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5
<중앙일보> 사설, 과거와 지금의 판단 기준은 왜 다른 것일까
10년 전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왼쪽), 23일 해임된 고대영 전 KBS 사장.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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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3일 KBS 이사회가 전날 의결한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을 재가했다. 새 정부 출범 8개월여 만에 KBS·MBC 두 공영방송 사장 교체 수순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22일 해임 제청안에는 전체 재적 이사 11명 중 다수인 여권 추천 이사 6명이 찬성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퇴장하거나 기권표를 던졌다. 회의에 불참한 이인호 KBS 이사장은 e메일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며 “MBC에 이어 KBS도 권력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간 언론노조 KBS 본부는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바꾸기 위해 일부 구여권 이사의 직장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를 해왔다.
후임 사장 선임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방송법에 따라 KBS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하는데, 당장 야권이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 공영방송 사장 물갈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특보 출신 서동구 씨가 KBS 사장에 취임했다 ‘코드’ 인사 논란으로 한 달 만에 자진 사퇴한 것을 필두로, 물갈이 진통은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았다. 여권은 야당 시절 공영방송 사장직이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다수제’를 제안한 바 있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집권당 이외에 소수 정당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당 등이 특별다수제 카드를 내밀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코드 인사’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공정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방송계의 ‘적폐’다. 정략적 이해를 떠나 진정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사장 선임 방식의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권 초마다 똑같은 풍경화를 지켜봐야 하는가.
감사원이 KBS 이사회에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처분을 내렸다. 제작비의 방만한 집행과 과오납한 원천세 20억원 포기 등 최근 5년간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달하는 부실경영과 인사권 남용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감사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에 KBS 사장에 대한 해임 규정이 없어 법적으로는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 사장은 해임 이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도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2003년 박권상 당시 사장을 임기 중에 밀어내고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 KBS가 지난 대선 때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이명박 후보를 맹공격한 게 누구의 작품인가. 재임 5년간 회사의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이르렀다. 노조가 퇴진운동을 벌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회사에 1500억원 가까운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자료 제출 요구뿐 아니라 다섯 차례에 걸친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다. 검찰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출국을 금지한 배경이다.
정 사장은 감사원의 출석 요구도 네 차례나 거부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의 정보 또는 자료 제출이나 출석 답변을 요구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마저도 무시한 정 사장은 초법적 인물인가.
그러면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시위를 지원하면서 촛불시위대로 하여금 방송사를 지키게 하고 있다. 정 사장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주장한다. 공영방송의 핵심 과제는 공정한 방송이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며 경영에 무능하고 부도덕한 사장의 임기 보장이 아니다. 그런 인물이 ‘언론 자유 수호’를 주장하다니 개탄할 일이다. 반미, 반정부 투쟁을 철학이자 목표로 하고 있는 인물은 공영방송의 수장을 그만두고 재야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솔직할 것이다.
<중앙일보> 1월24일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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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8년8월6일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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