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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지율 ‘인기 폭발’ YS 초기 넘어설까

등록 2017-08-27 14:10수정 2017-08-27 15:0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58

문 대통령, 한국갤럽 직무수행평가 상승세
김영삼 때보다 ‘1년차 1사분기’ 지지율 높아
홍준표 “민심조작·좌파정권 협잡…문은 신적폐”
불리한 것 배척하는 확증편향·인지부조화 경향
문 대통령의 결의 “가치를 성과로 평가받을 것”
8월3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북선 모형함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다, 인근에서 여름 수영 훈련을 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만나 찍은 ‘셀카’. 청와대 제공
8월3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북선 모형함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다, 인근에서 여름 수영 훈련을 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만나 찍은 ‘셀카’. 청와대 제공
자유한국당이 8월 24일과 25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 교육원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를 했습니다. 대선 패배로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론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25일 연찬회를 마치며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결의문의 내용이 특이했습니다.

결의문

지금 대한민국은 독선, 오만을 고집하는 ‘일방통행 정부’의 인사무능, 안보무능, 경제무능으로 인해 국민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출범 100일이 지난 문재인 정부를 안보·경제·졸속·좌파·인사의 ‘신적폐’ 정부로 규정한다.

현 정부는 한반도를 위협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도 ‘대북평화 구걸 정책’과 ‘오락가락 외교행보’로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공정함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방송부터 사법부 수장까지 좌파운동권으로 채워넣고 있으며, 무능하고 부적절한 인사배치로 결국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살충제 계란에 무자비하게 노출시켰다. 졸속한 원전 중단 발표를 포함해 ‘아마추어 포퓰리즘 정책’남발로 5년 시한부 정부가 백년지계 국가 경제를 뒤엎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짊어진 대한민국 제1야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국민이 ‘신적폐’로 인해 시름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정부여당의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 졸속 정책에 철저히 맞서고, 현 정부가 더 이상 독선과 독주에 빠져 편향된 길로 가지 않도록 당당히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

곧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정부와 국민의 사이에서 소통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겠다. 정책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고 나라의 발전에 박차를 기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

신발끈을 조여 매고 당내 혁신을 가속화해 제1야당의 존재의의를 증명해 나갈 것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을 섬기고 오늘의 결의를 묵묵히 지켜나가며 국민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겠다.

하나. 강하고 유능한 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신적폐 세력이 국민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다.

하나. 통합과 화합을 통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어 보수의 정신을 계승하는 제1야당으로서 대한민국 발전에 앞장선다.

하나. 민생안정과 경제 성장을 독려하는 민생국회 구현에 총력을 다한다.

2017년 8월 25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일동

결의는 “뜻을 정하여 굳게 마음을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결의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저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출범 100일이 갓 지난 문재인 정부를 ‘신적폐’ 정부로 규정했습니다.

처음엔 야당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이런 인식은 일반 국민의 시각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정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잘하고 있다’ 79%, ‘잘못하고 있다’ 14%였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구·경북에서도, 60대 이상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훨씬 높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6월 첫째주 84%로 시작해서 7월 셋째주 74%까지 낮아졌다가 그 이후 다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치의 요체는 국민의 지지입니다. 상식과 합리에서 멀어지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80% 국민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신적폐’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 것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습니다. 7월 26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운 일이 있습니다.

오늘자 대구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TK지역 샘플 1700개를 추출했는데 자유한국당 43.7, 민주당 24.2, 바른정당 10.4, 정의당 3, 국민의당 2.6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부 관제 여론조사가 얼마나 조작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국정여론조사 따내기에 급급해도 민심조작으로 좌파정권에 협잡하는 그런 여론조사 기관은 앞으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대선 때부터 계속된 여론조사 조작 기관의 횡포는 앞으로도 계속 기승을 부리겠지만 우리는 묵묵히 민심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좌파정권인 문재인 정부에게 유리하게 민심을 조작하고 협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요? 홍준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심판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언론 보도를 깡그리 무시하던 행태와 무척 닮았습니다. 당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종합편성채널 방송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사 앞으로 몰려가 “편파방송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의 보도는 무엇이든지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심리학에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 간의 부조화가 유발하는 심리적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태도나 행동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담배는 몸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을 바꾸는 경우입니다.

지난 7월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신상진, 원유철 후보의 축하박수를 받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지난 7월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신상진, 원유철 후보의 축하박수를 받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확증편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나에게 불리한 사실은 무조건 배척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 증거가 쏟아지는데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에 대해 가진 극도의 불신, 또 그로 인한 문재인 정부 신적폐 낙인찍기 시도는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으로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저는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그런 억지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자유한국당이 합리적인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도를 회복하고 믿을 만한 대안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조선일보> 8월 21일치 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의 칼럼입니다.

“셋째, 최근 여론조사 응답자에는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돼 있었다. 각 조사에서 대선 때 투표한 후보를 묻자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가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투표 불참자를 포함한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투표자가 32%였다.”

“조사 회사 관계자들은 ‘여론조사 전화를 하면 문 대통령 투표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만, 홍준표·안철수 후보 투표자는 많이 끊는다’고 했다. 자신의 의견이 다수가 아니라고 느끼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螺線)' 현상이다.”

“과다 측정된 수치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60% 안팎이다.”

역시 <조선일보> 8월 25일치 신정록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기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주변 많은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얻은 결과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다. '문제가 많다는 것 안다, 불안한 대목도 많다, 그러나 최소한 1~2년은 이렇게 가야 한다.' 대체로 이런 요지다. 지금 이 나라엔 중산층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자산시장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이다. 미국 언론인 존 주디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포퓰리즘의 배후에 '급진적 중산층'이 있다고 한 것을 보면 우리만의 사정이 아닌 듯하다. 문 정권은 이런 저항적·전복적 에너지를 권력 기반으로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 그 길로 가야 한다고 박수를 친다.”

홍준표 대표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세력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를 조작한다는 식의 억지를 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보수 성향 <조선일보> 논객들의 설명조차 외면하는 한 지지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당분간 높게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전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례입니다.

한국갤럽에서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1~5년차 사분기별로 나누어 8월 25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년차 1분기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 답변이, 81%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1년차 1사분기 71%보다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긍정 답변이 1년차 1사분기 71%에서 2사분기와 3사분기에는 83%로 치솟았습니다. 군 사조직 하나회 청산,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개혁 드라이브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도 2사분기와 3사분기에 해당하는 올 연말과 내년 초에 지지도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아주 잘해야 하겠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김영삼 전 대통령 초기처럼 성공적인 개혁으로 국민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뒤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 경험의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한 사람입니다. 정당 대표나 국회의원보다 청와대 시스템과 대통령직에 더 익숙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 대표나 대선후보 시절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 일을 더 잘한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정치가 중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아직은 대화와 타협, 설득과 협상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의미심장한 당부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대통령과 정부가 노력하면 되는 일들이었다. 앞으로는 입법 과제가 많아서 당이 여소야대를 넘어 국회를 잘 이끌어 주셔야만 정부도 잘 해 나갈 수가 있다.”

“소통, 탈권위, 공정, 자치분권, 환경, 성평등 등 가치의 문제는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원래부터 우위에 있었으며, DNA도 강점이다. 그러나 두 번의 민주정부를 경험하면서 가치만 가지고는 국민의 지지와 평가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지금부터는 실적과 성과를 통해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평가받을 것은 경제, 복지, 안보, 남북관계 등인데 안보나 남북관계는 금방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좀 길게 봐야 한다. 그러나 경제나 복지는 국민이 체감하는 실적과 성과를 금방 요구받게 된다. 따라서 경제, 성장, 소득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며, 복지는 대통령이 바뀌어 국민의 삶이 더 좋아졌고, 세금 더 낼만 하다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잘해 왔으나 모두 잊어버리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저도 정부도 힘껏 최선을 다하겠다.”

말 그대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진짜 실력을 한껏 발휘해서 지지도가 계속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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