주에 강력히 저항을 할 것이다. 본회의 표결이 필요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각종 국회 현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말은 참 무시무시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우택 대행의 강력한 경고는 공허하기 그지없습니다. 우선 강경화 후보자 임명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훨씬 높습니다. 국회에서 ‘강력한 저항’에 들어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저항을 시작해도 과연 언제까지 저항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이미 선임 재판관으로 헌법재판소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투표가 늦어진다고 해서 헌법재판소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지 않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시정연설을 한데다 국민의 다수가 일자리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마냥 반대만 하면 “대선불복”이라거나 “새 정부가 출범도 못하게 발목을 잡는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문재인 대통령보다 자유한국당이 더 비난을 많이 받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왜 이렇게 곤궁한 처지에 빠졌을까요? 자유한국당은 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요?
불일치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당 지지도에 비해 힘이 너무 막강합니다.
5·9 대통령 선거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과 오차범위 안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체 수준의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정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107석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1야당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어떤 의안에 찬성해서 그 의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는 있지만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330일이나 걸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조처 가운데 검찰개혁, 사회적 대타협 등 중요한 과제는 대부분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완성되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마음만 먹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완전히 저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막강한 힘’이 대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책임 규명, 그리고 당 재건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무너질 때는 완전히 무너져야 합니다. 망할 때는 철저히 망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지지도로 보면 무너져야 합니다. 그런데 107석이나 되는 의석 때문에 무너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참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무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감옥에 가 있지만 ‘친박근혜’ 국회의원 중에서 책임을 지고 정치를 그만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뜨거운 충성심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당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에서 왜 패배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안한 비유지만 힘은 무척 센데 지능은 낮은 어린아이와 비슷합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미디어팀이 주최한 대선평가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실무당직자들이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장경상 (사)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보수될까?>를 주제로 발제했습니다. 내용 중에 자유한국당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분석한 대목이 매우 탁월했습니다. 소개합니다.
“저는 96년 11월 신한국당 사무처로 정치권에 들어온 이래로 총 4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경험했습니다. 97년 대선은 사무처에 들어온 지 1년차 간사로 맞았습니다. 졌습니다. 왜 졌는지도 잘 모르면서 졌습니다. IMF 때문이라고도 하고, DJP 연합에 비해 이인제 후보의 분열로 졌다고도 했습니다. 2002년에도 졌습니다. 두 번의 패배 이후 黨은 2007년과 2012년 연이어 이겼습니다. 그리고 2017년 지금, 패배보다 더한 몰락의 벼랑 끝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 짧은 소견일지는 모르지만, 한국당의 새로운 미래는 바로 성공과 실패가 교차된 지난 20년간의 黨의 역사 속에 그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97년 대선패배 이후 黨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 흐름은 2012년까지 이어집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만 가지고 살펴보아도 그러합니다. 다음 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黨의 혁신 노력들을 시계열順으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1999년 뉴밀레니엄위원회 : 김덕룡 위원장, 2000년 4월 당헌당규 개정 반영
-2001년 국가혁신위원회 : 이회창 김용환 위원장, 이명박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편안한 사회’
-2002년 ‘선택 2002 준비위원회’ : 박관용 위원장, 국민참여경선 및 당권대권 분리, 박근혜 부총재 위원으로 참여
-2003년 ‘당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 현경대 홍사덕 위원장, 2003년 6월 전당대회 13차례 순회 연설회, 23만명 당원 직선제 대표 선출
-2003년 ‘당사무처협의회 연구팀’ : 직능국 부국장이었던 강현수 팀장을 중심으로 사무처 당직자 10여명이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당 및 사무처 개혁안 마련
-2004년 총선 : 공천심사위원회 외부인사 참여(강만수 안강민 이문열 김석준 강혜련 이춘호 이계경), 천막당사(연수원 헌납)
-2004년 ‘자유주의 연대 출범’ : 뉴라이트 운동과 연대
-2004년 당선진화추진위원회 : 허태열 위원장
-2005년 ‘박세일 사단 당 이념 및 비전 발표’ : 공동체 자유주의(자유화)를 향한 21세기 혁신적 중도보수의 길
-2005년 당혁신위원회 : 홍준표 위원장, 책임당원제 도입
-2006년 인명진 윤리위원장 임명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국민검증위원회 운영
-2010년 공천제도개혁특별위원회 : 나경원 위원장, 공천제도 개혁안
“위와 같은 10년간의 노력 끝에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가져오게 됩니다. 2008년 이후에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나 그 당시에는 黨보다는 박근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2008년 총선에서의 친박 연대를 시작으로 2009년 5월 ‘원칙있는 자본주의(미국 스탠퍼드대학 연설),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반대 국회연설, 2010년 10월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2010년 12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제안, 2011년 12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위원장 박근혜. 김종인 전 수석, 이상돈 교수, 이양희 교수, 조동성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및 당명개정, 2012년 구민주계(한광옥 등) 입당 등을 거쳐 정권연장에 성공합니다. 한 마디로 야당보다 더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4월초 제가 청와대를 나온 이후로 정치권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2013년 이후 새누리당의 혁신에 대해 별로 기억이 없습니다. 2014년 9월 보수혁신위원회(위원장 김문수)와 2016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반겨 준 내용이 있었던가요? 유승민 前원내대표의 연설? 글쎄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黨이 주도해 왔던 혁신의 대장정이 그렇게 지난 4년간 멈췄다고 봅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정권도 최악이 아닌 적이 없었고, 黨은 선거 때마다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黨의 몫이었습니다. 그 해법은 늘 국민을 향한 혁신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래는 늘 黨의 몫이었고, 청와대는 그저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인 그런 존재였습니다. 2002년 새천년 민주당이 그랬고 2012년 새누리당도 그랬습니다.
오늘 黨이 처한 참담한 현실, 그 이유는 바로 黨에 있습니다. 黨의 암울한 미래, 그 이유도 바로 원내대표 비대위와 7.3 전당대회에 있지는 않을까요? 黨은 2016년 총선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혁신의 몸부림도 자기반성의 진정성도 보여주지 않고서 오로지 박근혜 탓, 친박 타령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는 누가된들 무엇을 한들 원래 지지층마저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黨이 내 탓을 해야, 黨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모두 내 탓을 해야, 사무처 당직자도 모두 내 탓을 해야 그나마 추락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黨이 잘못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미래의 시작입니다.”
장경상 국장의 분석을 압축하면 “10여년 동안 계속됐던 당 혁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멈췄고 대통령의 잘못을 알면서도 그냥 두는 바람에 대통령과 당이 함께 몰락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왕조시대에도 임금에게 목숨을 걸고 간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죽기도 많이 죽었습니다. 지금은 죽이지는 않잖아요. 대통령이 레이저를 쐈답니다. 그 레이저에 맞아 죽었다는 사람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왜 말리지 못했을까요? 아니죠, 말리지 않은 거죠. 대통령 옆에서 챙겨야 할 사사로운 利가 너무 많았던 거죠. 국민의 利가 아니라 公利가 아니라 잘 난 사람으로 살아가고 그래서 잘 아는 사람들 챙겨줘야 하고 말이죠. 그래도 저 낮은 곳에 있는 어차피 잘 모르는 국민들이 뭐 어쩌겠냐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저도 그들 중 하나였으리라 봅니다. 뭐 좀 얻어먹을게 없나 하고 말이죠. 대통령의 오늘, 黨의 오늘은 바로 저 같은 비겁한 자들이 만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꽤 절절하지요?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보다 실무당직자들의 현실 인식과 자기반성이 훨씬 더 통렬한 이유가 뭘까요?
국회의원들은 야당이 돼도 국회의원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사석에서 “사실 국회의원은 야당 국회의원이 제맛”이라거나 “장관할 욕심만 버리면 야당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반면에 실무당직자급 인사들은 정권을 놓치면 청와대와 공기업에서 다 물러나야 합니다. 중앙당 당직자는 100명으로 묶여 있습니다. 당장 생존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분위기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지만 참패한 직후의 대통합민주신당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총선에 통합민주당(손학규 대표)으로 조직을 정비해서 나섰지만 또다시 참패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으로 치른 2010년 지방선거에 가서야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선 참패 이후 여당에 맞설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데 3년 가까이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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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부터)와 당대표 출마 주자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이성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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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앞날은 어떨까요? 저는 비관적으로 전망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자유한국당을 수렁에서 탈출시킬 정치 지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7월3일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당대표직에 홍준표, 신상진, 원유철 세 사람이 나섰습니다. 이들이 자유한국당을 혁신할 수 있을까요?
자유한국당과 경쟁 관계인 바른정당에서 내놓은 평가는 가혹하지만 정확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정치를 해서 실체를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홍준표 전 후보가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이 정의와 형평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었기 때문에 청장년의 지지를 상실했다. 친박당이 몰락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이들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철저하게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주사파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들 못지않은 이념적 무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이 다음날 이런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정권을 주사파 정권이라고 비판했는데, 주사파 정책을 펴지도 않았는데 주사파라고 비판하면 공격하는 사람만 비판받는다. 요즘은 더 심각한 게 ‘신주사파’다 신주사파는 평소에 취객이 주사하듯이 발언하는 정치인이다. 신주사파 수령이 ‘레드준표’ 아니냐.”
바른정당 김세연 사무총장의 자유한국당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관련해 말씀드리겠다. 대선 때 유행했던 줄임말이 자유한국당에서 재탕되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홍준표’라는 ‘어대홍’, ‘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는 ‘대결원’이 바로 그것이다. 비전과 실천전략 등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없이 신조어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몰락한 친박당 때문’이라는 둥,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홍준표로는 불가능하다’는 둥 오로지 상대방은 안 된다고만 하는 1차원적 공방전은 쳐다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 이런 와중에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린다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출마를 저울질을 위한 줄서기 조짐이 보인다는 이야기마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당이 망해도 자기만 살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없이 한다’며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데 누가 당대표가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국민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속칭 ‘멘탈갑’에게는 자연스러운 소멸보다 비참한 자멸이 어울린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아닌 멸공봉사(滅公奉私)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에게 미래는 없다.”
둘째,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주류는 여전히 ‘티케이 친박’입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자유한국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면에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개혁적 보수 세력은 비주류로 밀려 있습니다.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세가 더 위축됐습니다.
홍준표 전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면 ‘티케이 친박’ 세력을 몰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홍준표 전 후보에게 그럴 의지가 없습니다. 상징적인 조처를 취한 뒤 “이제 친박은 없다”고 선언할 것입니다. ‘티케이 친박’은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짐작건대 자유한국당은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 공학적 처방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입니다.
잘 될까요? 잘 안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시대’를 건너며 정당으로서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근본적 훼손이 이루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처방도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장경상 국장의 절절한 고백을 다시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최근 100만 촛불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黨이 처음 겪는 대중의 분노였을까요? 아닙니다. 2002년 대선국면에서 이미 겪었습니다. 2008년 광우병에서도 그랬고요. 우리는 국민이 분노하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익히 경험해 왔습니다. 이번 촛불을 그냥 일부의 선동이나 좌파진영의 공작, 국민들의 오해, 언론의 여론몰이 등으로 치부하고 제대로 그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黨은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식과 더불어 그에 맞추어 적어도 ‘黨의 모든 주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원당권의식이라도 존중해주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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